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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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안전위원회는 폐쇄된 경북 경주 월성 원전 1호기 주변 방사성 물질 누출 의혹에 대한 1차 조사 결과를 10일 공개했다.

원안위에 따르면 월성 1호기의 사용후핵연료저장조(SFB) 지하 9m에서 일부 방사성 핵종이 발견됐다.

해당 구간에서 토양 시료는 감마 핵종인 세슘-137이 g당 최대 0.37 베크렐(Bq) 검출됐다. 물 시료는 삼중수소가 리터 당 최대 75만6000 베크렐, 세슘-137이 g당 최대 0.14 베크렐 검출됐다.

원안위 관계자는 "1997년 한국수력원자력이 수행한 SFB 벽체 보수공사 과정에서 차수막(바닥)이 설계와 달리 시공돼 그 시점 이후부터는 의도했던 차수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차수막이 차수벽까지 끊김없이 이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베크렐은 핵종이 내뿜는 방사선 개수를 의미하는 단위다. 인체 유해도를 나타내지는 않는다.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은 방사선을 내뿜으며, 인체와 음식도 마찬가지다. 유해도를 나타내는 일반적인 단위는 시버트(Sv)다.

정용훈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해당 토양 1kg를 몽땅 먹는다고 가정했을 때 피폭량은 0.005 밀리시버트가 안 되며, 해당 물 1리터를 마신다고 했을 때 피폭량은 0.0135 밀리시버트"라며 "위험도 측면에서는 무시해도 될 만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이 1년간 자연적으로 피폭되는 허용 방사선량은 3 밀리시버트다. X-레이를 한번 찍으면 0.1 밀리시버트에 노출된다.

정 교수는 "바나나 1개엔 15베크렐의 칼륨-40이, 제주산 생멸치 1g엔 0.392 베크렐의 폴로늄-210이 있는데 폴로늄은 러시아가 암살에 동원하는 고독성 방사성 물질"이라며 "섭취한 양, 섭취한 형태, 섭취한 기간 등을 고려하지 않고 몇 베크렐이 검출됐다는 정보는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사회적 혼란을 부추길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원안위 관계자는 "현재로는 방사성 물질의 외부환경 유출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향후 지하수 관측공을 추가 시추해 환경 감시를 강화하고, 정밀 조사를 실시해 외부 유출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월성 2~4호기 SFB 검사도 진행하기로 했다.

원안위는 지난 3월 말부터 함세영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를 단장으로 하는 월성 원전 삼중수소 민간조사단과 함께 월성 원전 주변 방사성 물질 유출 의혹을 조사해왔다. 민간조사단은 "한수원이 조사단과 협의 없이 월성 1호기 SFB 차수벽과 차수막을 제거해 정확한 상태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월성 원전 주변인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주민들은 이날 "원전 옆에서 평생 건강 문제 없이 살았다. 주민 갈등만 남기는 정치 환경팔이, 방사능 공포 선동을 중단하라"며 긴급 집회를 열었다.

이해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