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오젠은 최근 3년간 매년 한 건씩의 ‘인간 히알루로니다아제(ALT-B4)’의 기술수출을 성사했다. 회사의 원천기술인 ‘하이브로자임(Hybrozyme)’은 인간 히알루로니다아제를 활용해 정맥(IV)주사용 항체와 바이오의약품을 피하(SC)주사로 바꿔주는 플랫폼 기술이다. 알테오젠은 미국 할로자임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이 기술을 개발했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 / 사진=이승재 기자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 / 사진=이승재 기자
SC주사는 피부 표면 아래 지방층과 근육층 사이에 있는 피하조직에 약물을 주사하는 방식이다. 링거처럼 병원에서 2~3시간을 투여받아야 하는 IV주사와 달리 집에서 간편하게 투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수 시간 동안 천천히 맞는 IV주사를 짧은 시간에 투여해야 하기 때문에, 동일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고농도로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약물 흡수가 되지 않아 치료 효능이 떨어질 수 있다.

SC주사제형 개발의 관건은 약물이 피하조직으로 흡수돼 혈액으로 잘 스며들게 하는 데 있다. 피하조직은 콜라겐 단백질과 다당류 단백질(히알루론) 등이 얽히고설킨 복잡한 구조다. 일종의 보호막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약물이 효과를 내려면 이 방어막을 뚫고 혈액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때 활용되는 것이 하이브로자임 기술이다.

인간 히알루로니다아제를 약물과 섞어 피하에 투입하면 히알루로니다아제가 피하조직의 히알루론 연결을 일시적으로 끊는다. 약물이 혈액 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는 “인간 히알루로니다아제는 높은 난도의 단백질 공학 지식이 필요한 기술”이라며 “알테오젠은 2008년부터 이 분야에서 특화된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자신했다.

“ALT-B4, 향후 20년간 후발주자 없을 것”

알테오젠은 미국 할로자임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간 히알루로니다아제를 활용한 SC제형 변경 기술을 개발했다. 알테오젠과 할로자임의 차별점은 ‘효소’에 있다.

인간 히알루로니다아제는 남성의 정자 끝에서 찾아낸다. 정자가 수정할 때 난자를 둘러싼 보호막을 분해하는 효소다. 사람의 몸속에는 다섯 가지의 히알루로니다아제 효소가 존재하는데, 할로자임은 이 중 ‘PH20’ 효소를 활용한다. 다른 히알루로니다아제 효소는 소화가 이뤄지는 위를 비롯한 산성 환경에서만 작동할 수 있는 것에 반해, PH20은 중성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용한다.

알테오젠의 효소는 여기서 진일보했다. 이 회사는 PH20과 ‘히알루로니다아제1’ 효소의 구조를 교환해 재결합했다. 300개가량의 구조 교환 모델에서 발굴한 것이 ALT-B4다. 박 대표는 “ALT-B4는 PH20보다 생산성과 활성도가 높고, 열 안정성과 면역원성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며 “향후 20년간 다른 기업들이 우리가 보유한 기술력 수준의 히알루로니다아제를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테오젠은 하이브로자임 플랫폼을 활용한 ALT-B4를 통해서만 3건의 기술이전 성과를 달성했다. 2018년과 2019년 글로벌 10대 제약사 두 곳에 각각 1조6000억 원, 4조7000억 원 규모의 비독점적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올해 1월에는 인도 인타스파마슈티컬스와 총 1억900만 달러(약 1200억 원) 규모의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에서는 계약금이나 단계별기술료(마일스톤)와는 별도로, 제품 상용화 이후 최대 두 자릿수의 경상기술사용료(로열티)도 받는다.

박 대표는 “ALT-B4는 여러 치료제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기존 IV제형을 SC주사제로 바꿔 신제품으로 내놓으려는 제약사들의 수요가 이어지면서 기술수출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또 “알테오젠은 비독점적 계약으로 각각의 회사가 물질특허만 있으면 ALT-B4 기술을 이전할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같은 적응증을 표적으로 하는 다수의 업체와 계약을 맺을 수 있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ADC 항암제 위한 이중특이성 항체 개발 라이브러리

알테오젠은 SC제형으로 제품을 개선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도 진행 중이다. 안과질환 치료제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 ‘ALT-L9’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8월 국내 임상 1상을 마치고, 올해 안에 글로벌 임상 3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알테오젠은 작년 자회사 알토스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다. ALT-L9의 글로벌 임상과 상업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인간 히알루로니다아제를 별도의 의약품으로도 선보일 계획이다.

회사는 작년 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테르가제’의 임상을 신청했다. 내년 초부터 임상을 진행해 내년 말께 제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테르가제는 일반 치료제가 아니어서 임상을 한 번만 해도 제품 허가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히알루로니다아제는 통증과 부종 완화 효과가 높아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등의 시술 과정에서 쓰일 수 있다”며 “현재는 동물 히알루로니다아제가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또 “부작용을 줄이고 순도를 높인 인간 히알루로니다아제 제품이 출시되면 이를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항체약물접합체(ADC) 항암제 개발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ADC 플랫폼인 ‘넥스맵(NexMab)’을 활용해 유방암 치료제 ‘ALT-P7’을 개발 중이다. 지난 8월 국내 임상 1상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했다. 국내 ADC 항암제 중 개발 단계가 빠르다.

ADC 개발에서 알테오젠의 강점은 ‘항체’에 있다. 박 대표는 “기존 ADC 치료제에서는 약물(페이로드)이 항체의 여기저기에 붙는 반면, ALT-P7은 페이로드인 ‘MMAE’가 항체의 말단에 선택적으로 2개만 붙어, 구조적 안정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지난 7월 난소암 치료제 ‘ALT-Q5’에 사용되는 항체를 개량해 결합력을 늘린 신규 항체에 대해 국내 특허를 받았다.

그는 “ADC 개발을 위한 이중특이성 항체(바이스페시픽 항체)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Y’자 형태에서 양쪽이 각각 다른 바이스페시픽 항체가 개발되면, 항원 결합력을 늘리고 생산수율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연말께부터는 페이로드 개발 기업과 협업할 계획이다. 그는 “ADC 사업을 별도로 분리해 집중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립일 2008년 5월
상장 여부 코스닥
주요 사업 인간 히알루로니다아제, 바이오베터·바이오시밀러 개발
시가 총액 3조5557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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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 기반 성장, 안정적 사업구조 갖춰"

by 엄민용 현대차증권 연구위원
알테오젠은 SC제형 변경 기술 외에도 지속형, ADC, 바이오시밀러 제조에 필요한 항체 기술을 모두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하는 역량을 입증하고 있다. ADC 기술은 넥스맵을 통해 엔허투와 같이 임상 2상 단계에서 1조~2조 원 수준의 계약금 수령도 가능해 글로벌 제약사와 판권 협의도 기대된다. 최근 임상 1상에 진입한 MSD의 키트루다SC 임상에는 알테오젠이 작년 기술이전한 ALT-B4가 활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김예나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9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