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유승신 헬릭스미스 대표가 헬릭스미스의 유전자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헬릭스미스 제공
15일 오전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유승신 헬릭스미스 대표가 헬릭스미스의 유전자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헬릭스미스 제공
‘엔젠시스’(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는 헬릭스미스의 전부였다. 김선영 대표가 1996년 헬릭스미스를 세운 이유가 이 치료제를 체계적으로 개발하기 위해서였다. 2019년 초 헬릭스미스를 ‘바이오 대장주’로 끌어올린 것도, 그 직후에 나온 미국 임상 3상 실패 여파로 나락에 떨어뜨린 것도 엔젠시스였다.

헬릭스미스 경영진이 엔젠시스 의존도를 낮추는 데 힘을 쏟기로 한 이유다. 유승신 헬릭스미스 대표는 15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엔젠시스를 제외한 8개 신약 후보물질을 이른 시일 내에 임상 1상 단계에 올려놓겠다고 밝혔다. 또 유전자 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키운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8개 파이프라인 본격 임상 가동”

헬릭스미스 "2023년부터 신약 동시다발 임상"
유 대표는 보유하고 있는 DNA 치료제 파이프라인인 ‘NM101(말초신경증 치료제)’과 ‘NM102(심혈관질환 치료제)’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 2023년부터 차례로 임상 1상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AR-T 치료제는 2023년 자회사 카텍셀을 통해 신경모세포종 등 고형암을 대상으로 한 임상 1상을 추진하기로 했다. 헬릭스미스는 △엔젠시스를 제외한 DNA 기반 후보물질 2개 △아데노바이러스 기반 후보물질 2개 △CAR-T 후보물질 4개를 보유하고 있다.

헬릭스미스가 임상 대상을 늘리는 건 엔젠시스 의존도를 떨어뜨리기 위해서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해야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여윳돈이 있다는 점도 공격적인 임상계획에 영향을 미쳤다. 서제희 헬릭스미스 전략기획본부장은 “2000억원이 넘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는 등 충분한 유동성을 갖췄다”며 “내년에 계획한 임상을 예정대로 끝내도 1000억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이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젠시스에 대해선 2023년까지 임상 3상을 끝내고 미국 품목허가를 신청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엔젠시스의 두 번째 임상 3상을 미국에서 진행하고 있다.

유전자 치료제 CDMO 진출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유전자 치료제 CDMO 사업도 조만간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이 회사는 지난 13일 서울 마곡동에 있는 유전자치료제 생산시설 준공식을 열었다. 유전자 치료제 CDMO 사업에서 내년 2~3월에 첫 매출을 낸 뒤 이르면 2023년 연매출 100억원을 내는 게 목표다. 국내 40여 개 바이오 기업이 잠재 고객이다.

유전자 치료제 CDMO 사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다른 바이오 기업들도 추진 중이다. 유전자 치료제를 직접 개발했던 경험을 적극 살리면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게 헬릭스미스 측의 판단이다. 서 본부장은 “20년 이상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면서 개발사 입장에서 신약 개발의 어려움이 어디서 생기는지를 알고 있다는 게 강점”이라며 “자회사의 CAR-T 치료제 임상 제품을 공급할 때도 이 생산시설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체 전임상에 사용했던 동물시험 시설도 임상수탁기관(CRO) 사업에 활용해 수익원을 다각화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지난 4월 천연물 기반 건강기능식품 브랜드인 ‘큐비엔’도 출시했다. 그간 내수용 원료 공급 위주로 진행했던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완제품 공급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취지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