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통망만 유리" 지적…실효성 의문도
'리베이트 차별 허용' 그대로 두고서는 해결 기대 난망

소비자가 휴대전화를 살 때 이통사 외에 유통점이 주는 지원금의 한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이른바 '단통법' 개정을 정부당국이 추진하고 있으나, 유통 현장에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단통법의 틀을 유지하면서 약간 변화를 주는 이번 법안으로는 소비자 혜택은 그다지 늘지 않으면서 오히려 이용자 차별이 커지고 대형 유통망만 유리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단통법 개정안? 폰 유통 현장선 "이용자차별 해결 안될것"
◇ "이통사, 마케팅비 우려로 리베이트 규제 반대"
12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마련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말기유통법) 개정안과 관련, 이통사가 유통 채널에 지원하는 리베이트에 대한 규제 없이는 이용자 간 차별 문제를 오히려 키울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개정안은 방통위가 지난 7일 전체회의에서 정부입법 형식으로 추진키로 의결한 것이다.

이통사가 주는 공시지원금을 100%로 볼 때 유통점이 제공하는 추가지원금의 한도를 기존 15%에서 30%로 늘리는 내용이 골자다.

방통위는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지원금 경쟁이 활성화하고 불법지원금이 양성화함으로써 이용자 혜택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그러나 현장에선 리베이트가 불법지원금으로 전용되는 상황을 해결하려면 채널별 리베이트 차별을 금지하거나 지급 상한선을 도입해야 하는데도, 이번 개정안엔 이런 내용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이 통과돼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이른바 '성지'로 불리는 스팟성 불법지원금 문제는 여전할 것이고, 대다수 소비자의 부담으로 일부 소비자만 혜택을 보는 구조도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실에서 이용자 차별을 해소하고 리베이트의 불법지원금 전용을 방지하는 데 필요한 조치는 빠졌다는 것이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 관계자는 "이용자 전반에 대한 차별 금지를 법제화할 경우 마케팅비 증가를 우려해 이 부분을 (방통위의 단통법) 개정안에 포함시키는 것을 이통사가 반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방통위가 내놓은 단통법 개정안이 통과돼 시행되더라도) 이통사 입장에선 채널별 리베이트를 활용하면 점유율 유지에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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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세 소상공인, 현재 지원금 한도 채우기도 버거워"
방통위의 단통법 개정안이 영세 소상공인인 대부분의 판매점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생존을 위협하는 경쟁에 내몰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추가지원금 한도가 15%에서 30%로 높아지더라도, 높아진 한도를 쉽게 채울 수 있는 것은 자금력이 뒷받침되는 대형 유통 채널뿐이기 때문이다.

영세 판매점은 현재의 15% 한도를 채우기도 쉽지 않다고 KMDA 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따라 대형 유통 채널을 중심으로 현재의 불법지원금이 양성화되는 효과가 있을 뿐, 영세 판매점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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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자 혜택 증가 여부 및 제재 실효성에도 '의문'
판매점이 주는 추가지원금의 한도가 공시지원금 대비 15%에서 30%로 오른다며 '두 배로 오른다'고 방통위는 표현했으나, 결국 소비자가 받는 지원금 총액으로 따져 보면 '공시지원금의 115%'에서 '공시지원금의 130%'로 오르는 것이므로 약 13% 오르는 것이다.

이 정도 인상을 소비자 일반이 체감하기는 어려우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도 정해진 폭을 훨씬 초과하는 불법지원금이 횡행하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인식 변화가 생기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금도 추가지원금 한도가 공시지원금에 연동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통사가 공시지원금을 조절함으로써 지원금 총액을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다.

지금이나 법안 시행 후나 별로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이다.

단통법 위반에 대한 제재가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통신사의 매출액 대비 단말기유통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 비중이 2017년 2.7%에서 매년 감소해 지난해 1.4%까지 줄어들었다고 최근 국정감사에서 밝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통사가 지난해부터 마케팅비를 축소하는 흐름에서 판매점이 줄 수 있는 추가지원금의 한도를 높인다고 해서 그에 맞춰 이통사가 비용을 늘릴 것 같지 않다"며 "법 개정이 아니라 유통구조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