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통신 기술 발달로 이른바 ‘초연결 사회’가 도래하면서 전산 서비스 장애의 파괴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다변화된 전산 설비에서 발생하는 자체 네트워크 장애나 해커들의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 등을 예방하기란 세계적 기술 기업들도 까다로워하는 난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해외서도 대규모 전산장애…지난 6월 백악관·英정부 홈피 '오류'
지난 6월, 피해 규모 1조5000억원에 이르는 글로벌 단위 전산장애가 지구촌을 강타했다. 중간 서버 역할을 하는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업체인 미국 ‘패스틀리’가 전산망을 업데이트하다가 사고를 냈다. 당시 발생한 사이트 접속 오류는 미국 백악관, 영국 정부 등을 포함해 아마존과 이베이 등 전자 상거래 업체, BBC와 뉴욕타임스 등 글로벌 단위로 나타났다. 원인은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 정보기술(IT) 인프라가 고도화되며 나타난 대표적 취약 사례로 기록됐다.

통신망 활용도가 높아지며 전산 오류 주범인 해커들의 공격 강도 역시 높아졌다. 지난해 7월 유럽에서는 업계 최대 규모(809Mpps)의 디도스 공격이 발생했다. 대형 은행들의 통신망이 타깃이었다. 지난해 6월 미국에서는 티모바일·버라이즌·AT&T 등 대형 통신사들과 페이스북·트위터·스냅챗 등 SNS 기업들이 동시에 장애를 겪기도 했다. 업체들은 부인했지만, 당시 전문가들은 사태의 원인을 디도스 공격으로 추정했다.

국내 역시 전산 장애가 잦아지고 있다. SK텔레콤이 2018년 약 2시간30분 동안 음성통화 서비스에 차질을 빚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SK텔레콤이 추산한 직접 피해 고객은 730만 명에 달했다. 2019년엔 계열사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업체 웨이브에 접속 오류가, 같은 해에는 LG유플러스에서 기업 인터넷 전화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빅테크 업체들 역시 비슷한 사고를 겪었다. 네이버는 지난 3월 말 두 차례에 걸쳐 클라우드 서비스와 뉴스·카페·블로그 등에 접속 장애가 있었다. 각각 디도스 공격과 서버 장애가 원인이었다.

전문가들은 ‘초연결 사회’에서 전산 장애 자체는 막기 힘든 구조적 문제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구축은 반드시 책임져야 하는 영역이라고 지적한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장애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사고 즉시 서비스를 복구할 능력과 전산망 안정화에 대한 민·관의 적극적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