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원이 살모넬라 백신 효과를 점검하고 있다.   원자력연  제공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원이 살모넬라 백신 효과를 점검하고 있다. 원자력연 제공
최근 경기 파주, 성남 분당 등에서 분식집 김밥을 먹고 수백여 명이 식중독에 걸린 원인으로 계란 껍데기에 묻은 살모넬라균이 지목됐다. 국내 연구진이 방사선 기술을 활용해 선제적으로 식중독을 예방할 수 있는 동물 백신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했다.

전북 정읍에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는 살모넬라균 감염 예방용 동물 백신을 개발해 씨티씨백(대표 성기홍)에 기술이전했다고 14일 발표했다. 이 백신은 감마선을 이용해 살모넬라균의 독성을 줄인 약독화 생(生)백신이다. 보통 약독화 생백신은 균을 계대배양(배양지를 바꿔 반복 배양)하면서 독성을 줄이는 방법을 사용하지만, 이 기술은 그럴 필요가 없어 개발 기간이 크게 단축됐다. 균을 완전히 죽여 인체에 주입하는 사(死)백신에 비해 면역 반응이 두 배 이상 높은 것을 실험으로 확인했다고 원자력연은 설명했다.

닭과 돼지가 주로 감염되는 살모넬라균은 정작 1차 숙주에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음식을 거쳐 인간에게 감염되면 식중독을 일으킨다. 국내에선 지난 5년(2016~2020년)간 연평균 5500여 명이 살모넬라균에 감염됐다.

지금까지는 사료에 다량의 항생제를 섞어 감염을 예방하는 방법을 사용했으나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항생제를 대체할 동물 백신 수요가 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닭과 돼지에게 살모넬라 백신을 의무 투여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 살모넬라 백신 관련 시장은 이제 태동하는 단계다.

원자력연 관계자는 “기존 살모넬라 생백신은 개발에 많은 인력과 시간, 비용이 필요했지만 이번에 개발한 방사선 기술을 활용하면 수년 걸리는 백신 개발 과정을 2개월 이내로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국내 특허 등록을 마치고 미국 유럽 중국에 특허를 출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