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테라피는 차세대 치료법으로 부상하고 있으나, 이식한 미토콘드리아가 내놓는 신호물질들이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미토테라피는 차세대 치료법으로 부상하고 있으나, 이식한 미토콘드리아가 내놓는 신호물질들이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번 연재에선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알아보고자 한다. 세포 안으로 외래 미토콘드리아를 끌어들임으로써 새로운 유전 형질을 획득하는 과정을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동물실험 결과를 통해 나타난 미토테라피의 비임상 효력시험 결과와 이와 관련한 우려 사항이 무엇인지 살펴보려 한다.

선천면역과 염증반응을 조절하는 핵심 허브

미토콘드리아가 세포 내에서 에너지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미토콘드리아의 또 다른 핵심 기능은 선천성 면역 기능과 염증 반응을 매개하고 조절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미토콘드리아가 세포의 운명을 결정하게 된다. 미토콘드리아가 손상되면 내막에 있던 물질인 ‘시토크롬C’가 세포질로 방출돼 세포의 자가사멸(아폽토시스)을 유도한다.

미토콘드리아의 겉면에서도 또 다른 반응이 일어난다. 미토콘드리아 외막에 있는 ‘미토콘드리아 항바이러스 신호(MAVS)’ 단백질은 외부에서 온 바이러스 유전자를 인지한 뒤 인터페론과 핵인자 카파비(NF-kB) 신호를 활성화해 선천성 면역반응과 염증반응을 유도한다. NLRP3 인플라마좀 형성에도 관여해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일종인 인터루킨18, 인터루킨1β 등의 발현 정도를 늘린다.
세포 내부로 침투한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는 미토콘드리아의 융합과 분절을 억제하고 막전위를 변화시켜 세포 속 대사과정을 방해한다. MAVS에서 나오는 신호들이 세포 내 염증 유발 인자들의 발현을 촉진하는 것이다.
선천면역체계에서 미토콘드리아의 역할
선천면역체계에서 미토콘드리아의 역할
뇌세포에서도 염증반응을 관장하는 미토콘드리아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외부 병원균 없이 발생하는 무균성 신경염증은 알츠하이머 치매, 파킨슨병,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 다발성경화증 등의 퇴행성 뇌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밝혀졌다. 뇌에 존재하는 미세아교세포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미토콘드리아 활성산소(mROS)와 TNF-α 등의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분비돼 신경 염증을 일으킨다.

이 염증이 지속되면 신경세포가 사멸하면서 퇴행성 질환이 생기게 된다. 만성 염증은 암 발생과의 연관성이 25%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토콘드리아 기능 손상은 염증 유도 신호를 지속 발생시키기 때문에 만성적인 염증 질환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미토콘드리아가 원인이 되는 만성 염증은 정상세포를 암세포로 변화시킨다. 다양한 암 세포에서 미토콘드리아 유전자(mtDNA) 변이가 발견됐으며 이로 인해 미토콘드리아 내막에 존재하는 전자전달복합체 단백질의 변이가 활성산소와 염증 반응을 증가시키고 결국엔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토콘드리아의 세포 내 이입과 세포 형질전환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는 약 20억 년 전 고세균 안으로 들어간 알파프로테오박테리아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이 박테리아를 삼킨 고세균은 지금의 진핵세포로 진화했으며, 이 진핵세포와 공존하는 미토콘드리아의 전신이 알파프로테오박테리아라는 게 학계 정설이다. 세균과 달리 고세균류는 세포막을 자유롭게 움직이고 주변의 영양분을 둘러싸 삼킬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이러한 영양분 확보 방식을 세포 내 이입(엔도사이토시스)이라고 한다.

진핵세포에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감염되는 과정도 세포막을 통해 물질을 끌어당기는 세포 내 이입의 한 과정이다. 세포 내 이입은 포식작용(파고사이토시스), 거대음작용(매크로피노사이토시스), 수용체를 매개로 한 세포 내 이입 등 세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포식작용은 세포막에 존재하는 수용체와 특정 표면 물질과의 반응으로 일어난다. 이러한 포식작용을 활발히 하는 대표적인 세포가 대식세포다. 거대음작용은 불특정 물질이 세포에 유입되는 과정이다. 외부물질과 수용체의 반응 없이 비특이적으로 일어난다는 특징이 있다.

세포에서 떨어져 나온 미토콘드리아는 거대 음작용을 통해 세포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 세포막에 생성되는 주름, 층상위족(라멜리포듐), 수포 등이 세포 밖에 존재하는 미토콘드리아를 안쪽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토콘드리아 외막에 있는 수용체인 ‘CXCR4’가 ‘기질유래성장 인자(SDF)-1알파’에 반응해 주화성 이동을 하는 게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화성 이동은 화학적 자극에 의해 세포가 이동하는 현상이다.

SDF-1알파는 대식세포, B세포, T 세포와 같은 면역세포를 염증반응이 일어난 곳으로 끌어들이는 케모카인이다. 케모카인은 백혈구를 감염 부위에 끌어들이는 사이토카인의 일종이다. mtDNA가 훼손된 폐암 세포주(A549 ρ0)는 피루브산염과 유리딘을 배지에 넣어줘야만 증식이 가능하다. 이 두 물질이 제거된 배지에선 증식을 못하고 겨우 생명을 유지할 뿐이다.

