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스마트] 수평문화 혹은 중구난방…전환점 맞은 카카오의 공동체 경영
기업이미지(CI)는 회사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만큼 많은 연구와 노력으로 창조되고 엄격하게 관리된다.

CI의 여러 요소 중에서 핵심은 색상이다.

가령, '삼성' 하면 떠오르는 푸른색은 '삼성 블루'로 불리고 16진수 코드 '#1428A0'로 정확한 색상이 지정돼 있다.

노란색은 카카오의 몫이다.

10년 전 처음 카카오톡을 선보인 이후 노란색을 보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회사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카카오의 여러 앱 아이콘을 들여다보면 각각 미세하게 색이 다르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카카오톡을 기준으로 잡는다면 카카오페이는 확연히 채도·명도가 높고, 카카오뱅크는 살짝 더 밝다.

카카오페이지는 한눈에 봐도 아예 다른 색이다.

카카오 정도 되는 기업에서 이처럼 브랜드 색상이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 경우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이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브랜드 컬러의 경우 환경·맥락·기기 등 다양한 상황에 따라 최적의 노란색을 표현한다"며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안에서 주도적인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걸 권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통일된 지침은 있지만, 쓰는 회사에서 융통성 있게 적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룹이나 계열사 같은 말을 쓰지 않고 굳이 '공동체'라고 표현할 정도로 수평적 문화를 강조하는 카카오의 경영 철학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김범수 의장은 2008년 NHN을 그만두고 나왔을 때 앞으로 무엇을 할지 고민 끝에 "100명의 CEO를 육성해 함께 일하면서 멘토 역할을 하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의 꿈은 현실이 돼 가고 있다.

현재 카카오의 국내·외 계열사는 158개에 달한다.

그러나 '100명의 CEO'는 중구난방(衆口難防)이었을까.

비대면 특수를 타고 각 계열사는 점점 더 빠른 속도로 팽창하는 데만 몰두했고, 이를 바라보는 안팎에서 우려가 쌓이기 시작했다.

금융 계열사인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가 굳이 같은 시기에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거나,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회사를 대거 사들인다거나 할 때 공동체 내부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아무도 막는 이가 없었다.

카카오도 문제 인식은 있었다.

이미 2017년에 본사·자회사 간 협의 기구인 '공동체성장센터'를 만들고 김범수 이사회 의장의 측근인 송지호씨를 수장으로 앉혔다.

카카오 여민수 공동대표는 지난 5월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공동체 사업의 운영 방식이나 지배 구조에 대해서 여러 가지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며 "공동체 간 시너지를 강화하고 본사의 가치를 지킨다는 취지"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결국 우려가 임계점을 넘어 규제 논의가 폭발하기 시작한 작금의 상황에 이르게 됐다.

이제 조명은 김 의장 쪽으로 옮겨갔다.

애초 자처한 '멘토'를 넘어 꼬인 매듭을 쾌도난마 하는 역할에 시선이 쏠린다.

일단 첫걸음은 시작됐다.

카카오는 이례적으로 지난 13~14일 이틀 동안 주요 계열사 대표 전체 회의를 열어 경영 방향의 수정을 결정했다.

김 의장은 이 자리에서 "카카오와 모든 계열 회사들은 지난 10년간 추구해왔던 성장 방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장을 위해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위클리 스마트] 수평문화 혹은 중구난방…전환점 맞은 카카오의 공동체 경영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