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사진=엔씨소프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사진=엔씨소프트]
위기의 엔씨소프트가 선보이는 신작 '리니지W'는 성공할 수 있을까. 그간 엔씨의 성장을 '하드 캐리'한 리니지 수익 모델과 흥행 공식을 버려야 하는 역설적 상황에 직면한 데다, 김택진 대표가 '대대적 변화'를 예고한 직후 공개되는 첫 작품인 만큼 관심이 모아진다.

리니지W, 글로벌 게임 시장 본격 겨냥

27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이번주 일요일(10월3일) '세계 3대 게임쇼'로 꼽히는 일본 도쿄게임쇼에서 신작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W를 공개한다. 엔씨가 도쿄게임쇼에 참여하는 건 2004년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해외 매출 다변화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기대를 모았던 '블레이드 앤 소울2' 흥행 실패와 리니지식 수익모델(BM) 논란으로 흔들리는 엔씨소프트로선 '리니지W'로 분위기 반전을 꾀해야 한다. 추석연휴 직전인 지난 16일 김택진 대표는 전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그간의 성공방정식을 냉정히 재점검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사진=도쿄게임쇼 화면 캡처]
[사진=도쿄게임쇼 화면 캡처]
리니지W는 월드와이드(Worldwide)를 콘셉트로 개발한 글로벌 타이틀이다. 풀 3D 기반의 쿼터뷰(위에서 아래로 비스듬히 보는 시점), 글로벌 원빌드(하나의 게임 버전에서 다양한 국가의 언어를 지원하는 방식), 멀티 플랫폼(모바일, PC, 콘솔) 서비스를 제공한다. 글로벌 이용자들을 위한 실시간 인공지능(AI) 번역 기능을 구현했다.

엔씨는 리니지W 글로벌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리니지 지식재산권(IP)에 익숙한 일본을 낙점했다. 엔씨 관계자는 "리니지W는 글로벌 동시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어 사전 마케팅 필요가 제기됐다"며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 이용자에게 게임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자 게임쇼 참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택진 대표 '변화 의지' 드러낸 후 첫 신작

리니지W는 엔씨의 해외 매출 기대작이라는 중책을 짊어졌지만 그보다 김 대표가 변화 의지를 드러낸 직후 발표되는 첫 신작이라는 점을 업계는 더 주목하고 있다. 최근 비판 받고 있는 엔씨가 어떤 돌파구를 선보일지에 눈길이 쏠린다.

위기의 중심에는 블소2가 있다. 블소2는 엔씨의 간판 게임 중 하나인 '블레이드 앤 소울'의 후속작으로, 하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꼽혔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의 과금 정책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이 누적돼온 상태에서 블소2가 기존 리니지 시리즈와 비슷한 과금 모델을 도입하고 블소 PC 버전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며 흥행에 실패했다.

연초 100만원을 돌파했던 엔씨 주가는 최근 50만원대까지 주저앉은 상황. 여론이 심상치 않자 엔씨는 이례적으로 수차례 이용자들 의견을 빠르게 반영해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1900억원을 들여 자사주까지 매입했지만 주가 반토막을 막지는 못했다.
[사진=엔씨소프트]
[사진=엔씨소프트]
업계에서는 이용자 간 경쟁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엔씨의 '리니지식 BM'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본다. 올 상반기 출시된 '트릭스터M'과 지난달 출시된 블소2는 그동안 큰 성공을 거둔 리니지식 BM을 적용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최근에는 리니지M에 '유일' 등급 변신 카드를 출시하는 악수를 뒀다. 최소 수십억원이 요구되는 최고 등급 변신 카드를 신작 '리니지W'가 공개된 시점에 업데이트하자 일부 유저들은 "리니지W 출시를 앞두고 남아 있는 유저들 대상으로 한몫 단단히 챙기겠다는 의도"라며 비난했다.

그러자 김 대표가 직접 나섰다. 그는 "엔씨를 둘러싼 외부 반응이 냉담하다. 게임은 물론 엔씨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고 엔씨가 위기에 빠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며 "최고경영자(CEO)로서 엔씨가 직면한 현재 상황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우리가 가진 문제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우리의 변화를 촉진해 진화한 모습을 만들어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혁신 포인트 보여야"

리니지W [사진=엔씨소프트]
리니지W [사진=엔씨소프트]
리니지W는 블소2 논란 직후 출시하는 첫 타이틀인 만큼 김 대표가 공언한 변화를 선보일 첫 시험대가 됐다. 만약 리니지W 역시 블소2와 별다른 바 없이 기존 리니지식 BM을 선보인다면 엔씨를 둘러싼 여론은 한층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김학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시장의 상위 게임인 MMORPG는 고액 과금 이용자를 대상으로 BM이 구성돼 콘텐츠를 단순화시켰다. 이러한 방향성이 피로도를 높였고 확장성이 제한되는 현상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오동환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도 "블소2 부진으로 리니지W 흥행이 엔씨의 주가를 결정할 전망"이라며 "기존 리니지M과의 캐니벌라이제이션(신제품이 기존 제품을 잠식하는 현상) 가능성을 감안하면 엔씨의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엔씨는 이번 주 리니지W 쇼케이스에서 업계 최대 관심사이자 하반기 주가 향방을 가를 BM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행사명은 '리니지W 2nd 쇼케이스: Answer'로, 이름에서 드러나듯 이용자들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마련됐다.

아직 출시되지 않은 게임에 대해 이용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의 쇼케이스는 이례적이다. 위기를 감지한 엔씨가 변화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리니지W가 공개될 이번 한 주가 엔씨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며 "김 대표가 언급한 '변화 의지'가 애매하거나 미봉책에 그칠 경우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명확하고 구체적인 혁신 포인트가 보여야 한다"고 짚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