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발사대로 이송돼 기립한 누리호 기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지난 8월 발사대로 이송돼 기립한 누리호 기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누리호는 국내 우주항공 관련 기업 300여 곳이 힘을 모아 만든 합작품이다. 나로호(160여 곳) 때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기업이 참여했다. 1단 엔진을 러시아에서 통째로 들여왔던 나로호와 달리 누리호는 한국의 힘만으로 개발한 것이라 그만큼 많은 기업의 힘이 필요했다.

누리호 개발의 가장 큰 도전 과제는 로켓의 핵심인 엔진 국산화였다. 이를 주도한 기업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이 기업은 엔진 총조립은 물론 터보펌프, 주요 개폐밸브 등 부품 제조를 담당했다. 세계적 수준인 항공기용 엔진 조립 기술을 누리호에 접목한 게 국산화 성공 비결로 꼽힌다. 스페이스솔루션은 영하 200도 극저온 환경에서 작동하는 솔레노이드 밸브, 프로펠런트(추진체) 탱크 등을 제작해 납품했다. 극한 환경인 우주에서 누리호가 단계별 목표 지점으로 차질 없이 날아가도록 하는 핵심 요소다. 3000도 이상 화염을 견뎌야 하는 1단 연소기엔 비츠로넥스텍 기술이 들어가 있다. 이 밖에 에스엔에이치, 네오스펙, 삼양화학, 하이록코리아 등도 엔진 개발에 힘을 실었다.

누리호는 원래 올 2월 발사될 예정이었으나 8개월 연기됐다. 누리호 최하단인 1단 로켓과 2단 로켓을 연결하는 전방동체에 문제가 생겨서다. 이때 구원투수로 나선 게 한국화이바다. 이 회사는 두께가 1㎜ 정도로 얇으면서도 강한 압력을 견딜 수 있는 탄소복합소재 개발에 일가견이 있다. 한국화이바 복합소재로 만든 전방동체는 합격점을 받았고, 누리호 개발도 다시 정상 궤도를 찾았다.

누리호가 발사되는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 가면 45m 높이의 초록색 구조물 ‘엄빌리칼 타워’가 눈에 확 들어온다. 발사체에 연료(케로신), 산화제(액체산소)를 주입하는 주요 구조물이다. 탯줄을 뜻하는 엄빌리칼이란 단어가 들어간 이유다. 엄빌리칼 타워를 비롯한 지상 발사대 제작은 현대중공업이 주도했다.

두원중공업은 산화제 탱크와 연료 탱크 사이를 연결하는 구조체 제작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엔진을 비롯한 모든 부품, 구조물이 오차 없이 작동하도록 조립을 총괄하는 역할을 했다.

누리호엔 발사와 이동 제어를 위해 각종 컴퓨터 장치가 들어간다. 이런 장치들끼리 신호를 주고받는 데는 전선 다발인 ‘와이어하네스’가 필요하다. 와이어하네스 납품은 카프마이크로가 했다. 로켓 내 두뇌인 전자컴퓨터(에비오닉스)는 단암시스템즈 등이 제작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