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지난 6월 출시한 음성인식 기반 AI 스피커 ‘기가지니3’. KT 제공
KT가 지난 6월 출시한 음성인식 기반 AI 스피커 ‘기가지니3’. KT 제공
KT가 글로벌 인공지능(AI) 플랫폼 선두주자 아마존과 손잡고 음성인식 AI 서비스 공동 개발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음성인식 로봇 비서’ 역할을 하는 KT의 AI 스피커 ‘기가지니’에 아마존의 AI 스피커 ‘알렉사’를 탑재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한국적 사고에 특화된 기가지니와 영어 인식에 특화된 알렉사를 융합해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다.

기가지니, ‘두 개의 뇌’ 들인다

5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아마존의 AI 음성인식 동맹 ‘음성 상호운용 이니셔티브(VII)’에 합류해 관련 기술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KT 기가지니에서 아마존 알렉사를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VII는 한 AI 기기를 통해 알렉사 등 여러 음성인식 AI 서비스를 통합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기 하나에 서로 다른 AI 두뇌 두 개 이상을 넣는 식이다. 기가지니와 알렉사처럼 서로 다른 언어 기반 AI 플랫폼을 한 기기에서 함께 운용하면 서비스 영역이 획기적으로 커질 수 있다. 인식하는 명령어가 그만큼 급증해서다. 현재 기가지니는 영어를, 알렉사는 한국어 음성인식을 지원하지 않는다.

이번 협업이 완료되면 기가지니를 통해 한국어와 영어 기반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사용자가 ‘지니야’ ‘알렉사’ 등 명령어를 골라 원하는 AI 플랫폼을 호출하면 된다. 영어를 많이 쓰는 비즈니스 상황에선 ‘알렉사’를 부르는 식이다. 연동되는 기기도 늘어난다. 알렉사는 구글의 사물인터넷(IoT) 기반 스마트홈 브랜드 ‘네스트’ 등과 기기 연동을 지원하고 있다.

양사는 VII를 통해 양측 음성인식 AI 빅데이터를 공유하고 플랫폼 호환성을 높일 계획이다. 아마존 관계자는 “이용자가 자신의 필요에 가장 잘 맞는 음성 AI 서비스를 쓰도록 선택권을 주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2019년 9월 기업 30곳이 모여 출범한 VII의 지난달 말 기준 회원사 규모는 92곳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 인텔 등 글로벌 IT 기업을 비롯해 독일 가전기업 보쉬, BMW 등 각 분야 회사가 참여한다.

동맹 확대로 범용성 높여

양사 AI 플랫폼을 연동한 각종 기업 간 거래(B2B) 서비스도 나올 전망이다. 영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지원할 수 있는 AI 사용자환경(UI)을 차별점으로 내세울 수 있어서다.

KT는 지난 6월 아마존의 글로벌 협력을 맡고 있는 자회사 아마존웹서비스(AWS)와 AI·클라우드·콘텐츠 분야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AI 기반 챗봇 등을 아마존의 클라우드 콘택트센터(콜센터) 서비스인 아마존커넥트와 통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나아가 호텔, 아파트 등으로 통합 AI 서비스를 확대하기로 했다. KT 관계자는 “아마존과 다각도로 AI 사업을 협의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서비스 내용은 향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2017년 1월 기가지니를 내놨다. 올해 상반기 기준 가입자 수는 290만 명으로 국내 대화형 AI 스피커 중 사용자가 가장 많다. KT는 AI 스피커 생태계 우위를 다지기 위해 기가지니 범용성 높이기에 주력하고 있다. LG전자의 가전제품, LG유플러스의 IoT 서비스와 기가지니를 연동하는 업무협약을 맺은 게 대표적이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