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서범세 기자
사진=서범세 기자
쌍방울그룹 계열사인 나노스가 추진해온 바이오 신사업이 결실을 앞두고 있다. 독일 코든파마와 지질나노입자(LNP)의 국내 독점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별도로 LNP 생산시설의 국내 구축 및 합작법인 설립을 논의 중이다. 최종적으로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다.

지난 24일 쌍방울그룹 본사에서 만난 양선길 나노스 대표는 “2018년부터 준비해온 바이오 신사업이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다”며 “연내 혹은 내년 상반기 바이오 매출 발생을 목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노스는 2004년에 설립됐다. 쌍방울은 2017년에 광림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법정관리 중이었던 나노스를 인수했다. 2018년에는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현재 휴대폰 카메라 부품인 광학필터와 휴대폰 및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홀센서’를 제조해 판매하고 있다.

코든파마와 국내 합작법인 설립 논의

양 대표는 서울시립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우성건설과 동양건설산업에서 근무했다. 쌍방울그룹에는 2011년에 사외이사로 합류했다. 이후 2013년 10월부터 4년6개월간 쌍방울 대표이사직을 수행했다. 이후 2018년 5월부터 나노스 대표이사로 있다. 지난 4월에는 쌍방울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 나노스 대표와 8개 계열사를 총괄하는 쌍방울그룹 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나노스는 올 6월 코든파마와 LNP의 국내 공급에 대한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코든파마는 유럽 및 미국에 8개의 우수의약품제조및관리기준(cGMP) 기준 설비를 갖춘 CDMO 기업이다. 모더나에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제조용 LNP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나노스는 코든파마가 생산하는 LNP에 대한 국내 독점 공급권을 보유하게 됐다. 국내에서 코든파마가 생산한 LNP 물질을 공급받으려면 나노스를 통해야 한다. 현재 LNP 공급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거나 논의를 진행 중인 국내 기업이 다수란 설명이다.

LNP는 mRNA 약물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물질이다. LNP로 mRNA를 감싸 체내에서 분해되지 않고 표적에 잘 도달하게 한다. LNP 생산은 mRNA 백신 생산의 핵심 기술이며, 코든파마는 이에 대한 핵심 특허 및 경험을 가진 소수의 기업 중 하나다.

양선길 대표는 LNP 유통계약 체결에 앞서 지난 3월 코든파마를 방문했다. 이날 국내에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CDMO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코든파마와 국내에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를 시작했다.

양 대표는 “나노스의 바이오 사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결과”라며 “극동아시아에 근거지를 마련하려는 코든파마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나노스는 최근 휴대폰 부품 사업에 대한 제조 설비를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기존 휴대폰 부품을 생산하던 경기도 화성 공장의 청정실(클린룸)은 현재 비어 있다. 이 공간을 바이오 용도로 변경해 LNP 생산설비를 포함한 CDMO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코든파마는 지난달 화성에 위치한 나노스의 클린룸을 방문해 실사를 마쳤다. 합작법인 설립에 대해서도 현재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 중이다.

"바이오 CDMO 사업, 쌍방울그룹 재도약 계기될 것"

위탁생산(CMO) 설비를 구축한 이후에는 아시아 지역 LNP 생산기지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바이오의약품 CDMO 사업에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LNP를 포함한 지질(Lipid), 저분자 화합물(small molecule), 펩타이드, 고효능활성원료의약품(HPAPI)에 대한 CDMO를 영위할 예정이다.

쌍방울그룹은 그동안 계열사별로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나노스는 주요 사업을 유지하는 한편, 바이오사업을 신사업 분야로 설정하고 구체적인 방향을 고민해왔다.

나노스가 다양한 바이오 사업 영역 중에서도 CDMO를 최종 목표로 설정한 이유는 기술 기반의 고부가가치 사업이기 때문이다. 위탁생산 시장은 향후 단가 경쟁으로 위축될 수 있지만, CDMO는 고유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특히 바이오의약품 CDMO에 대한 다양한 기술 및 경험을 보유한 코든파마와의 협력을 통해 아시아 CDMO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술이전이나 인수합병(M&A)을 통한 신약후보물질의 도입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 2월에는 300억원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5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250억원은 M&A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양 대표는 “나노스는 쌍방울그룹의 재도약을 위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나노스의 기존 사업을 굳건히 유지하는 한편, 중장기 먹거리인 바이오사업도 좋은 결실을 맺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