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보의 데이터&대담]
황보현우 하나금융그룹 데이터총괄

'데이터 리터러시' 높일 교육 체계 필요
"인사가 만사"…협업 최우선 조직 문화
산학 협력도 활발…스타트업 투자 계획
"데이터 끝은 고객편의·의사결정 지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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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밍 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황보현우 하나금융지주의 그룹데이터총괄(CDO) 상무 겸 하나은행의 데이터&제휴투자본부장은 1일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국의 대표적인 데이터 전문가 중 한명으로 꼽히지만 최근 학생·직장인들 사이에서 프로그래밍 교육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은 무조건 반길만한 일은 아니라고 했다.

일반인에게는 프로그래밍 교육보다는 데이터를 목적과 상황에 맞춰 활용하는 '데이터 리터러시'(데이터 해석 능력) 교육을 하는 게 더 시급하다고 했다. "데이터 전문팀에 배치돼 일을 하는 게 아닌한, 일반 현업에서는 어렵게 배운 프로그래밍을 업무에 적용하는 일이 많지 않다. 그것보다는 엑셀 등 간편한 도구만으로도 자신의 업무 방식과 성과를 개선할 수 있도록 데이터 리터러시 능력을 키워야 한다."

지난 8월부터 하나금융에 둥지를 튼 황보 상무는 수식어가 여러 개다. 데이터 전문가, 벤처투자 전문가, 베스트셀러 작가, 전직 교수다. 코오롱베니트에서 빅데이터분석팀을 만드는 등 데이터 분야에서 개척가로 일해온 그는 2018년 영국 캠브리지국제인명센터(IBC)의 '세계 100인의 전문가'에 선정되기도 했다.

하나금융그룹은 그간 전 직원이 기본적인 코딩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교육을 지원해 왔다. 황보 상무는 교육 후기와 현장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그룹 내 데이터 교육 커리큘럼을 개편해 조직원에게 데이터 활용 가이드를 제시할 계획이다. 그간 온라인 강의 위주로 진행 해왔던 데이터 교육을 현장에서 직접 활용이 가능한 실용 중심의 교육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그의 목표는 그룹 전 직원의 데이터 리터러시를 높이는 것.

황보 상무가 그룹의 교육 시스템부터 혁신하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미 현장은 금융기관끼리의 경쟁이 아니기 때문이다. 황보 상무는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 디지털 인력 비중은 많게는 절반에 달한다"며 "이들과의 경쟁에서 고객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데이터 리터러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고 말했다.
"미래 위해 판 다시 짰다…핵심은 '콜라보'"
사진=황보현우 하나금융그룹 데이터 총괄 겸 하나은행 데이터&제휴투자본부장

사진=황보현우 하나금융그룹 데이터 총괄 겸 하나은행 데이터&제휴투자본부장

교육 시스템 개편은 혁신의 첫 단추에 불과하다. 그는 "하나금융에서는 그간 금융권에서 불가능했던 혁신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유는 '협업이 가능한 틀'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데이터는 흩어진 데이터를 모으는 '통합'이 선행돼야 활용이 가능해진다. 보통 관계사마다 데이터 담당 임원이 달라 각자 지표만 보고 의사결정을 내려 그룹 내 시너지가 나기 어려운 환경이다. 하지만 하나금융에서는 황보 상무를 그룹 데이터 총괄로 임명했기에 관계사 간 협력을 이끌 수 있게 됐다.

현재 하나금융융합기술원과 하나은행 AI Lab에 있는 데이터 관련 석박사 인력만 50여 명에 달한다. 이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최근 전문계약직 3명을 정규직화하기도 했는데, 이 또한 은행권에서는 전례 없는 시도다. 그는 "인사가 만사다"며 "향후 데이터 전문인력의 추가 충원을 통해 그룹의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외부 산학협력 프로젝트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그는 "하나금융그룹의 미래는 내외부를 불문한 '콜라보'(협업)에 달려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카이스트·포스텍과 산학협력을 통해 AI 기반 모형을 개발하고 있다"며 "향후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그룹 내 신용평가 등 주요 업무에 활용될 수 있도록 협력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기술을 가지고도 자본이 없는 스타트업을 선발해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그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과 금융 지원을 위해 전문가를 충원하고 스타트업 특화 공간을 추가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모든 게 가능한 배경에는 하나금융그룹 김정태 회장의 '거시적인 안목'(Big Picture) 덕분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조직적인 변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그룹 CEO의 강력한 드라이브가 없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2018년 하나금융그룹을 '데이터 기반 정보회사'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인력과 인프라 투자를 대거 단행해왔다.
"제대로 된 '하나' 추천할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로 고객 편의와 그룹 내 의사결정 지원 체계를 이룩하는 일은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황보 상무는 내다봤다.

통상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언급할 때 '상품 추천'을 이야기할 때가 많다. 황보 상무는 금융에서 접근하는 빅데이터는 달라져야 한다고 믿는다. 그는 "빅테크 기업의 금융 상품을 보면 몇 개 안되거나 하나만 있는 경우도 있다"며 "이와 같이 다양한 상품 추천이 아니라 고객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단순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여러 가지 상품을 만들어서 고객에게 선택을 맡기기보다, 고객 수요를 충족시키는 소수의 상품을 빅데이터로 미리 만들어 고객에게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향후 채널 및 영업 혁신, 고객 관리 부문에서도 데이터 분석을 통한 접근을 강화하겠다고 언급했다. 기존에는 상품추천·신용평가·고객이탈 방지 등 AI 기반 모형 개발을 통해 손님의 만족도를 높이거나 현업 부서의 업무를 효율화하는 부분에 중점을 두었다면, 앞으로는 데이터가 모든 의사결정 지원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황보 상무는 "데이터의 중요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기업의 경쟁력이 결정된다"며 "전 직원이 AI와 함께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환경과 문화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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