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엣지]박태훈 왓챠 대표, "OTT 넘어 모든 콘텐츠로 서비스 확장"
“왓챠를 OTT 스타트업으로만 국한할 수는 없습니다. 왓챠는 콘텐츠 데이터 기업으로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확장할 수 있는 사업은 무궁무진합니다.”

박태훈 왓챠 대표의 포부입니다. 왓챠는 2011년 설립된 스타트업입니다. 주로 온라인동영상플랫폼(OTT) ‘왓챠’로 많이 알려졌죠. 인공지능(AI) 콘텐츠 추천 서비스를 강점으로 특히 젊은 층에서 인기입니다. 지난해 매출 377억원을 올리며 국내 OTT업체 중에선 SK텔레콤의 웨이브 다음으로 높은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왓챠에서 지난달 초 MBC 자회사 블렌딩을 흡수합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블렌딩은 음원을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에 유통해주는 유통사입니다. 다소 생뚱맞을 수 있는 합병에 업계에는 “왓챠가 기존 사업인 OTT와는 다른 길을 모색하는 듯하다”는 전망이 퍼졌습니다. 하지만 설립했을 때의 청사진은 변함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게 왓챠의 설명입니다. 박 대표는 “왓챠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든 것을 분석하는 콘텐츠 데이터 기업입니다”며 “다양한 분야로 확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고 말했습니다.

왓챠의 시작은 영화 평점 플랫폼 왓챠피디아입니다. 왓챠피디아는 영화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에 대한 평점을 매기는 플랫폼으로, 지금까지 쌓인 평점 데이터는 6억2000만 개에 달합니다. 박 대표는 “콘텐츠업계는 지금까지 직관, 감 등으로 불확실한 결정을 내려왔다”며 “왓챠는 이를 철저하게 데이터에 기반해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OTT 서비스는 왓챠가 쌓아온 왓챠피디아의 데이터를 가지고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대안으로 떠오른 수익 모델의 하나입니다. 다양한 소비자들의 취향 데이터를 모았으니 ‘될 만한’ 콘텐츠를 보는 눈도 기를 수 있을 것이고 이를 수급해 서비스하면 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실제 왓챠의 데이터 기반 ‘취향 저격’은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매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왓챠가 들여 온 ‘킬링이브’는 큰 흥행을 기록했습니다. “킬링이브는 시즌2가 현지에서 방영하고 있을 때 시즌 1, 2를 들여왔습니다. 그때 까지 한국에서는 ‘주인공이 여자 두 명이면 한국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공식에 의해 아무도 관심이 없었던 작품이었죠. 그런데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분명 성공할 수밖에 없어 보였습니다. 역시나 데이터가 옳았고 왓챠에서 지속해서 시청 1위 콘텐츠로 자리잡는 등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새로운 흐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평점 데이터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겁니다. 현재는 영화 드라마를 위주로 왓챠피디아를 운영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았던 도서 평점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음악, 공연, 웹툰 등 문화예술 전반으로 평점 서비스를 확장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OTT는 콘텐츠 데이터 확보 과정에서 가장 빠르게 수익화할 수 있는 서비스여서 선택한 하나의 모델일 뿐입니다. 왓챠가 콘텐츠 데이터를 가지고 확장할 수 있는 다른 영역이 무엇일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사업 확장에 대한 그의 결심은 확고합니다. 지난 2~3년간 대기업, 대형 커머스 플랫폼 등 여러 곳에서 왓챠 인수를 타진해 왔습니다. 박 대표는 대기업에 종속되면 사업 확장에 많은 제약이 따를 것이라고 판단해 모두 거절했습니다. 그는 “발 빠른 의사결정과 일사불란한 작업 환경은 스타트업이 아니고선 불가능하다”며 “왓챠는 스타트업 정체성을 끝까지 지켜 콘텐츠 문화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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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