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사진=엔씨소프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사진=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엔씨)와 넷마블이 이번 주 각각 신작 게임을 출시한다. 개발자 인력난에 따른 인건비 상승, 과금 이슈, 신작 부재 등 올 상반기 침체됐던 게임시장에 대작을 투입해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각오다.

김택진 대표 "블소2, 게임 본연의 재미 추구"

2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는 오는 26일 '블레이드앤소울2'(블소2), 넷마블은 25일 '마블퓨처레볼루션'(마퓨레)을 출시한다.

'블소2'는 PC 게임 '블레이드앤소울'의 공식 후속작으로, 높은 수준의 그래픽과 오픈월드(수십, 수백명 인원이 한꺼번에 모여 플레이하는 게임) 기반의 호쾌한 액션성, 경공(질주나 하늘을 날면서 플레이하는 게임) 등 차별화된 콘텐츠를 강조한 게 주요 특징으로 꼽힌다.
블레이드앤소울2
블레이드앤소울2
특히 블소2는 기존 게임과 다른 액션성 구현에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 김택진 엔씨 대표는 지난 2일 온라인 쇼케이스 자리에서 "블소2 차별화 요소는 액션이다. 적의 행동을 보고 그 행동에 따라 내가 대응할 수 있도록 극도로 자연스러운 액션을 다중접속온라인(MMO)에 구현해보고 싶었다"며 "그 결과 기술적 혁신을 이뤄냈다. (게임산업 초창기에 느낄 수 있었던) 본연의 재미를 추구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일단 블소2에 대한 시장 기대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엔씨 신작 중 가장 높은 사전 예약자 수를 기록했다. 블소2의 사전 예약자 수는 총 746만명으로 리니지2M(738만명)의 역대 최대 기록을 넘어섰다.

블소2는 엔씨의 '퍼플'(PURPLE, PC·모바일 게임 호환 플랫폼)을 통해 PC와 모바일 기기로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편의성도 갖췄다. 때문에 블소2는 전작 PC 게임 블소를 즐겼던 이용자들까지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넷마블, 마블퓨처레볼루션 서사 구성에 공들여

마블퓨처레볼루션
마블퓨처레볼루션
내일(25일) 정식 오픈하는 넷마블 마퓨레도 기대작으로 꼽힌다. 이 게임은 넷마블 자회사인 넷마블몬스터와 마블이 두 번째로 협업한 작품이다. 앞서 첫 협업을 펼쳤던 '마블 퓨처 파이트'는 전세계 1억2000만명 이상이 즐기며 안정적인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넷마블은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3년이 넘는 개발 기간과 200명이 넘는 개발 인력을 투입했다.

특히 넷마블은 마퓨레의 서사 구성에 가장 공을 들였다. 마블 코믹스 '스파이더맨' '어벤져스'를 집필한 작가 마크 슈머라크와 협업해 히어로 집단 '오메가 플라이트'가 '컨버전스'로 인해 위기에 빠진 세계를 지키는 이야기를 담았다. 마블 애니메이션 성우들도 기용해 몰입감을 높였다. 또 히어로가 가진 고유의 특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마블 지식재산권(IP)에 이해도가 높은 게임 디자이너들도 대거 참여했다.

뿐만 아니라 방대한 마블 세계관으로 인한 진입장벽 문제도 해결했다. 마블 세계관을 모르는 이용자들도 내러티브 전개를 충분히 따라갈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다는 게 넷마블의 설명이다.

실제 이용자들은 '캡틴 아메리카' '캡틴 마블' '스파이더맨' '블랙 위도우' '아이언맨' '닥터 스트레인지' '스타 로드' '스톰' 등 스킬과 전투 콘셉트면에서 다양한 특성을 갖춘 슈퍼 히어로를 육성할 수 있다. 여기에 높은 수준의 그래픽 연출과 지상과 공중을 아우르는 입체적 전투, 다양한 코스튬 커스터마이징도 구현했다.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타이틀 뒤에 '레볼루션'이 붙은 만큼 기대치가 높다. 레볼루션은 넷마블의 대작게임 브랜드로, 앞서 '리니지2 레볼루션'과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으로 게임성을 입증한 바 있다.

"블소2 기대 이상 성과 가능"…"미퓨레 해외 매출 첨병"

방준혁 넷마블 의장 [사진=넷마블]
방준혁 넷마블 의장 [사진=넷마블]
두 게임은 각각 국내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하반기 흥행 기대작으로 꼽힌다.

엔씨는 블소2로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지난 4년간 독식했던 매출 1위 자리를 내줬기 때문. 엔씨는 2017년 6월 '리니지M' 출시 이후 줄곧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1위를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6월29일 출시된 카카오게임즈의 신작 오딘에게 매출 1위 자리를 내줬다. 엔씨의 상반기 매출을 이끌 것으로 보인 모바일 게임 '트릭스터M'은 기대만큼의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엔씨는 블소2에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적용해 이용자 과금 부담을 낮출 것으로 전망된다. '리니지M', '리니지2M' 등 간판 게임의 과도한 과금유도 정책으로 논란을 빚은 만큼 변화 움직임이 감지된다. 엔씨는 올 2분기 실적 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전화회의)을 통해 라이트 이용자와 하드코어 이용자간 밸런스를 맞춰 블소2의 유료 상품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블소2의 매출은 2556억원, 일평균 18억7000만원 수준으로 추정한다"며 "최근 카카오게임즈 '오딘'의 흥행에서도 알 수 있듯 신규 대작 다중접속온라인게임(MMO) 대기 수요가 크기 때문에 블소2의 기대 이상 성과 달성도 가능하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넷마블은 하반기 마퓨레를 비롯해 '세븐나이츠2'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BTS드림' '머지 쿠야 아일랜드' 등 다수 신작을 글로벌 시장 공략에 고삐를 죌 예정이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넷마블의 3분기 영업이익은 마퓨레의 글로벌 신규 반영 등으로 전분기 대비 대폭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퓨레는 국내를 포함해 240여개국에 정식으로 출시된다.

앞서 엔씨와 넷마블은 올 2분기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실적을 내놨다. 엔씨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385억원, 1128억원이었다. 매출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영업이익이 46% 감소했다. 넷마블 매출은 15.8% 감소한 5772억원, 영업이익은 80.2% 줄어든 162억원에 그쳤다. 업계는 두 회사가 공 들인 신작 출시가 하반기 실적 개선을 이끌 것으로 점쳤다.

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 비대면 업종의 실적이 대폭 상승했지만 대표적인 비대면 업종인 게임업계의 경우 개발자 인력난에 따른 인건비 상승, 인센티브 지급 등으로 수익성이 줄었다"며 "하반기 시작을 알리는 두 대작의 흥행 여부가 게임 업계 분위기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