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의장 [사진=카카오]
김범수 카카오 의장 [사진=카카오]
"선물하기, 결제, 보험, 금융, 증권, 쇼핑, 웹툰, 엔터테인먼트, 게임, 퀵서비스, 꽃배달, 샐러드 배달, 미용실, 네일숍, 영어 교육, 골프장, 택시, 대리, 주차 대행…"
정치권이 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 사업자를 향한 규제 칼날을 벼리고 있다. 여당이 나서 "더 이상 문어발식 확장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국정감사장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를 세워 따져 물을 것으로 보여 카카오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카카오 성공의 이면에는 시장 지배 문제 숨어 있어"

11일 정보기술(IT)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카카오 등 국내 대형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대한 '갑질 규제법'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글로벌 IT 기업인 구글의 '인앱 결제' 강제화를 막는 법안 통과를 주도한 데 이어 이번엔 국내 대형 플랫폼의 갑질 관행을 대대적으로 손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관련 상임위원회 심사와 내달 국정감사에서 입법 필요성을 강조한 뒤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카카오가 스타트업이나 소상공인, 골목상권 생태계를 어지럽히고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약 20%에 달하는 플랫폼 수수료는 소비자와 입점업체에 큰 부담"이라며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 업체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카카오 등 플랫폼 대기업을 규제하기 위한 토론회가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렸다. [사진=온라인 영상 캡처]
카카오 등 플랫폼 대기업을 규제하기 위한 토론회가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렸다. [사진=온라인 영상 캡처]
민주당 송갑석·이동주 의원이 참여연대 등과 함께 연 '118개 계열사를 거느린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 주제의 토론회에서는 소상공인이나 영세 사업자와 곳곳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카카오의 사업 확장 방식이 도마에 올랐다. 실제로 카카오의 계열사는 2015년 45개에서 올 상반기 기준 158개(해외법인 포함)로 급상승한 상황.

카카오가 영위하는 사업 종류도 다양하다. 카카오톡을 앞세워 선물하기, 결제, 보험, 금융, 증권, 쇼핑, 웹툰, 엔터테인먼트, 게임, 퀵서비스, 꽃배달, 샐러드 배달, 미용실, 네일숍, 영어 교육, 골프장, 택시, 대리, 주차 대행 등 전방위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카카오가 대부분 소상공인 영역에서 낮은 수수료로 경쟁사를 몰아내고 이후 독점적 위치를 활용해 플랫폼 수수료와 이용 가격을 인상하는 정책을 편다는 비판이 컸다.

택시업계와 잦은 마찰을 빚는 카카오모빌리티티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스마트호출 요금을 최대 5000원까지 인상하려다 극심한 반발에 부딪혀 철회했다. 택시호출 시장 점유율이 80%에 이르는 카카오가 본격적으로 시장 지위를 남용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서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카카오 성공의 이면엔 시장 지배의 문제가 숨어있다"고 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송갑석 의원은 "혁신과 성장의 상징이었던 카카오는 '탐욕과 구태'의 상징으로 전락했다"며 "국정감사에서 카카오의 무자비한 사업확장 문제를 강력히 지적하고 소상공인이 체감할 수 있는 상생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국감서 카카오 타깃으로 질문 공세 쏟아질 듯

강규혁 전국서비스산업노조연맹 위원장이 지난 8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카카오 모빌리티 독점적 지위 횡포 중단 요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강규혁 전국서비스산업노조연맹 위원장이 지난 8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카카오 모빌리티 독점적 지위 횡포 중단 요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이 제정을 추진하는 법안의 명칭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다. 카카오나 네이버 등 대형 플랫폼 사업자들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유사 법안은 21대 국회 들어서만 10여 개가 제출됐다.

민주당은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는 물론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차원에서도 관련 입법을 위한 자체 논의를 병행하고 있다. 소속 의원별로 플랫폼 기업을 할당해 자체 조사한 뒤 다음달 국정감사 때 불공정 관행의 문제점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당내 기구인 을(乙)지로위원회도 최근 '플랫폼 경제, 을(乙)과의 연속 간담회'를 여는 등 정책적 뒷받침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 제정도 병행 추진할 계획이다. 업무 특성상 고용과 소득이 불안정하고 기본적인 권익을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을 개선하는 내용이 골자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국감 증인 채택은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여당 차원에서 김 의장을 국감 증인으로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카카오의 사업 분야가 방대한 만큼 각 상임위에서도 카카오 타깃으로 질문 공세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카카오의 택시, 대리운전업 진출 문제를 다룰 가능성이 높다. 정무위원회에서는 카카오의 은행, 금융권 진출과 관련한 '역차별 논란'이 다뤄질 것이 확실시된다. 통상 은행은 공공적 책임을 요구 받는 주인 없는 금융기관으로 통한다.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는 카카오(27.41%), 카카오의 최대주주는 김 의장(13.3%)이다. 은행업에 진출할 수 없었던 기존 대기업들과의 역차별 문제가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 "플랫폼 부작용 우려 커지고 있어"

[사진=신경훈 기자]
[사진=신경훈 기자]
공정거래위원회 차원에서도 카카오 제재가 언급됐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전날 오전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 간담회에서 "(플랫폼 기업에 대해)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카오의 몸집과 영향력이 커지면서 입점업체와의 '갑을관계'가 심화하고 소비자 피해도 빈번하다는 것이다. 금융당국발 규제와 여당 내 잇따른 견제 목소리에 공정위까지 문제점을 부각하고 나선 것이다.

조 위원장은 "(플랫폼은) 입점업체에 새로운 시장 접근 기회를 부여하지만 불공정행위 우려도 상존한다"며 "소비자에게도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했지만 소비자 피해 사례도 증가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플랫폼 기업의 경쟁제한행위를 집중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소상공인과 관련 파트너 주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적극 경청하며 상생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게 공식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불만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준공공재 역할을 하고 있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면에서 상생 지원금, 백신 접종 예약, 선별 진료소 안내, QR 체크인 등을 카카오톡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요구해 적극 협조했다는 것. 아쉬울 때는 카카오에 협조를 요구하더니 돌연 카카오를 '갑질 집단'으로 매도하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의 영향력 확대와 관련해 사회적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사회 공헌만으로는 카카오가 현재 여론을 돌리기 쉽지 않아 보인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이해당사자들 반발이 큰 만큼 플랫폼의 해외 진출을 적극 모색한다면 정부 차원에서도 규제가 아니라 지원을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