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상전 성균관대 약학과 교수/앱티스 대표
항체약물접합체(ADC·Antibody-Drug Conjugate)는 약물(페이로드)을 항체에 붙여 암세포에 선택적으로 전달하는 ‘마법의 탄환’을 제조하는 기술이다. 독성이 강한 약물을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전달하기 때문이다. 독성물질을 그대로 인체에 투여하면 암세포는 물론 정상세포에도 침입한다. 하지만 이를 항체에 결합시키면 암세포 안에서만 비로소 유리돼 표적 단백질이나 DNA에 결합하면서 암세포를 죽게 만든다. 특이 항원이 없거나 매우 적은 정상세포에는 침투하지 못하므로, 결국 암세포 선택적인 표적항암제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다.
[Cover Story - OVERVIEW] 암세포에 선택적으로 약물 전달하는 마법의 탄환, ADC

최초의 ADC ‘밀로탁(Mylotarg)’. ‘애드세트리스(Adcetris)’, ‘케사일라(Kadcyla)’를 포함해 현재까지 11개의 ADC가 신약승인을 받았다. 2020년 기준 ADC의 매출 규모는 연간 3조~4조 원 정도로 추정된다. 아직까지 ADC 신약의 매출규모가 작은 이유는 애드세트리스와 케사일라 두 제품만이 본격적인 매출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신약승인을 받은 ADC 약물들은 아직 본격적인 매출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

매출 규모보다는 일본 다이이치산쿄를 예로 들어 ADC의 부가가치를 설명해보자. 일본 다이이치산쿄는 ‘엑사데칸(Exadecan)’이라는 저분자 항 암제를 개발하기 위해 2006년까지 15건의 임상을 진행했지만 신약 개발에 실패했다. 이후 개발하던 후보약 물의 구조를 바꿔 ADC 항암제 ‘엔허투 (Enhertu, DS8201)’를 개발했다.

엔허투는 2019년 69억 달러에 아스트라제네카에 기술이전됐다. 같은 해 미국 FDA로부터 신약 승인도 받았다. 2020년에는 동일한 약물을 다른 항체에 붙인 ‘DS-1062’라는 새로운 ADC를 아스트라제네카에 60억 달러에 기술이전했다. 다이이치산쿄의 시가총액은 2017년 엔허투의 임상 2상 진입 발표 전에 비해 올해까지 4배 이상 늘었다.

항체와 결합해 암세포 내에서만 페이로드 방출

화학요법의 창시자로 불리는 파울 에를리히 박사는 1908년 런던에서 열린 강의에서 ‘마법의 탄환(Magic bullet)’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마법의 탄환이란 독성물질을 병원체에 선택적으로 전달해 우리 몸에 해를 끼치지 않고 질병을 치료한다는 개념이다. 이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에를리히 박사는 초기에 항체 연구를 시작했지만,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다. 그가 활동하던 시기에는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는 단일클론 항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반세기 동안 생명공학 기술의 발전으로 단일클론 항체와 인간(화)항체가 탄생했다.

ADC는 에를리히 박사가 마법의 탄환이라는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연구했던 ‘항체’와 ‘화학요법제’를 ‘화학적 방법’으로 결합시켜서 탄생했다.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찾아가는 항체에 독성약물을 결합시킴으로써, 독성약물이 정상세포보다는 암세포에 많이 배달되도록 제작한 것이다. ADC는 현재까지 마법의 탄환을 개념적으로 가장 잘 구현하는 기술이다.

ADC는 화학구조로 볼 때 항체, 페이로드, 그리고 항체와 약물을 연결시키는 링커로 구성된다. 첫 번째 구성요소인 항체는 암세포 표면에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항원에 결합해 암세포 안으로 침투하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페이로드를 질병세포 내로 전달하기 위해서다. 항체의 세포 침투능력은 항원과 항체의 특성에 의존하며, 현재까지 신약허가를 받은 ADC에 적용된 항체의 수는 비교적 제한적이다. 신약허가를 받은 혈액암 치료 ADC의 특이항원은 CD19, CD22, CD30, CD33, CD79b와 B세포 성숙화 항원 (BCMA) 등이 있다. 고형암 치료용 ADC의 표적항원은 Her2, TROP2, Nectin-4 등이 있다.

