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뮨메드 "B형간염 뿌리 뽑는 치료제 만들 것"
B형 간염을 완전히 낫게 하는 치료제는 세상에 없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과 길리어드의 항바이러스제가 있지만 바이러스를 억제할 뿐 제거는 못한다.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평생 하루 한 번씩 약을 먹어야 하는 이유다.

항바이러스 단백질 ‘hzVSF’로 B형 간염 기능적 완치에 도전하는 이뮨메드의 안병옥 대표(사진)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이달 중 B형 간염 치료제의 국내 임상 2a상을 위한 첫 투약이 이뤄진다”며 “2023년 임상 결과가 나오는 시점에 기술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뮨메드는 지난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B형 간염 치료제의 임상 2a상 승인을 받았다.

이뮨메드가 B형 간염 완치 수단으로 내세운 물질 hzVSF는 항바이러스 원천 물질이다. 이뮨메드 창업자인 김윤원 한림대 의대 교수가 발견했다. 세포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vi-비멘틴’이라는 수용체가 나타나는데, hzVSF는 이 수용체에 결합하는 면역글로불린 항체다. 안 대표는 “hzVSF가 수용체에 달라붙으면 감염 세포 내 바이러스의 이동이나 복제가 막힌다는 점을 동물실험에서 확인했다”고 했다. hzVSF는 지난 6월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버피랄리맙’이라는 공식 성분명을 부여받았다.

이뮨메드가 타깃으로 하는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세계적으로 약 3억 명이다. 한국 국민의 3~4%는 B형 간염 항원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자신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10명 중 7~8명이다. 이들이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기고, 감염된 사람 가운데 일부가 치명적인 간질환을 앓는다.

이런 B형 간염이 완치가 어려운 주된 이유는 cccDNA(바이러스 복제의 형판 역할을 하는 DNA) 때문이다. 안 대표는 “항바이러스제 약을 끊으면 핵 안에 있는 cccDNA가 언제든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다시 만들 수 있다”며 “동물실험에서 hzVSF가 cccDNA를 제거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다만 “적응증별로 구체적인 기전 연구는 아직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이뮨메드는 hzVSF를 활용해 코로나19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러시아, 이탈리아에서 임상 2상을 마쳤고 이달 말 데이터가 나온다. 임상 2상 결과에 따라 인도네시아 정부에 긴급 사용승인을 신청할지 결정할 계획이다. 안 대표는 “임상 3상은 인도네시아에서만 할지, 러시아와 이탈리아와 묶어서 글로벌 임상으로 진행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뮨메드는 최근 코스닥시장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평가를 마쳤다. 인도네시아 임상 2상 결과를 토대로 이달 말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최종 상장은 내년 3월께로 예상하고 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