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당근마켓 대표 / 사진=당근마켓
김용현 당근마켓 대표 / 사진=당근마켓
이용자 주변 정보를 활용한 인터넷 서비스 시장이 커지고 있다. 일명 ‘하이퍼로컬(hyper-local·지역 밀착형) 서비스’다. 중고 거래 플랫폼이 대표적이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람들의 행동 반경이 좁아지면서 하이퍼로컬 서비스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대표적인 지역 밀착형 인터넷 서비스로 당근마켓이 꼽힌다. 이용자 수가 작년 550만 명에서 올해 2100만 명으로 급증했다.

‘같은 동네에서 중고거래 서비스’라는 사업 모델로 시작해 지금은 구인·구직, 부동산 등 각종 지역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도 당근마켓을 적극 이용하고 있다. 당근마켓과 인천시 부평구는 관내 22개 동에 거주하는 주민을 대상으로 유용한 지역 생활정보와 소식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의 국민지원금 사용이 가능한 동네 상점들을 한데 모아 보여주는 서비스도 추가했다.

당근마켓은 올해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벤처)으로 성장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지난달 1789억원을 추가로 투자 받은 과정에서 기업 가치 3조원을 평가받았다.

DST글로벌과 에스펙스매니지먼트, 레버런트파트너스 등이 신규 투자사로 참여했다. 당근마켓의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2270억원에 달한다.

설립 6년 만에 국내 주요 인터넷 서비스로 떠오른 당근마켓의 성장 과정을 마케팅 측면에서 살펴봤다.

상황 1 압도적 1위 ‘중고나라’
도전 1 직거래 앞세워 차별화

당근마켓은 2015년 7월 ‘판교장터’라는 이름으로 경기도 판교 지역에서 중고거래 서비스로 시작했다. 같은 해 10월 ‘당근마켓’으로 사명과 서비스명을 변경했다.

당시에도 지금의 경쟁 서비스인 네이버 카페 기반의 ‘중고나라’가 있었다. 소비자 상당수가 온라인 중고거래를 하기 위해 중고나라만 찾을 정도로 업계의 압도적 1위 서비스였다.

당근마켓은 직거래를 앞세웠다. 중고 거래 성사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신뢰라고 생각했다. 직접 만나서 거래할 경우 제품의 상태, 사기 문제 등이 해결된다.

당근마켓은 대부분의 중고 사기 피해가 비대면 택배 거래에서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서비스 초기부터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인증 방식으로 동네 이웃들만 연결하고 지역 주민들이 직접 만나 물건을 보고 거래하는 환경을 조성했다.

전화번호 기반의 가입 방식을 채택해 고령자나 디지털 기기를 다루기 힘든 소비자도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중고나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전문판매업자도 차단했다.

다음은 서비스 홍보였다. 창업 초기에 판교 지역 주민들에게 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했다. 온라인 마케팅에서 아파트 게시판 광고는 물론 직원들이 직접 전단지를 돌려보기도 했다.

판교역 앞에서 드론에 광고 현수막을 달아 띄우는 등의 이색 마케팅도 시도했다. 당근마켓은 입소문을 타고 경기 용인, 수지 등 지역 거점을 확대했고, 2018년 1월 전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상황 2 치열해진 중고거래 플랫폼 경쟁
도전 2 이용자 맞춤형 서비스 제공

당근마켓은 국내 중고거래 시장이 커진 덕도 봤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2008년 4조원에서 지난해 20조원으로 12년 만에 5배 성장했다.

국내 경제 상황과 소비 문화 변화에 따라 중고 제품을 찾거나 판매하는 소비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당근마켓의 경쟁 서비스들도 사세를 키웠다.

중고나라는 안전거래 기능을 강화했다. 번개장터는 각종 인수합병(M&A)으로 회사를 키웠다. 택배거래를 앞세운 헬로마켓은 비대면 거래에서 발생하는 사기 거래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를 공략했다.

당근마켓은 ‘이용자와 소통 강화’를 마케팅 포인트로 잡았다. 지금도 당근마켓은 다양한 이용자와 인터뷰를 통해 서비스를 개선하고 있다.

