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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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론 지니뮤직 플로 등 국내 주요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들이 오디오 콘텐츠 확보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차세대 문화 소비 권력으로 부상한 Z세대(1994~2010년생)를 사로잡기 위해서다. 이들 플랫폼은 자체 오디오 콘텐츠 제작부터 관련 기업 인수까지 전방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트리밍 플랫폼 오디오콘텐츠 확보전

최근 가장 강수를 둔 것은 지니뮤직이다. 지난 10일 국내 구독형 전자책 1위 기업 '밀리의 서재' 지분을 대거 인수해 1대주주로 올랐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 최고 AI 오디오 플랫폼 기업으로 큰다는 게 목표다.
밀리의 서재 앱 화면
밀리의 서재 앱 화면
지니뮤직은 464억원을 들여 밀리의 서재 지분 38.6%를 인수했다. 조훈 지니뮤직 대표는 "음악 스트리밍 시장 성장세가 둔화된 와중에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밀리의 서재 인수 결정을 내렸다"며 "앞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창의적인 오디오 콘텐츠를 제공하고, 커넥티드 영역까지 서비스를 넓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니뮤직은 연내 밀리의 서재가 보유한 오디오북 콘텐츠를 지니를 통해 서비스할 예정이다. 지니뮤직 주주사인 KT, LG유플러스, CJ ENM 등과의 협력도 추진한다.

플로는 최근 자체 오디오 콘텐츠를 대거 확충하고 있다. 올해부터 3년간 음악 콘텐츠와 자체 오디오 콘텐츠 확보에 2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요즘엔 오디오 드라마 제작 프로젝트도 벌이고 있다. 영화감독 장항준과 손잡았다. 지난 7월 공모전을 통해 본선에 진출한 작가들과 장 감독이 함께 스릴러, 판타지, 로맨스, 코미디 등 각 장르별 드라마 작업을 벌였다.
플로는 오리지널 오디오 드라마를 제작하기 위해 '장항준의 스토리작업실' 공모전을 열었다.
플로는 오리지널 오디오 드라마를 제작하기 위해 '장항준의 스토리작업실' 공모전을 열었다.
플로는 이들 오디오 드라마를 20일부터 매일 한 편씩 공개한다. 다음달 12일까지 우승작 투표를 실시해 최종 우승작을 선정할 예정이다. 최송 우승작은 3부작 오디오 드라마로 제작한다.

멜론은 추석 연휴를 맞아 오리지널 오디오 콘텐츠를 대거 선보인다.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새 콘텐츠를 하루에 두 편씩 공개한다.
멜론은 추석 연휴를 맞아 자체 오디오콘텐츠 새 에피소드를 여럿 공개한다.
멜론은 추석 연휴를 맞아 자체 오디오콘텐츠 새 에피소드를 여럿 공개한다.
내용도 추석 연휴 분위기를 살렸다. 박선영 아나운서의 영화음악 프로그램 ‘영화&박선영입니다’에선 청취자들이 추천한 가족 영화와 그에 얽힌 사연을 소개한다. 영화 OST도 들려준다.

멜론스테이션 프로그램 ‘뽀로로의 뽈륨을 높여요’를 통해선 ‘풍요롭다! 한가위’편을 내보낸다. 뽀로로가 송편과 강강술래, 각 나라별 추석과 비슷한 명절 등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내용이다.

오디오 콘텐츠에 몰리는 Z세대

글로벌 투자은행(IB) UBS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글로벌 팟캐스트 시장 성장률이 연평균 22%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같은 기간 청취자 수는 1억4200만 명에서 3억200만 명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오디오콘텐츠 확보 나선 스트리밍플랫폼…"Z세대 잡아라“
이를 주도하는 것은 Z세대다. 이들의 오디오 콘텐츠 소비 선호는 뚜렷하다. 국내 개인 오디오방송 플랫폼 스푼라디오에 따르면 전체 이용자 중 54.3%가 18~23세다. 그 다음으로 이용률이 높은 25~34세 비중은 23.2%다.

이들은 스푼라디오 플랫폼에서 음성과 텍스트로만 소통한다. 음악 선곡 이외에도 단순 수다, 일상 공유, 연애·고민 상담, 유머 이야기 등 다양한 분류를 두고 서비스를 즐기는게 특징이다.

국내 얘기만이 아니다. 올 초 미국 시장조사기업 와이펄스의 조사에 따르면 13~39세 소비자의 62%가 팟캐스트를 듣는다고 응답했다. 이중 26%는 매주 팟캐스트를 듣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랫폼업계에선 Z세대들이 오디오 콘텐츠에 주목하는 이유를 ‘자유도’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영상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선 일정 시간 모니터를 보면서 집중해야 하지만 오디오 콘텐츠는 다르다. 오디오를 켜놓은 채 방 청소를 하면서 이따금씩 친구와 메신저로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한 정보통신(IT) 컨설턴트는 “Z세대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이용한 첫 세대”라며 “이 덕분에 특정 행위 사이 사이를 빠르게 전환하고 한번에 다양한 일을 하는 멀티태스킹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오디오 콘텐츠의 ‘사회적 자유’도 Z세대에겐 매력이다. 오디오 콘텐츠는 쌍방 소통을 하는 경우에도 자신의 얼굴이나 생활 모습을 공개할 필요가 없다. 유튜브 브이로그 등과 다른 점이다. 자신의 사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삶의 특정 측면을 공유하고 싶어하는 Z세대 입맛에 오디오 콘텐츠가 맞는 이유다.

카카오·네이버도 오디오콘텐츠 서비스

음원 플랫폼 외 IT 기업들도 오디오 콘텐츠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7월 음성기반 소셜미디어 ‘음’을 출시했다. 오디오 콘텐츠 전문 크리에이터를 모집·육성하고, 카카오톡과의 연계를 늘려 이용자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는 '음'에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우현 OCI 부회장,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 등 ‘빅샷’ 연사를 초빙해 라이브 토크쇼를 열기도 했다.

네이버는 최근 나우, 바이브, 오디오클립 등 자사 오디오 콘텐츠 관련 조직을 한데 모아 사내 독립기업 ‘튠CIC’를 설립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