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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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긴급 이사회를 개최한다. 지난 25일 전국에 걸쳐 발생한 KT 유·무선 통신장애 사건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다. 통신장애로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어떤 보상안을 내놓을지가 주요 안건이 될 전망이다.

2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통신장애 피해보상안과 재발방지 대책 등을 논의한다.

전날 구현모 KT 대표는 이번 통신장애 피해에 대해 ‘약관과 상관없이’ 보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보상안이 이사회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은 이때문이라는 게 구 대표의 설명이다. 약관 범위를 뛰어넘는 내용이다보니 법리적 의무만을 따지면 KT가 보상 비용을 지출할 근거가 충분치 않다. KT 약관에 따르면 KT는 통신 서비스가 연속 3시간 이상 끊긴 경우부터 피해를 보상할 수 있다. 이번 통신 장애는 지역에 따라 최장 85분 이어졌다.

KB증권은 앞서 개인 이용자들에게 일할 계산 형식으로 손해배상을 할 경우 KT가 총 73억여원을 내야 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통신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 1시간20분 가량에 대해 요금을 감면해줄 경우다. 그러나 통신업계엔 실제 비용이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소상공인과 기업 등의 영업 피해 배상은 넣지 않은 계산이라서다. KT는 다음주부터 피해 신고센터를 운영해 영업피해 사실 등을 접수받을 계획이다.

이날 오후 3시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조경식 2차관 주재로 브리핑을 열고 KT 통신장애 원인 분석 결과를 발표한다. 전날 구현모 KT 대표 등이 밝힌 내용에 더해 보다 상세한 내용이 나올 전망이다.

28일 구현모 KT 대표와 이원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장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KT 통신장애는 KT의 협력사 직원이 부산에서 망 고도화 작업 중 실수를 해 발생했다. 새 통신 장비를 설치한 뒤 네트워크 경로설정(라우팅)을 위해 스크립트를 입력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명령어 한 줄을 빠뜨렸다. 이 미완성 스크립트가 전국 통신 장비에 전송되면서 KT 통신망이 마비됐다. 구 대표는 이 작업에 대해 "원래 야간 작업으로 승인이 났으나 작업자가 주간에 일을 진행했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 남은 의혹이 많다는 게 통신업계 안팎의 지적이다. 부산서 입력한 명령어로 순식간에 전국 통신망이 마비된 경위를 비롯해 작업을 대낮에 벌일 수 있었던 정황 등이 석연찮다는 얘기다. 25일 KT 전국 통신 장애는 오전 11시20분께 발생했다. 통상 망 고도화 작업이 트래픽(데이터 전송량)이 많이 발생하는 낮 시간대를 피해 이뤄지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통신사와 협력업체간 작업은 통상 각 사 직원이 함께 한다. 협력업체 직원이 본사 직원과 시간을 맞춰 현장에서 만나는 식이다. 협력업체가 KT의 감독 없이 자의로 주요 시스템을 교체하기는 어렵다는 게 통신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과기부 발표에선 KT가 25일 당일 통신 장애 발생 직후 외부의 디도스(DDoS·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 가능성을 거론했던 경위도 밝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KT는 당일 약 두시간여만에 이를 번복해 통신장애 원인이 라우팅 오류 때문이라고 밝혔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