페이로드는 강력한 세포 독성약물로, 일반 항암제보다 수십에서 수백 배 강력한 세포 독성을 가진다. 이에 그 자체를 치료제로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ADC 형태로 존재하는 페이로드는 세포침투와 표적 생체분자(단백질 혹은 DNA 등)에 대한 결합이 어려워, 자체로는 독성이 거의 없다.

ADC가 암 세포 표면의 특이항원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암세포 내부에 도달하면 페이로드가 항체에서 유리되면서, DNA 복제 저해·손상 유도나 미세소관(microtubule) 결합에 의한 세포 분열 저해 등을 통해 암세포의 증식 억제와 사멸을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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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까지 신약승인을 받은 11개의 ADC에 사용된 페이로드는 미세소관 억제제(MMAE, MMAF, DM-1)와 DNA 토포아이소 머레이즈 억제제(SN-38, Dxd), DNA 알킬화 제인 피롤로디벤조디아제핀(PDB), DNA 사슬 절단제인 칼리케아미신(calicheamicin), 슈도모나스 외독소(pseudomonas exotoxin A) 등이 있다.

항체와 페이로드를 연결하는 링커(linker)는 기본적으로 거대 생체분자인 항체에 페이로드를 결합시키는 수단이다. 항체는 1300개 이상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매우 복잡한 생체분자다. 신약승인을 받은 ADC는 항체를 구성하는 라이신(lysine)이나 시스테인(cysteine)이라는 아미노산의 곁사슬을 이용해 약물을 항체에 붙인다. 라이신 곁사슬에는 특별한 화학적 전처리 없이 약물도입이 가능하지만, 인간 항체에 존재하는 시스테인 곁사슬의 경우 이황화결합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이황화결합을 형성하고 있는 시스테 인은 반응성이 미약하다. 이에 온화한 환원제를 처리해 일부 이황화결합을 환원시켜 약물도입이 가능한 치올(SH)을 형성한 후, 약물접합 반응을 진행한다. 이것이 제1세대 ADC 링커기술이다.

항체 한 분자는 약 90개의 라이신과 30여 개의 시스테인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라이신에 약물접합 반응을 진행해 ADC를 제작할 경우, 90여 개의 라이신 중 상당수가 비슷한 반응성을 가지기 때문에 반응에 참여하는 라이신의 수와 위치를 조절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일반적인 항체 접합방법으로는 약물·항체 비율(DAR·Drug-to-Antibody Ratio)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나아가 사용되는 약물의 양 등을 조절 해 DAR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해도, 약물이 접합되는 라이신의 위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시스테인의 이황화결합을 환원할 경우 반응 조건에 따라 4개의 이황화결합이 우선적으로 환원돼 8개의 치올을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8개의 약물을 도입하면 비교적 균일한 ADC 생성물을 얻을 수 있다. 초기에 신약허가를 받은 ADC의 경우 DAR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을 품질관리의 최소요건으로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DAR의 수와 페이로드의 결합위치에 따라 약효와 체내 안정성의 차이가 생길 수 있어, 궁극적으로 ADC 제품은 일정한 DAR과 동일한 결합위치를 가지는 한 종류의 약물로 구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위치-특이적 링커기술이 개발됐다. 최초는 제넨텍의 ‘THIOMAB’이다. 항체 특정위치에 돌연변이를 통해 시스테인을 도입하고, 이를 이용해 페이로드를 붙이는 기술이다. 이후 국내외 여러 기업과 대학, 연구소 등에서 돌연변이 기술 기반의 위치-특이적 링커기술을 개발하고 ADC 제작에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와 알테오 젠이 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박테리아 유래의 트랜스글루타미나제(TG)라는 효소를 이용해 특정 글루타민 잔기에 약물을 도입하는 ‘글루타민 태그(Q-tag)’ 기술도 개발됐다. 이처럼 항체 돌연변이나 효소 전처리에 의해 위치-선택적으로 약물을 도입하는 기술이 제2세대 ADC 링커다. 최근에는 돌연변이나 효소 전처리 없이 항체의 특정 위치에 페이로드를 접합하는 제3세대 링커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대부분 대학연 구실 수준이지만, 항체결합 펩타이드를 이용해 항체의 특정 라이신에 페이로드를 도입하는 기술은 사업화 단계에 있다.

