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단부 추적·비행 자료는 팔라우 추적소에서 수집
3단엔진 빨리 꺼진 이유는? 누리호 비행계측 분석 내일 착수
지난 21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 1차 발사에서 '3단부 엔진 연소시간 부족'을 일으킨 구체적 원인을 찾기 위한 데이터 분석이 이르면 25일부터 이뤄진다.

발사 직후 수집된 정보에 따르면 누리호 3단부 엔진의 연소 시간은 계획에 46초모자란 475초에 그쳤으며, 이 탓에 탑재체인 '더미 위성'(실제 기능을 지닌 위성이 아닌 위성 모사체)이 궤도 진입에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정확한 연소 시간에 대한 판단은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라 변할 수 있다.

관계 당국은 비행 계측 데이터 분석을 통해 3단부에 실린 7t급 액체 엔진의 연소 시간이 예정보다 짧았던 구체적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윤곽을 그려 보고, 그에 맞춰 누리호 발사 조사위원회의 규모와 구성을 확정할 예정이다.

데이터 분석에는 약 1주일이 걸린다.

만약 조사를 진행했는데도 문제가 일어난 부분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거나 단일 부분만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드러난다면, 경우에 따라 내년 5월로 예정된 누리호 2차 발사 일정이 변경되거나 발사 목표가 수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단엔진 빨리 꺼진 이유는? 누리호 비행계측 분석 내일 착수
◇ 3단부 비행 자료 수집은 팔라우 관측소에서만 가능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 따르면 누리호 연구진은 25일부터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와 제주도·팔라우 추적소에 설치된 텔레메트리(원격자료수신장비)의 자료를 취합해 본격적으로 누리호 비행 계측 데이터를 살펴볼 예정이다.

텔레메트리는 발사체의 비행궤적, 동작 상태 등을 세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비다.

나로우주센터와 제주도에 설치된 텔레메트리의 관제 범위는 비행 절차 상으로 1단 분리, 페어링(위성 보호 덮개) 분리, 2단 분리까지다.

비행 후반부는 팔라우 추적소 내 텔레메트리가 세부 자료를 수집한다.

3단 엔진 종료, 위성 모사체 분리 이벤트가 여기에 해당한다.

누리호의 3단부 엔진의 연소 시간이 당초 계획보다 짧았던 것이 문제이므로, 그 원인은 팔라우 추적소가 수집한 3단부 비행 자료를 세밀하게 분석해야 파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누리호 3단부는 7t급 액체 엔진 이외에도 위성 보호 덮개인 페어링, 위성 모사체(더미 위성), 액체 산소가 담긴 산화제 탱크, 연료인 케로신(등유)이 담긴 연료 탱크 등으로 구성됐다.

여기에는 기체공급계 밸브 49개, 엔진공급계 밸브 35개 등 총 84개의 밸브가 달려있다.

3단부 엔진 연소가 조기에 끝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엔진 자체 결함을 의심하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항우연은 그보다 3단부 밸브 오작동, 탱크 가압 시스템 이상, 엔진 종료 명령 프로그램 오류 등 다른 요인에 무게를 싣고 있다.
3단엔진 빨리 꺼진 이유는? 누리호 비행계측 분석 내일 착수
◇ 10명 내외 위원회 구성 가능성…2차 발사 일정·목표 바뀔 수도
과기정통부는 누리호 비행 계측 데이터 분석이 마무리되는 대로 확보해놓은 전문가 명단을 활용해 신속하게 누리호 발사 조사위원회를 꾸릴 방침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조사위원회는 항우연 연구진이 주축이 되고 여기에 문제 원인 관련 외부 전문가들이 추가되는 방식이 될 것"이라며 "10명 내외의 위원회 구성을 생각 중이지만 규모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항우연의 비행 계측 자료 분석 후에도 3단부 엔진 조기 연소의 원인이 좀처럼 명확히 좁혀지지 않는다면 조사위원회 구성 작업은 길어지고 그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조사위원회의 구성이 늦어지고 활동 기간이 길어지면서 내년 5월 19일로 잡힌 누리호 2차 발사 일정이 연기되거나 사업 목표가 변경될 수도 있다.

누리호의 사업 목표는 1.5t 실용 위성을 지구 저궤도(600∼800㎞)에 투입할 발사체를 만드는 것이다.

1차 발사에는 실제 위성 대신 1.5t 더미 위성이 실렸고, 2차 발사에는 0.2t 성능검증 소형위성과 1.3t 더미 위성이 탑재될 예정이다.
3단엔진 빨리 꺼진 이유는? 누리호 비행계측 분석 내일 착수
1차 발사에 진짜 실용위성이 아닌 더미 위성을 실은 것은 나로호(KSLV-I) 발사시 처음부터 고가의 위성을 탑재했다가 연달아 발사에 실패하는 아픔을 맛봤던 경험 때문이다.

러시아와 협력해 만들어진 나로호는 1, 2차 발사에서 개발비가 개당 136억5천만원에 달하는 과학기술위성2호를 탑재했으나 발사가 실패하면서 위성들도 사라져버렸다.

2013년 나로호 3차 발사에서는 개발비 20억원 정도를 들여 만든 나로과학위성이 탑재됐다.

21일 1차 발사에서 누리호에 실렸던 더미 위성은 고도 700㎞까지 올라가고도 목표한 속도인 초속 7.5㎞가 아닌 초속 6.7㎞ 밖에 내지 못해 궤도 진입에 실패하고 결국 추락했다.

항우연은 더미 위성이 호주 남쪽 해상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