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밴 스토리즈'를 착용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사진=레이밴 유튜브 캡처]
'레이밴 스토리즈'를 착용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사진=레이밴 유튜브 캡처]
삼성전자와 애플, 페이스북, 구글, 샤오미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스마트폰, 스마트워치에 이어 차세대 먹거리로 스마트글라스를 점찍었다. 수년 내 메타버스 시대가 본격 도래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시장 규모가 최대 수백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기술개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장기적으로 스마트글라스가 스마트폰을 대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플, 내년 증강현실 헤드셋 출시 준비 중"

2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폴더블폰 출시에 앞서 먼저 스마트글라스의 일종인 '증강현실(AR) 헤드셋'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신제품 정보를 잘 맞추기로 유명한 밍치궈 대만 TF인터내셔널증권 연구원은 애플의 첫 AR 헤드셋이 내년 4~6월께 출시될 예정이라고 내다봤다.

애플이 개발 중인 AR 글라스와는 다른 제품이다. AR 글라스가 작고 날렵한 스마트안경에 가까운 형태라면 AR 헤드셋은 안경보다는 고글에 가까운 형태로 추정된다. AR 헤드셋은 애플워치 와이파이 모델처럼 아이폰과 연결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고급형과 보급형 모델로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애플 AR글래스 이미지 [사진=트위터 캡처]
애플 AR글래스 이미지 [사진=트위터 캡처]
듀얼 8K 디스플레이를 지원하며 AR뿐 아니라 가상현실(VR)도 구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를 위해 AR 콘텐츠용 투명 모드, VR 콘텐츠용 불투명 모드를 모두 제공할 수 있는 소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이미 AR 헤드셋에 탑재될 5나노 맞춤형 칩 개발도 완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AR 헤드셋 출고가는 한화 230만~350만원 수준, 연간 출하량은 200만~250만대로 예상된다.

애플은 스마트글라스 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위해 지난해 5월 VR 전문 스타트업 '넥스트VR'을 인수했다. 애플은 지난 1월에는 '애플글라스'(가칭)를 이용해 아이폰과 아이패드 잠금해제 과정을 생략하는 기술을 미국 특허청에 등록하기도 했다.

페이스북 '레이벤 스토리즈' 출시…출고가 35만원

삼성전자도 뿔테에 큰 안경알이 달린 관련 제품을 준비 중이다.

지난 2월 정보기술(IT) 팁스터(정보유출가) 워킹캣은 '삼성 AR 글라스'와 '삼성 글라스라이트' 영상을 공개했다. 삼성 AR 글라스는 착용하면 3차원 홀로그램 영상을 볼 수 있으며 터치를 통해 조작, 업무를 수행한다. 삼성 글라스라이트 역시 AR 화면을 띄워 화상통화 등을 할 수 있다.

해당 제품은 가상 화면은 물론 삼성 갤럭시워치를 통한 조작, 휴대용 미디어, 덱스 디스플레이, 화상 통화, 선글라스 모드 등을 지원한다. 1인칭 시점의 드론 조종까지 가능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페이스북은 지난달 스마트글라스 '레이밴 스토리즈'를 출시했다. 출고가는 299달러(약 35만원). 안경테에 듀얼 카메라 렌즈가 적용돼 착용한 채 사진이나 영상을 찍을 수 있다. 스마트폰의 페이스북 어플리케이션(앱)으로 촬영한 사진 또는 영상을 페이스북 계정에 올릴 수 있으며 음악을 재생하거나 음성 비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AR글래스 관련 영상 [사진=트위터 캡처]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AR글래스 관련 영상 [사진=트위터 캡처]
페이스북은 레이밴 스토리를 발표한 직후 최고기술책임자(CTO)로 하드웨어 사업부 책임자이자 레이밴 스토리 개발을 주도한 앤드루 보스워스를 임명했다. 미국 CNBC는 "보스워스의 승진은 소프트웨어 기업인 페이스북이 하드웨어를 우선순위로 삼겠다는 의도"라고 의미 부여했다. 페이스북이 스마트글라스를 미래 주력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샤오미도 지난 14일 유튜브 채널에 '눈앞에 펼쳐진 디스플레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고 스마트글라스 콘셉트 제품을 공개했다. 일반 안경과 비슷하게 생긴 이 스마트글라스는 무게가 51g에 불과한 것이 가장 큰 경쟁력으로 꼽힌다.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스마트폰의 알림을 표시하고 전화를 걸 수 있으며 전면에 사진 촬영용 카메라도 있다.