안정성 향상 위한 링커 기술 개발

ADC의 체내 안정성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혈관과 정상세포 내에서 링커의 안정성이고, 둘째는 수용성이다. 대부분 ADC 페이로드는 수용성이 낮아 여러 개가 항체에 접합될 경우 ADC의 수용성이 저하된다.

이 경우 체내 생물학적 반감기도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폴리에틸렌글리콜(PEG)이나 기타 수용성 링커를 도입해 ADC의 수용성을 증진시키기도 한다.

ADC가 암세포에 도달하면 빠르고 완전하게 페이로드를 방출할수록 항암효력이 좋아진다. 그러나 정상세포나 혈관에서는 링커가 안정적이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ADC는 엔도좀 형태로 세포에 침투해 리소좀과 융합하면 효소작용에 의해 단백질인 항체는 분해되고 페이로드가 남아 항암효과를 나타낸다.

그러나 많은 항체가 세포내 엔도좀에서 세포 밖으로 방출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에 초기 엔도좀에서 페이로드의 방출을 촉진하기 위한 방법으로 절단링커(cleavable linker)가 개발됐다. 절단링커는 암세포에 많이 존재하는 효소에 의해 쉽게 절단되는 링커로, 항체와 페이로드 사이에 위치시킨다.

절단링커를 포함하는 ADC는 혈관이나 정상 세포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정하나, 암세포에 도달하면 엔도좀에 존재하는 특정효소에 의해 링커가 빠르게 분해되면서 페이로드를 방출한다.

절단링커 설계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효소로는 암세포에서 과발현되는 ‘베타-글루큐로니다아제(β-glucuronidase)’와 ‘카뎁신B(cathepsin B)’를 들 수 있다.

최근에는 절단링커를 페이로드와 조합해 페이로드를 전구약물(prodrug) 형태로 만들어, 정상세포나 혈관에서 페이로드가 활성화되는 것을 막아 약물의 안정성을 증진시키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ADC 작용 기전과 질병 범위 확장 연구

효율적인 ADC 항암제를 개발해 암을 치료한다고 해도 환자가 면역력을 회복하지 못하면 암의 특성상 돌연변이를 통해 해당 ADC에 저항할 수 있는 새로운 암으로 발전하는 문제가 있다.

수년 전부터 관심을 끈 면역관문억제제는 암 환자의 면역력을 회복시켜 환자 스스로 암을 극복하게 돕는 약물이다. 최근 ADC 분야에서도 유사한 항암신약 개발전략이 수립되고 있다.

미국 볼트바이오테라퓨틱스는 ‘면역자 극항체접합체(ISAC)’라는 이름의 새로운 ADC 개발전략을 발표했다. ISAC은 암세포 선택적인 항체에 독성이 강한 페이로드 대신 톨유사수용체-7/8(Toll-like receptor-7/8, TLR-7/8) 작용약을 붙인다. ISAC이 암세포에 결합하면 대식작용을 하는 면역세포가 해당 암세포를 공격한다. 암세포 구성요소 와 함께 TLR-7/8 작용약을 삼키면서 세포 내 TLR-7/8을 활성화시킨다.

결과적으로 암 환자의 선천면역과 후천면역 기능을 모두 활성화해 암에 대한 저항력을 키우는 것이다. 항체가 암세포 내로 침투할 필요가 없어 세포침투 항체 발굴 과정 없이 다양한 항암항체를 사용할 수 있다. 실버백테라퓨틱스는 ‘ImmunoTAC’이라는 상품명으로 유사한 기술을 발표했다.

치료 대상을 암에서 자가면역질환으로 확장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애브비가 개발 중인 자가면역치료제 ‘ABBV-3373’은 기존 자가면역치료제 휴미라에 스테로이드를 결합시킨 새로운 ADC 약물이다. 현재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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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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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전
항체약물접합체(ADC) 전문가로 성균관대학교(약학사)를 졸업하고 포항공대에서 석·박사(의약화학) 학위를 받았다. 스크립스연구소와 하버드대학교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한 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선임·책임연구원, 동국대 부교수·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및 산학협력단 부단장, BK21 FOUR 사업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ADC 전문 바이오벤처 앱티스 대표로 재직 중이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9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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