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 콘텐츠 갈등이 법정다툼으로 번졌다. 사진은 LG유플러스의 IPTV 화면.  LG유플러스 홈페이지
IPTV 콘텐츠 갈등이 법정다툼으로 번졌다. 사진은 LG유플러스의 IPTV 화면. LG유플러스 홈페이지
CJ ENM과 LG유플러스 간 인터넷TV(IPTV) 콘텐츠 사용료 갈등이 결국 법정으로 갔다. 콘텐츠 기업(CP)과 국내 통신사가 콘텐츠 사용 대가를 두고 벌이는 첫 소송이다.

1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CJ ENM은 지난주 LG유플러스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10여 년간 CJ ENM의 콘텐츠를 무단으로 활용했으니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고, 대가를 지급하라는 내용이다.

CJ ENM이 문제 삼은 것은 LG유플러스가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운영한 복수 셋톱박스 서비스 연동 전략이다. 이 기간 LG유플러스는 한 집에서 셋톱박스 두 대 이상을 이용할 경우 한 셋톱박스에서 결제한 유료 콘텐츠를 다른 셋톱박스에서도 추가 과금 없이 동시에 볼 수 있게 했다. CJ ENM 같은 CP에는 별도 대가를 지급하지 않았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당시 LG유플러스의 IPTV 요금 과금 체계는 셋톱박스 개수가 아니라 가구 단위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CJ ENM은 그러나 LG유플러스가 CP의 콘텐츠를 공짜로 내세워 자사 가입자를 확대·유지한 만큼 상당한 마케팅 효과를 누린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다른 IPTV 기업(KT, SK브로드밴드)은 모두 셋톱박스가 여러 개인 경우라도 기기마다 IPTV 서비스를 별도로 받게 했다. 가구별 셋톱박스 개수에 따라 추가적으로 발생한 수익은 CP에도 나눠줬다.

복수 셋톱박스 이용자는 LG유플러스의 IPTV 가입자 중 약 16%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CJ ENM 측 소송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화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IPTV 가입자 수 산정은 단말장치나 단자 수가 기준”이라며 “정상 과금 방식을 적용할 경우 추가로 정산받았을 금액은 100억원이 넘는다”고 했다. 그러나 CJ ENM은 이번 소송에서 LG유플러스에 5억원을 요구했다. CJ ENM 관계자는 “단순히 돈이 문제가 아니며, 콘텐츠 저작권을 인정받기 위한 소송임을 보여주기 위해 상징적으로 금액을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 내용 시작점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CJ ENM은 “이제라도 저작권 인식을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2018년에도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등과 문제 제기를 했지만 LG유플러스가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게 CJ ENM의 주장이다.

LG유플러스는 문제 제기 1년 후인 2019년 3월에서야 복수 셋톱박스 연동 전략을 폐지했다. 하지만 CJ ENM에는 10년간의 콘텐츠 사용 대가를 정산해 주지 않았다. 유료방송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후 LG유플러스는 지상파 등 특정 사업자와는 비공식 합의를 통해 콘텐츠 이용료를 지급했다”고 말했다.

콘텐츠 이용료를 두고 통신사와 갈등 중인 CJ ENM이 몇 년 전 일까지 꺼낸 건 ‘전방위 압박’ 수위를 올리는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