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많은 점심 시간대 발생해 혼란 가중
회계 처리도 줌 수업도 '올스톱'…KT 인터넷 장애로 피해 속출(종합)
"회계 전산처리 중이었는데 갑자기 프로그램이 '먹통'이 됐어요.

오전 중 반드시 마쳐야 하는 일이었는데, 모든 직원이 혼이 나갔죠."
25일 오전 11시께 KT 네트워크에 대규모 장애가 발생하자 각 관공서와 사무실, 학교, 식당 등에서 업무에 차질을 빚으며 큰 불편을 겪었다.

경기 부천시의 한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김모(29)씨는 "11시 25분께 인터넷이 끊겼다.

업무를 하지 못해 30분 이상 발만 동동 구르다가 점심때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27)씨도 "카페에서 근무하면서 메일로 중요한 서류를 보내려는데 통신 장애가 발생해 너무 당황했다"면서 "KT 와이파이를 쓰지 않는 카페를 찾아 서너 군데를 전전했다"고 했다.

카카오톡 메신저나 네이버웍스 등 업무용 메신저를 이용하는 기업에서는 KT 가입자들의 회의 참여와 업무 연락이 원활하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온라인 수업을 듣는 학생들도 당황했다.

특히 한양대 '법과인권' 과목은 이날 온라인 시험을 치르던 중 프로그램이 작동하지 않는 사고가 났다.

학생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내 컴퓨터만 문제인 줄 알고 시험을 망쳤다는 생각에 식은땀이 났다"며 상황을 공유했다.

일각에서는 "인터넷이 멀쩡했는데 시험 문제 보고 어려워서 인터넷이 고장 났다고 거짓말하는 사람이 없겠느냐"고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학교나 교수·교사 등이 KT망을 쓸 경우는 휴강을 해야 했고, 그렇지 않더라도 수강생이 KT 가입자인 경우는 수업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강남구의 한 개인병원에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비 청구 프로그램이 작동하지 않아 업무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점심시간이었던 터라 식당들도 곳곳에서 애로가 발생했다.

마포구의 한 회사에서 근무하는 박민영(26)씨는 식당 대기 예약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점심 장소 예약을 하려다 인터넷이 끊기면서 직접 달려가 줄을 섰다고 했다.

박씨는 "식당에 갔더니 입구의 휴대전화가 인터넷 접속이 안 돼 QR 인증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수기로 명부를 작성했다"라고도 불만을 토로했다.

이 밖에도 카드와 증권 거래 등이 제대로 되지 않아 생활 불편이 이어졌다.

카카오톡을 비롯한 메신저 서비스, 화상회의 서비스, 게임 서비스, 결제 앱 등도 직간접으로 영향을 받아 사용자 불편을 초래했다.

직장인 박모(28)씨는 "증권 거래 애플리케이션이 11시 30분부터 1시간가량 제대로 되지 않아 수십차례 껐다가 켰다가 했다"면서 "평소 점심때 증권 거래를 하는데 팔았어야 하는 주식들을 팔지 못해 속상하다"고 했다.

광진구 한 은행원인 최모씨는 "손님 휴대전화가 '먹통'이 돼 개인정보 인증 링크가 열리지 않는 등 한창 손님이 몰렸을 때 20분가량 업무가 마비됐다"고 말했다.

게임 이용자들도 한동안 접속이 되지 않자 "고가의 게임 아이템이 사라졌다", "PC방조차 KT망이어서 게임을 할 수 없었다" 등 불만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속속 올리고 있다.

한편, 경찰은 디도스(분산 서비스 거부, DDoS) 공격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