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소스'로 출발한 안드로이드 OS, 제조사엔 '변형 금지' 계약 강요했다가 철퇴
세계 최초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이날 시행…구글 지배력 남용에 전 세계적 반발
구글, 수수료·OS로 '무차별 갑질' 부리다 한국서 '큰 코'
구글이 앱 장터와 모바일 운영체제(OS) 등 분야에서 독점을 무기로 '무차별 갑질'을 부리다가 한국에서 큰코다칠 처지가 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4일 발표한 구글 안드로이드 OS 관련 제재 내용을 보면 문턱을 낮춰 사업을 시작해 독점에 성공한 이후 지배력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식의 전형적인 플랫폼 사업의 구조가 드러난다.

구글은 2008년 안드로이드 OS를 처음 내놓으면서 개방성을 내세워 기기 제조사와 앱 개발자들을 끌어들였다.

누구든지 안드로이드 OS를 별도 계약 없이 자유롭게 이용하고 변형할 수도 있다는 '오픈 소스'를 표방했다.

당시 애플이나 블랙베리와 달리 어느 회사나 가져다 쓸 수 있었기에 스마트폰 초기 시절 OS로 어려움을 겪던 기기 제조사들엔 가뭄의 단비 같았다.

그러나 2011년 안드로이드 OS가 시장 지배력을 확보했다고 판단한 구글은 자세를 고쳐 앉았다.

안드로이드 OS를 조금 변형한 '포크 OS'를 쓸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파편화금지계약(AFA)' 체결을 기기 제조사에 강제한 것이다.

안드로이드를 개발한 앤디 루빈은 미국 컴퓨터 제조사 '델'에 "안드로이드 포크 기기를 단 한 대라도 출시하면 모든 기기에 대한 GMS(플레이스토어 등 구글 앱묶음) 라이선스를 해지하겠다"고 위협했다고 한다.

삼성전자는 2013년 스마트 워치 '갤럭시 기어1'에 이런 포크 OS를 탑재하려 했으나 구글이 AFA 위반을 거론하자 결국 자체 개발 OS인 '타이젠'을 써야 했다.

심지어 당시 구글은 스마트 워치용 OS가 없었다.

구글은 앱 마켓에서 받은 앱이 어느 기기에서나 잘 작동하도록 하는 호환성을 위한 조치라고 항변한다.

그러나 공정위는 "AFA는 호환성을 무기로 다른 생태계 출현을 부정하는 것이므로 허용될 수 없다"며 "포크 기기에서 발생하는 비호환 문제는 기본적으로 해당 앱 마켓 사업자와 기기 제조사가 책임질 문제"라고 밝혔다.

구글, 수수료·OS로 '무차별 갑질' 부리다 한국서 '큰 코'
구글은 이 밖에도 앱 마켓 경쟁제한·인앱결제 강제·광고 시장 등 3건에 대해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다.

마침 이날 앱 마켓 사업자가 콘텐츠 사업자에게 자사의 결제 시스템(인앱·In App) 강요를 금지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이 공포돼 시행에 들어갔다.

구글은 10월부터 구글플레이의 모든 앱에 자사 결제 시스템을 의무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했는데, 이는 모든 구글플레이 거래 금액의 30%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는 점에서 큰 반발을 샀고 이번 법이 세계 최초로 만들어지게 된 계기를 제공했다.

이에 구글은 애초 계획에 차질이 생겼을뿐더러 이미 인앱결제를 의무 적용하고 있던 게임 분야의 수익도 잃을 처지에 놓였다.

덩달아 애플도 유탄을 맞게 됐다.

이런 구글의 '갑질'에 대한 반발은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이다.

구글은 이미 2018년 유럽연합(EU)에서 모바일 OS·앱 마켓 시장 지배력 남용으로 5조6천억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맞은 바 있다.

안방인 미국에서도 여러 반독점 소송이 진행 중이다.

구글, 수수료·OS로 '무차별 갑질' 부리다 한국서 '큰 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