서비스 개발자와 기획자도 참여해 이용자의 요구 사항을 서비스에 반영한다. 거래의 신뢰를 높이는 거래 후기, 매너 온도, 활동 배지 등의 기능은 이용자의 의견을 적용한 결과다.

이용자 프로필에서 이용자의 신뢰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거래 후 상대방의 평가를 통해 기본 36.5도에서 온도(점수)를 높일 수 있다.

온도의 수치가 높을 수록 이용자의 신뢰도가 높아져 중고 거래가 수월해지는 방식이다. 당근마켓의 핵심 기능 중 하나다.

당근마켓이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내놓은 자체 상품인 ‘당근 장바구니’도 이용자와 소통 과정에서 나왔다.

최정윤 당근마켓 마케팅 리드는 “당근마켓은 지금도 이용자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쌍방향 소통의 마케팅’을 지향한다”라고 설명했다.

당근마켓, 하이퍼로컬 서비스 1위된 비결


상황 3 코로나19 확산
도전 3 지역 정보 서비스로 확장

지난해 코로나19가 퍼지면서 비대면 문화가 확산했다. 원격 근무가 늘고 온라인 서비스를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은 줄었지만 온라인 쇼핑몰은 호황이었다. 사람들의 이동 거리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하이퍼로컬’ 서비스가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이용자 인근 지역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당근마켓에는 기회였다. 하지만 이런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하면 성장세가 떨어질 위험도 있었다.

당근마켓은 지역 커뮤니티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했다. 현재 당근마켓은 중고 거래뿐만 아니라 지역 기반의 다양한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동네생활’, ‘내 근처’ 등의 서비스로 동네 정보의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 중이다.

‘동네생활’은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이웃끼리 유용한 지역 정보나 소식을 나누고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온라인 소통 서비스다.

‘내 근처’에서는 인테리어, 카페, 헤어숍, 용달 서비스 등 동네 기반의 다양한 가게 정보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실제 가게를 방문한 동네 주민들의 후기, 가격, 위치, 동네 주민에게만 제공되는 각종 할인 혜택도 확인이 가능하다.

지난달 추석 명절 기간에는 명절 선물이나 제수 음식으로 소비자가 많이 찾는 과일, 고기, 생선 등을 판매하는 전통시장 및 동네 가게 정보를 한 곳에서 제공하는 ‘추석특별전’을 운영하기도 했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10년 전부터 중고거래 시장의 급격한 성장은 예상됐다. 2010년 이후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중고거래 플랫폼에 도전했다.

중고거래 서비스는 대부분 비슷했다. 판매자와 구입 희망자를 연결해주는 기능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결국 중고 제품의 규모에 회사의 성장이 달려 있다.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다.

후발주자였던 당근마켓은 압도적 1위 서비스였던 중고나라까지 추월했다. 가장 많은 이용자를 확보했다는 뜻이다.

당근마켓은 초창기부터 ‘쉽고 간단한 중고 거래’를 마케팅 포인트로 잡았다. 직거래 우선이기 때문에 사기 여부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거래에 앞서 이용자가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용이 쉽다.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하듯이 몇 가지 확인하고 약속 장소와 시간만 정하면 된다. 간단하다. 무엇보다 편하다. 이용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서비스를 꾸준히 개선했기 때문이다.

최 리드는 “당근마켓은 ‘소통’을 가장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있다”라며 “전 연령대가 사용하는 서비스인 만큼 모든 이용자를 아우를 수 있고 이용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마케팅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주완 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혹시 당근이세요?” 당근 거래를 한번이라도 시도해본 사람이라면 매우 익숙한 표현이다. 이 표현은 언제부터인가 당근 거래의 상징이 되었고, 당근마켓은 중고 거래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다.