그런데 이 세포주를 중간엽줄기세포와 함께 배양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줄기세포 안에 있던 건강한 미토콘드리아가 폐암 세포주로 전달돼 피루브산염과 유리딘 없이도 이 세포주 스스로 증식이 가능해진다.

미토콘드리아 단백질과 ATP 분해효소 합성을 억제해 세포를 죽이는 항생제도 있다. 클로람페니콜, 에프라펩틴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일부 세포는 mtDNA 안에 이들 항생제에 내성을 지니는 유전자 서열을 갖고 있어 죽음을 피할 수 있다.항생제 내성을 갖는 미토콘드리아를 분리한 뒤 항생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세포에 전달해주면 이 세포가 항생제 내성을 지닌 세포로 바뀌게 된다. 외래 mtDNA 유전형질이 다른 세포에 전달될 수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이와 같은 연구결과들은 세포들끼리 미토콘드리아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과 외래 mtDNA 유전형질을 획득하는 방식으로 세포의 형질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최용수의 미토콘드리아 세상] ‘미토테라피’에 대한 기대와 우려
미토테라피의 염증 억제 효능과 DAMP에 대한 우려

염증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선 두 가지 이론이 있다. 먼저 나왔던 이론은 병원체 연관 분자 패턴(PAMP) 이론이다. 면역체계가 외부에서 들어온 감염물질을 체내에 있는 자기(self) 물질과 구별하게 되면서 면역반응이 생긴다는 이론이다.

손상 연계 분자 패턴 (DAMP)은 다양한 이유로 손상된 세포에서 배출된 물질에 의해 비감염성 염증 반응이 생긴다는 이론이다. 외적인 요인으로 세포가 죽을 때 세포 내부의 물질들이 주변으로 쏟아져 나오면 DAMP로 작용해 염증을 유발한다.

세포가 괴사될 때 떨어져 나온 미토콘드리아나 mtDNA, ATP 등의 미토콘드리아 유래 물질들은 염증을 유발하는 신호물질로 인식돼 왔다. 이 때문에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직접 이식하는 미토테라피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존재한다. 이식한 미토콘드리아가 내놓는 신호 물질들이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 다양한 질환의 동물모델에 미토콘드리아를 이식한 뒤 증상이 호전된 사례들이 꾸준히 발표됐다. 허혈성 심장·간 질환, 폐질환,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등의 동물모델뿐만 아니라 뇌졸중, 파킨슨병, 치매, 척수손상, 조현병, 우울증 등 다양한 뇌질환 동물모델, 노화 동물모델 등에서 미토콘드리아를 병변 부위에 이식하거나 정맥을 통해 주입하는 등의 연구가 진행됐다.

이때 사용된 미토콘드리아의 종류는 자가, 동종을 가리지 않았다. 모든 경우에서 해당 조직의 기능 손상이 줄어들고 세포 내 염증 신호가 억제돼 대사기능이 회복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퇴행성 뇌질환 모델에서 정맥 투여한 미토콘드리아의 효능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뇌혈관 장벽(BBB)은 선택적 투과성을 갖고 있어 뇌를 철저하게 외부물질에서 격리해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BBB를 뚫고 신경세포까지 약물을 전달하는 게 신약 개발의 큰 난관 중 하나다. 그런데 뇌 조직에서 정맥 투여한 외래 미토콘드리아가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는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동종 미토콘드리아를 반복적으로 복강에 이식했을 때 염증성 인자가 증가하지 않았으며 심각한 면역반응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간을 이식한 동물모델에선 미토콘드리아에서 나온 DAMP 물질로 인해 염증이 증가했다는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심장을 이식한 마우스에게 미토콘드리아를 혈관으로 주입했을 때 혈관 내피 세포에서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가 활성화돼 면역반응이 증가했다는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심장, 간과 같은 장기를 이식했을 때 나타나는 미토콘드리아 유래 DAMP 염증 반응은 단순히 자가·동종 미토콘드리아만을 주입한 질환 모델과는 다른 조건인 것으로 보인다. 미토테라피를 장기에 이식한 후 나타나는 부작용 사례, 미토콘트리아와 장기를 함께 이식하는 사례 등으로 각각 나눠 연구해볼 만하다.

무엇보다 안전한 미토테라피를 위해선 더 많은 연구를 통해 안전성 결과들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세포에서 분리한 미토콘드리아의 안전성에 대해선 학계 의견이 분분하다. 세포를 파쇄하는 과정에서 유입될 수 있는 DAMP 인자들이 염증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체내에서 발생하는 염증은 세포 괴사로 유출된 고농도의 DAMP 물질들이 국소적으로 작용해 염증반응을 유발한다.

그러나 미토테라피 과정에서 제공되는 시료는 미토콘드리아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DAMP 물질들이 충분히 세척되고 희석되기 때문에 염증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연구자들도 있다. 미토콘드리아 정제 과정에서 DAMP 물질이 잔존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안전한 미토테라피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다음 연재에선 미토콘드리아를 신약으로 개발하고 있는 연구 내용들과 향후 필요한 기반 기술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저자 소개>

[최용수의 미토콘드리아 세상] ‘미토테라피’에 대한 기대와 우려
최용수
인하대에서 생물공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2009년 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줄기세포를 연구하던 중 2014년 줄기세포가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손상된 다른 세포에 전달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읽고 미토콘드리아 연구를 시작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0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