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옥스퍼드대 연구진 논문 발표
염증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자궁내막증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염증을 유발하는 특정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자궁내막증이 유발된다고 지난 25일 ‘사이언스 중개의학’에 밝혔다.

자궁내막증은 자궁 안에 있어야 할 자궁내막이 자궁 밖에서 자라는 질병이다. 주로 골반이나 복막 대장 직장 등에서 자란다. 가임기 여성의 10~15%에서 발견될 만큼 흔한 질병이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발병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가까운 가족에 자궁내막증이 있으면 발생 확률이 7배 정도 높아진다는 보고가 있어, 유전적 변이가 원인일 것이란 가설만 있었다.

연구진은 1990년대 연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세대에 걸쳐 자궁내막증이 발병한 환자 가족을 조사한 결과 7번 염색체에 변이가 있다는 것을 찾아낸 것이다. 하지만 7번 염색체에 있는 수백 개의 유전자 중 정확하게 어떤 유전자의 문제인지는 밝히지 못했다.

연구진은 3명 이상이 자궁내막증을 진단받은 32개 가족을 모집했다. 가족 내 여성 구성원의 7번 염색체를 모두 분석한 결과, 'NPSR1' 유전자에서 특이적인 변이를 찾았다. NPSR1은 천식, 류머티즘 관절염과 같은 염증성 질환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크리나 존더반 옥스퍼드대 교수는 “기존에는 염증 유전자로만 알려져 있었을 뿐, 자궁내막증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자궁내막증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붉은털 원숭이의 디옥시리보핵산(DNA)을 추가로 조사했다. 자궁내막증 증상을 보이는 135마리, 정상 원숭이 715마리의 DNA를 분석한 결과, 역시 NPSR1 유전자에서 차이를 보였다.

NPSR1이 자궁내막증의 원인 중 하나라는 확신을 가진 연구진은 이를 억제하는 방안을 고안했다. 연구진은 자궁내막증을 인위적으로 발병시킨 쥐에, NPSR1의 활성을 억제하는 물질로 알려진 ‘SHA 68R’을 투여했다. 그 결과 쥐의 복통이나 염증 정도가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 SHA 68R의 약물 개발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자궁내막증은 극심한 복부 및 골반 통증을 유발하지만 치료제가 매우 한정적이다. 월경 주기에 따라 분비되는 여성 호르몬에 의해 자궁내막이 자라기 때문에, 이를 막는 호르몬 제제가 주로 쓰인다. 경구 피임약도 그 중 하나다. 호르몬 제제는 크고 작은 부작용이 수반되기 때문에 비호르몬 제제의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존더반 교수는 “20년간 여성들은 원인도 알지 못하는 질병에 고통받았다”며 “이번 연구로 부작용이 적은 비호르몬 치료제가 개발돼, 자궁내막증 환자의 고통을 줄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NPSR1 변이가 모든 자궁내막증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존더반 교수는 “자궁내막증은 여러 유전자의 복합적인 작용에 의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여러 연구를 통해 질병을 좀 더 깊이있게 이해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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