거래하는 제품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나오는 아빠들의 모습부터, 당근 거래가 맺어준 연인까지 우리 주변에는 당근 거래와 관련한 에피소드들이 하나쯤 있다. 자신의 매너 온도가 올라가는 모습에서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당근마켓의 성공 요인을 기존 중고 거래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적 장벽” 해결에서 찾을 수 있다. 심리적 장벽이란 혁신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나 선입관이 새로운 혁신의 수용을 방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중고거래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였을 때, 많은 소비자들이 비대면 택배 방식에서 발생하는 사기 등의 피해를 경험하거나 전해 들은 적이 있다. 이로 인해 형성된 중고거래에 대한 부정적 인식, 즉 심리적 장벽이 새로운 중고거래 플랫폼의 수용을 방해해 왔다.

그런데 당근마켓이 이를 ‘동네 이웃’과의 ‘대면 거래’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하였다. 기존의 심리적 장벽이 성공적으로 무너지자 애초에 중고거래 시장에 참여하지 않았던 새로운 고객층까지 추가로 유입되었다. 실제로 최근 당근마켓은 MZ세대 뿐만이 아니라, 청소년, 중년, 노인층까지 모두 참여하는 전국민의 중고거래 플랫폼이 되었다.

경험의 차별화” 역시 당근마켓의 대표적인 성공 요인이다. 최근 IT기술이 발전하면서 글로벌 환경에서 비대면 상황을 경험하는 것이 새로운 일상이 되고 있다. 그런데, 당근마켓은 어찌 보면 이러한 추세에 반대로 가는 것처럼 보인다.

당근마켓은 글로벌이 아닌 ‘동네’라는 작은 로컬 마켓에서 비대면으로 시작하지만 최종 거래는 ‘대면 방식’을 추구한다. 이는 글로벌, 비대면에 익숙한 요즘 소비자들에게 오히려 새롭고 차별적인 경험이 될 수 있다.

이제 당근마켓은 어느 정도 충분한 고객 기반을 마련하였다. 앞으로는 이 고객 기반을 어떻게 계속 락인(Lock-in)시킬 것인가, 그리고 이 고객 기반을 활용하여 어떤 새로운 서비스로 확장할 것인가가 과제일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결국 당근마켓만의 차별점인 로컬, 사용자 상호작용, 신뢰라는 가치제안 속에 그 해결책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중고 거래 플랫폼을 아직 이용해 보지 못했다. 하지만 제자들이나 주변 지인들의 경험담은 꽤 들어봤다. “편리하다”와 “속시원하다”는 사람이 많았다.

생각보다 어렵거나 번거롭지 않아서 편리하게 이용했다고 호평했다. 집 안에서 자리만 차지하던 물건을 손쉽게 처리해서 후련했다는 이야기도 많았다.

중고 거래 플랫폼이 이처럼 유용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마음에 걸리는 문제가 있다. 혹시나 나쁜 사람을 만나서 사기 피해를 입지 않을까라는 걱정이다. 언론이나 SNS에서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사기를 당했다는 소식을 자주 접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비자는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여러 위험에 노출된다.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는 판매자 정보와 상품 설명 정보를 살펴보면서 불충분하거나 잘못된 정보로 사기를 당할 위험이 있다.

제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는 판매자가 제공하는 정보를 100%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에 역시 사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판매자와 만나서 제품을 수령할 때는 얼굴 등 자신의 정보가 노출되므로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케이스스터디 기사에 따르면 당근마켓은 소비자들의 신뢰를 확보해 성공할 수 있었다. 구매자가 판매자의 신뢰 수준을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고 구매자의 평가를 통해 판매자의 신뢰 수준이 바뀌게 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었다.

이와 함께 전화번호 기반 가입 방식이라서 고령자나 디지털 기기를 다루기 힘든 소비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한 점도 돋보였다.

플랫폼 전성시대다. 플랫폼은 양쪽을 연결하는 게 핵심 기능이다. 한 쪽이 다른 쪽을 믿지 못하거나, 속고 속이는 상황이 벌어지면 플랫폼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

중고 거래 플랫폼은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성’을 줄여야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정보 대칭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말이다.

구매자가 중고 상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고 판매자와 상품에 대해 원하는 만큼 이해할 수 있게 도와야 정보 대칭성이 확보될 수 있다.

‘쉽고 간단한 중고 거래’를 넘어 ‘언제나 안심할 수 있는 중고 거래’를 지향해야 성공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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