스마트글라스의 원조 격인 구글은 앞서 2012년 첫 제품을 내놨지만 곧 제품 개발을 중단했다. 일상적으로 쓰고 다닐 수 없을 정도로 무겁고 큰 데다가 가격도 비쌌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이 커지면 구글도 다시 관련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가격 경쟁력 확보, 콘텐츠 개발, 보안 문제 해결해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스마트글라스 제품을 내놓거나 특허 등록에 속도를 올리면서 시장은 본격 확대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AR 글라스의 전세계 출하 대수는 2019년 기준 20만대에 불과했지만 2024년 411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관련 업계가 스마트글라스에 주목하는 이유는 메타버스 생태계와 연관성이 깊어서다. 조사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전 세계 XR(증강현실 AR, 가상현실 VR, 혼합현실 MR 등을 아우르는 개념) 시장 규모가 폭발적 성장을 보일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IDC는 XR 시장 규모가 2024년 1368억달러로 2019년 79억달러에서 연평균 76.9%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 역시 XR 시장 규모가 2021년 307억달러에서 연평균 113% 성장해 2024년에는 2969억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구글 글래스 초기 모델 익스플로러 에디션(Explorer Edition)을 착용하고 있는 모델의 모습. [사진=이베이 홈페이지 캡처]
구글 글래스 초기 모델 익스플로러 에디션(Explorer Edition)을 착용하고 있는 모델의 모습. [사진=이베이 홈페이지 캡처]
최근 5G(5세대 통신) 기반 초고속 네트워크망까지 활성화돼 VR·AR기술 발전 속도가 더 빨라졌다는 점도 스마트글라스 시장 성장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도 스마트글라스 생태계를 싹 틔운 배경이 됐다. 스마트폰과 달리 자유롭게 두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차세대 IT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인포메이션'은 지난 6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스마트글라스 시장은 일렉트로닉스,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에서 제품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2027년까지 큰 폭의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특히 액티브 스마트글라스 부문이 큰 성장을 나타내면서 2027년에는 53억3000만 달러의 매출을 나타낼 것으로 예측된다"며 "용도별로는 건설·건축 부문이 10%의 연평균 복합 성장률(CAGR)으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선 장기적으로 스마트글라스가 스마트폰도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이 웨어러블 AR 기기에 힘을 쏟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 애플이 첫 폴더블폰 출시에 앞서 AR 헤드셋을 선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애플의 웨어러블 AR 기기 및 스마트글라스에 대한 관심을 방증한다.

관건은 편의성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글라스 기기들이 잇따라 출시되겠지만 이용자들이 불편함 없이 쓰려면 최소 3년은 지나야 할 것"이라며 "3년이면 삼성전자나 애플이 시장 반응을 모니터링하고 관련 마케팅을 펼쳐 시장을 창출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글라스가 가져올 혁명의 핵심은 두 손이 자유로워진다는 것"이라며 "위험한 산업 현장과 의료 현장, 각종 연구 현장에서 쓰임새로 대폭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더 중요한 포인트는 가격과 콘텐츠, 보안"이라며 "이질감을 없애고 생태계를 확장하려면 가격 부담을 낮춰야 하고 사용자경험(UX)과 인터페이스(UI)와 콘텐츠도 너무 늦지 않게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보안과 사생활 침해 논란도 대비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