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이 제약산업에 미친 가장 큰 영향은 지질나노입자(LNP)에 의한 mRNA의 전달을 대중화했다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의 제약산업 전체에 큰 파장을 미칠 것이다. 무엇보다 mRNA의 종류를 바꾸면 백신 이외에도 수많은 종류의 의약품이 파생될 수 있어, 약물 전달 매체로서의 LNP와 mRNA 의약품의 발전 가능성은 매우 크다.
[Cover Story - OVERVIEW] mRNA 전달을 위한 지질나노입자의 구성 요소와 고려사항
LNP이용한 mRNA 의약품의 개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의 로버트 랭거(Robert Langer) 교수다. 그는 모더나의 공동 창립자다.

2021년 랭거 교수와 모더나의 탈 잭스(Tal Zaks) 박사, 오하이오주립대 연구팀 등이 <네이처 리뷰 머티리얼(Nature Review Materials)>에 게재한 총설 논문을 살펴보자. 이를 통해 mRNA 백신 상용화를 가능케 한 LNP의 구성 요소 및 발전 방향에 대해 알아본다.
[Cover Story - OVERVIEW] mRNA 전달을 위한 지질나노입자의 구성 요소와 고려사항
<논문명 Hou, X., Zaks, T., Langer, R. et al. Lipid nanoparticles for mRNA delivery. Nat Rev Mater(2021)>

현재 사용 및 임상시험 중인 mRNA 백신과 치료제의 현황

LNP를 이용한 mRNA 의약품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mRNA 백신이다. 대표적으로 코로나19를 대상으로 하는 모더나의 ‘mRNA- 1273’과 바이오엔텍의 ‘BNT162b’가 있다. 이 외에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지카 바이러스, 사이토메갈로 바이러스 등에 대한 백신이 임상 단계에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는 많은 회사가 암세포에서 새롭게 형성되는 신항원(neoantigen)에 대한 면역을 유도해 암세포에 면역을 갖도록 하는 ‘암 백신’에 대한 연구를 중점적으로 해왔다. 대표적으로 ‘KRAS’ 항원에 대한 면역을 유도해 비소세포폐암, 췌장암을 치료하는 모더나의 ‘mRNA-5671’, 흑색종(Melanoma)의 개인화된 신항원에 대한 면역을 유도하는 ‘mRNA-4157’ 등이 있다.

그러나 mRNA 백신이 전부는 아니다. 백신이 아닌 치료제로는 암을 표적으로 ‘OX40L’, ‘IL- 12’ 등의 유전자를 발현하려는 시도 등이 있었다. 유전 결함에 의한 대사 이상을 치료하기 위해 오르니틴 트랜스파바밀레이즈나 시스틱 파이브로시스 단백질 등을 발현시키려는 시도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트랜스티레틴(transthyretin) 유전자의 이상을 LNP로 크리스퍼 카스9 유전자 가위를 도입해 교정하려는 시도 역시 진행되고 있다.

mRNA 전달을 위한 지질의 개발

mRNA는 인산기의 강한 음전하를 띠고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경우 지질과 같이 물을 싫어하는 성질을 가진 세포막을 투과할 수 없다. 이에 mRNA가 세포막을 투과하는 물질이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소수성을 가져 세포막을 투과할 수 있는 ‘소수성 영역’ 과 강한 음전하를 가진 mRNA와 결합할 수 있는 ‘극성’ 부분이다. 또 이 두 가지 요소를 결합하는 부분도 있어야 한다.

mRNA 전달을 위한 지질은 화학적인 조성에 따라서 다음과 같이 나뉜다. LNP에 사용되는 다양한 지질은 LNP에 의한 mRNA 전달 효율을 결정하며, 이들의 적절한 조합 자체가 성공적인 전달체로서의 기능을 결정하는 핵심 노하우가 된다.

