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메릴랜드대 생쥐 정자 관찰
머리 클수록 수영 잘 해
사진 University of Maryland

사진 University of Maryland

정자의 머리 크기가 난자와 수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메릴랜드대 연구진은 생쥐에서 정자가 이동하는 모습을 관찰해, 머리 너비가 큰 정자가 난자에 더 빨리 도달하는 것을 확인했다. ‘영국왕립학회 저널(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22일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정자의 머리 부분이 넓적할수록 ‘집단 수영(collective swimming)’에 능했다.

대다수의 정자는 꼬리를 좌우로 움직이며 각자 이동하지만, 드물게 집단 행동을 보이는 정자도 있다. 서로의 머리를 응집시킨 뒤 빠르게 헤엄치는 것이다.

남성 불임의 원인 중 하나인 정자의 ‘응집’은 일관성이 없게 엉켜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서로의 운동을 방해해 생식력을 떨어뜨린다. 반면 집단 수영은 정자의 꼬리가 한 방향으로 정렬되게끔 결합해 서로의 운동에 도움을 준다.

관찰 결과 정자들은 각자 헤엄치다가 난자와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집단 수영을 시작했다. 연구진은 집단 수영과 정자들의 형태학적인 구조의 연관성을 알아보기 위해, 6종의 생쥐 정자 세포 이미지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정자 머리의 세로 길이에 비해 너비가 넓은 정자가 집단 수영에 많이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의 주요 저자인 크리스틴 훅 메릴랜드대 생물학과 연구원은 “넓은 노(paddle) 모양의 정자가 그룹을 형성하고 협동적으로 수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정자가 서로 머리를 결합하는 데 일종의 접착 분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하이디 피셔 메릴랜드대 생물학과 교수는 “세포의 머리가 넓을수록 접착할 수 있는 표면적이 넓어져 집단을 잘 형성하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했다.

피셔 교수는 2014년에 수행한 연구에서 집단 수영의 매커니즘을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정자가 이동하는 속력 자체는 혼자 수영하는 정자가 빠르지만, 방향을 자주 틀면서 이동한다. ‘딴 길로 새는’ 정자가 많다는 의미다. 반면 집단 수영을 하는 경우 일정한 방향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난자에 더 빨리 도착한다. 연구진은 약 6~7개 정도의 정자가 결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했다. 피셔 교수는 논문을 통해 “정자가 질에서 자궁을 통과할 때 자궁 경부의 점액을 통과해야 한다”며 “점성이 높은 유체를 통과할 때 특히 이런 집단 수영이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포유류에 속하는 바늘두더지와 오리너구리의 경우 집단 수영을 하는 정자가 개별 정자보다 약 3배 속도가 빨랐다. 사하라사막개미(Cataglyphis savignyi)의 경우 1.5배 정도 빨랐다.

이번 연구는 정자의 생식력을 높이는 치료 연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자의 운동성은 남성의 생식력을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요소이기 때문이다. 피셔 교수는 “그간의 연구를 통해 많은 종에서 집단 수영이 난자에 도달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아직은 동물 모델에서 정자 운동성을 높이는 다양한 요인들을 연구하고 있지만, 향후 인간에서도 연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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