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시동을 걸었다. 애초 밝힌 ‘선(先) 비상장 3사 합병, 후(後) 상장 3사 합병’ 계획에 따라 셀트리온그룹 계열 비상장 3사는 16일 일제히 주주총회를 열어 합병 계획을 승인했다.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첫 단추를 끼움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실질적인 사업을 벌이고 있는 상장 3사(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합병에 쏠리고 있다.
셀트리온, 지배구조 개편 '첫단추'…비상장 3사 합병 승인

○지배구조 개편 본격화

셀트리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 추진을 꺼낸 것은 작년 9월이다. 서정진 명예회장이 자신이 최대주주인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지분을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를 설립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서 명예회장이 최대주주인 셀트리온홀딩스와의 합병을 위한 정지 작업이었다.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에 더해 화장품사업을 하는 셀트리온스킨큐어까지 비상장 3사 합병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스킨큐어 역시 서 명예회장이 최대주주다. 이들 비상장 3사는 11월 1일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셀트리온그룹의 실질적인 지배구조 개편 추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개발·제조(셀트리온)하고, 판매(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하는 사업회사 간 합병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서 명예회장→셀트리온 통합지주사→셀트리온 통합사업회사로 이어지는 단순한 지배구조도 상장 3사 합병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 시장의 관심이 비상장 3사 합병보다는 상장 3사 합병에 쏠린 이유다.

○사업회사 합병, 내년 마무리 가능성도

우선 합병 시기가 관심을 끈다. 업계는 이르면 이달, 늦어도 다음달이면 상장 3사 합병을 위한 구체적인 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비상장 3사 합병 절차를 밟으면서 그와 동시에 상장 3사 합병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비상장 3사 합병이 최종 마무리되는 11월 1일 이전 이사회 결의와 합병 주총 소집 및 승인 등 상장 절차가 시작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관계자는 “비상장 3사 합병을 전제로 상장 3사 합병이 이뤄지는 것이어서 최종적으로 합병이 마무리되는 시점은 내년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합병 방식도 관심사다. 비상장 3사는 서 명예회장 지분율이 70.2%(셀트리온스킨큐어), 95.5%(셀트리온홀딩스), 100%(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에 달해 특별 결의 요건을 맞춰 3사 동시 합병에 이렇다 할 걸림돌이 없다. 하지만 상장 3사는 지배구조상 셀트리온 통합지주사→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 셀트리온 통합지주사→셀트리온헬스케어로 구분돼 있다. 이 때문에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을 먼저 합치고, 추후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합병하는 ‘2+1’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셀트리온은 “상장 3사 합병 시기 및 방법과 관련해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상장 3사 합병이 최종 마무리되면 셀트리온그룹은 고질적인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셀트리온이 제품 개발을 하면 셀트리온제약은 국내,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해외 판매를 책임지는 구조다. 셀트리온이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이유다. 2019년 기준 셀트리온의 내부 거래 비중은 37.3%로, 64개 기업집단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