양이온 지질
강한 양성을 가진 지질은 음 전하를 띤 mRNA에 결합한다. 일부의 경우 백신의 활동을 돕는 선천성 면역을 유도하기 도 한다. 양이온성 지질 중 mRNA 전달에 사용된 것은 DOTMA(1, 2-di-O-octadecenyl-3-trimethylammonium-propane), DOTMA의 생분해 가능 유도체 DOTAP(1, 2-dioleoyl-3-trimethylammonium-propane) 등이 있다.
또 다른 양전하성 지질인 DDAB(N-decyl-N,N-dimethyldecan-1-aminium bromide) 는 mRNA와 결합함과 동시에 선천성 면역을 유도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mRNA 백신에서 면역 어주번트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온화 지질
이온화 지질은 중성 pH에서는 중성으로 존재하지만, 산성 pH에서만 특이적으로 양전하를 띤다. 이렇게 pH에 따라 전하 상태가 바뀌면서 세포 내에서의 mRNA 전달이 유리해진다. 중성으로 존재하는 상태에서는 강한 음성을 띠는 혈액 내의 다른 세포의 세포막에 덜 붙게 돼 손실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목적하는 세포 안에 흡수돼 엔도좀에 체류하고 있을 때 보통 pH가 산성으로 변하는데, 이 상태에서 양전하를 띠게 되면 세포막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세포막을 뚫고 세포질 내부로 전파될 수 있다. 모더나와 화이자의 코로나19 mRNA 백신에 사용된 지질 역시 이온화 지질에 속한다.

기타 지질
포스파티딜콜린이나 포스파티딜에탄올아민 등의 인지질, 콜레스테롤, 폴리에틸렌글리콜(PEG)이 결합된 지질 등이 있다. 이러한 다른 지질이 나노입자에 들어가 나노입자의 안정성, 전달 효율, 내약성, 생체 분포 등을 개선한다.

가령 포화탄소 꼬리가 달린 포스파티딜콜린 유도체 DSPC(1,2-distearoyl-sn-glycero-3-phosphocholine)가 LNP에 들어가면, 구조를 안정화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 물질은 모더나와 화이자의 코로나19 mRNA 백신에도 사용됐다.

포스포에탄올아민에 두 개의 불포화탄소 꼬리가 달린 물질인 DOPE(1,2-dioleoyl-sn-glycero-3-phosphoethanolamine)는 엔도좀의 생체막을 불안정하게 하고, LNP 안의 내용물을 세포질로 내보내는 것을 돕는다.

콜레스테롤은 나노입자막의 안정성을 향상시킨다. PEG가 결합된 지질은 LNP의 크기와 안정성을 조절해 LNP끼리의 응집을 줄이고, 혈액 내에서의 체류시간을 늘려주기도 한다. 그리고 PEG에 특정한 물질을 결합해 특정한 세포에만 LNP가 전달되도록 유도하는 역할에도 사용된다.

mRNA가 물리적 장벽을 넘는 방법

mRNA는 생체 내에서 제대로 역할하기 위해 여러 가지 장벽을 넘어야 한다. 먼저 체액 내에 존재하는 RNA 분해효소로부터 보호돼야하고, LNP가 신장 등을 통해서 체액에서 제거되지 않아야 한다. 또 원하는 조직에 이동해 목적하는 세포 내부로 들어가야 하고, 세포 내부에서는 엔도좀을 탈출해 세포질로 이 동하면서 단백질로 만들어져야만 한다.

일단 RNA 분해효소로부터 mRNA를 보호하려면 mRNA는 지질과 결합해 안정된 나노 구조를 형성해야 한다. mRNA는 LNP 내부에 위치해 RNA 분해효소의 접근을 막을 수 있다. LNP에 첨가되는 PEG 결합 지질은 혈액 내에서 단핵세포에 의한 흡수와 신장에서의 여과를 줄여 LNP의 수명을 늘려준다. LNP를 특정한 암세포 등에 특이적으로 흡수시키기 위해 항체를 결합할 수도 있다. 지질 구성물의 조성을 조절해 특정 기관에 선택적으로 흡수되도록 하는 것도 가능하다.

mRNA가 표적하는 세포에 도달한 다음, LNP는 주로 세포내흡수(endocytosis)로 세포 내에 흡수되는데, 여기서 대부분의 LNP는 세포 내 엔도좀 부분에 갇혀 있게 된다. 만약 여기서 LNP의 내용물이 엔도좀을 탈출하지 못하면 mRNA는 단백질로 만들어질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에 mRNA가 엔도좀을 탈출하 도록 LNP의 성질을 최적화하는 것이 필수다.

아직 그 기전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LNP의 지질이 양전하를 띠게 되면 LNP와 엔도좀 생체막의 융합을 촉매하고, mRNA의 세포질로의 유출을 가속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를 위해 이온화 지질의 성질을 최적화해, 엔도좀 탈출 효율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용도에 따른 적절한 투여 경로 조절

LNP 형태로 제형화된 mRNA는 용도에 따라 적절한 투여 경로를 조절해야 한다. 정맥주사를 통해 투여하는 경우, 대부분의 LNP는 간에 축적된다. 많은 분비 단백질은 간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유전 질환에 의해 특정한 단백질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나 항체를 생산하는 것과 같은 용도에는 정맥주사가 필요하다.

이러한 용도의 mRNA 나노입자는 면역 반응을 유도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부위 특이적인 국소 접종으로 mRNA 나노입자를 전달하는 것도 연구돼왔다. 심장이나 눈, 뇌 등에 직접 mRNA를 접종해 치료 효과를 보는 것이다.

백신의 경우 피하주사, 근육주사, 경피내주사 등의 방법으로 투여한다. 근육이 나 피부 내에 존재하는 항원제시세포가 mRNA 나노입자를 흡수한 후, 항원제시세포 내에서 발현된 항원을 전시하여 면역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그 이후 항원제시세포는 림프절로 이동해 T세포 면역을 유도한다. 항암 효과를 노리는 mRNA 나노입자 치료제는 암 조직에 직접 주사되기도 한다.

임상 적용을 위해 고려해야 할 부분들

LNP-mRNA에 의한 의약품이 임상에까지 적용되려면 특별히 고려돼야 할 사항이 많다. 이러한 사항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생산과 GMP
mRNA 생산을 위해서는 제한효소 절단에 의해 선형화된 DNA 주형이 필요하다. 이러한 DNA 주형에 RNA 중합효소와 리보뉴클레오티드 기질을 넣고, 세포 외 효소 반응에 의해 서 mRNA 전사 반응을 일으킨다.

이후 DNA는 DNA 분해효소에 의해 제거하고, mRNA의 말단에는 캡 구조문을 결합시킨다. 그 이후 mRNA를 크로마토그래피법에 의해서 정제한다. mRNA의 생체 내에서의 안 정성 및 면역원성 등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변형된 뉴클레오티드를 mRNA에 삽입하는 등의 변형이 필요하다.

이렇게 완성된 mRNA는 지질과 혼합해 LNP를 만드는데, LNP의 지질 성분은 에탄올에 용해하고 mRNA는 물에 용해한 다음, 빠르게 혼합한다. 이 과정에서 적절한 pH와 유속을 유지해야 한다. 이후 유기 용매를 제거한 후 여과 동결된 나노입자-RNA는 입자 크기, mRNA 포함 여부, 무균 정도, 세균 유래 엔도톡신 함유 여부 등의 GMP 테스트를 거친다.

안정성과 보관성
안정성과 보관 조건은 실제 임상 적용에 매우 큰 영향을 준다. 따라서 이러한 성질을 개선하기 위한 여러 가지 첨가제의 효과도 탐구되고 있다. 가령 5% 정도의 슈크로스·트레할로스를 첨가하면 mRNA의 전달 효율을 3개 월 이상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상용화된 2개의 코로나19 mRNA 백신에도 슈크로스가 함유돼 있다. 또 이들 백신은 초저온에서 보관하며 사용 직전 녹여서 희석해 접종하는데, mRNA 백신의 저온 저장성을 향상시켜 극저온의 보관이 필요 없는 mRNA 백신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안전성
LNP-mRNA의 안전성에는 지질 성분과 mRNA 성분이 모두 관련된다. LNP에 포함된 PEG 지질은 어떤 경우에는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 mRNA 백신에서는 PEG가 급성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러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지질 성분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mRNA의 경우 이전부터 선천성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mRNA의 유리딘(uridine) 염기를 m1-슈도유리딘으로 치환해 선천성 면역반응을 줄이고 단백질 번역 효율을 높여 해결할 수 있다. 현재 2개의 코로나19 백신에도 동일한 변형이 사용되고 있다.
<저자 소개>

[Cover Story - OVERVIEW] mRNA 전달을 위한 지질나노입자의 구성 요소와 고려사항
남궁석
고려대 농화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생화학 전공으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예일대와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박사 후연구원을 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충북대 농업생명과학대 축산식품생명과학부 초빙교수로 재직했다. 지금은 Secret Lab of Mad Scientist(SLMS)라는 이름으로 과학 저술 및 과학 관련 컨설팅 활동을 하고 있다. <과학자가 되는 방법>, <암 정복 연대기>의 저자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9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