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메라 항원수용체 T세포(CAR-T)로 알려진 앱클론은 사실 오래된 ‘항체 명가(名家)’다. 인체 내 모든 단백질을 분석하는 국제 프로젝트 ‘인간 단백질 아틀라스 프로젝트’에도 참여한 이종서 앱클론 대표는 2010년 창업해 기존 기업들과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회사를 성장시키고 있다.
이종서 앱클론 대표는 유방암 시장에서 AC101이 퍼제타를 대체할 신약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또 다른 핵심은 위암 시장이다. AC101이 위암 종양 크기를 완전관해에 가깝게 줄였다. / 사진=신경훈 기자
이종서 앱클론 대표는 유방암 시장에서 AC101이 퍼제타를 대체할 신약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또 다른 핵심은 위암 시장이다. AC101이 위암 종양 크기를 완전관해에 가깝게 줄였다. / 사진=신경훈 기자
“많은 신약 회사가 새로운 타깃을 찾으려고 합니다. 저희는 기존 메커니즘이 증명된 블록버스터 치료제가 품지 못하는 미충족 수요를 공략합니다. 블록버스터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만 추산해도 엄청난 시장이거든요.”

이종서 대표는 앱클론의 항체신약 의약품의 사업 전략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2016년 중국의 바이오텍 헨리우스에 4000만 달러(약 455억6800만 원) 규모로 기술이 전한 AC101은 이 전략을 충실히 따랐다. AC101이 표적하는 단백질은 HER2다. 유방암 환자의 30% 정도가 HER2 유전자가 과발현돼 있어 중요한 발암 원인으로 꼽힌다.

이 대표가 HER2를 공략하겠다고 나섰을 때 주변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미 허셉틴이라는 블록버스터 신약이 있고, 개발사인 로슈는 새롭게 개발한 유방암 치료제 퍼제타와 허셉틴의 병용치료를 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받았다.

이 대표는 “허셉틴은 훌륭한 치료제이지만 투약 환자의 30%는 전혀 반응하지 않고, 30%는 부분적으로만 반응한다”며 “이 60%를 공략하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라고 했다.

AC101, 유방암과 위암 모두 공략할 가능성 높아
현재 로슈는 허셉틴과 퍼제타의 병용요법을 공격적으로 마케팅하고 있다. 로슈는 지난 해 퍼제타로 38억8300만 스위스프랑(약 4조8189억 원)을 벌어들였다. 이 대표는 유방암 시장에서 AC101이 퍼제타를 대체할 수 있는 신약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

앱클론이 공개한 전임상 결과에서 AC101은 허셉틴과의 병용치료에서 퍼제타보다 종양의 크기를 크게 줄였다. 허셉틴과는 서로 다른 부위를 공략하기 때문에 기존 치료법에 반응하지 않던 환자들에게서 효능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Cover Story - Company] 항체 개발의 ‘전통 명가’ 앱클론 “블록버스터의 미충족 수요 선점, 성장세 이어간다”
이 대표는 “허셉틴의 특허가 2019년에 풀렸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며 “허셉틴의 시장이 커질수록 AC101이 공략할 수 있는 시장도 더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AC101이 노리는 것은 유방암 시장만이 아니다. 진짜 시장은 위암 시장이다. HER2는 유방암의 ‘시그니처 유전자’로 알려져 있지만 위암·폐암 환자에서도 발견되는 변이다.

서구권에서는 위암보다는 유방암의 환자 수가 더 많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 중국, 동남아, 중동, 러시아 등에서는 위암 환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 대표는 이 사실에 기반해 AC101을 위암에 최적화했다. 로슈에서도 위암 환자에서 허셉틴과 퍼제타의 임상 시험을 진행했지만, 종양의 크기를 거의 줄이지 못했다.

반면 위암에 대한 AC101의 전임상 결과를 보면 위암 종양의 크기가 완전관해에 가깝게 줄었다. 현재 AC101은 중국에서 임상 1상을 마치고 데이터 분석 과정에 있으며, 임상 2상 환자를 모집하고 있다.

AC101이 이런 뛰어난 효능을 보일 수 있는 것은 절묘한 결합 부위 덕분이다. 항체의약품의 효능은 단백질의 어느 부위에 얼마나 강하게 결합하느냐가 좌우한다.

HER2는 총 4개로 결합 부위가 나뉜다(도메인 1·2·3·4). 허셉틴은 4번 자리에, 퍼제타는 2번 자리에 결합한다. AC101은 4번 자리에 결합하는데, 허셉틴과 180도 반대편에 결합한다.
이 대표는 “마치 목을 조르듯이 허셉틴과 AC101이 양쪽에서 HER2 단백질의 기능을 막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네스트 플랫폼ʼ으로 정확한 결합부위 찾고 최적화된 항체 개발
이런 절묘한 결합 부위를 찾으려면 단백질의 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단백질의 기능을 억제하는 ‘급소’를 찾아야 한다. 대다수의 항체 개발 기업들이 최대한 많은 양의 항체를 랜덤하게 만들어 그중 결합력이 가장 ‘센 놈’을 찾는다. 문제는 결합력이 ‘센 놈’이 급소를 공략하는 진짜 ‘센 놈’은 아니라는 점이다.

앱클론은 이런 오류를 피하기 위해 ‘네스트’ 플랫폼을 개발했다. 네스트는 항체를 개발하는 데 사용되는 모든 기술을 집약한 플랫폼으로 크게 두 가지 기술이 있다.

우선 단백질의 ‘급소’를 찾아내는 ‘EDBD(Epitope Discovery using Bacterial Display)’ 기술이다. EDBD는 타깃 단백질의 유전자를 작게 자른 뒤 박테리아의 표면에 무작위로 발현시킨다. 여러 종류의 항체를 박테리아에 뿌린 뒤 항체와 결합하는 단백질 부위를 분리해 낸다. 이런 방식으로 항체와 결합이 가능한 단백질 부위를 찾아낸다.

이렇게 결합 부위와 항체를 선정하면 최적화 단계를 거친다. 앱클론의 ‘옵탄(OPTAN)’ 기술은 실제 몸속에 존재하는 타깃 단백질의 형태를 고려해 항체의 친화도와 효능 등을 최적화한다.

이 대표는 “실험실에서 보는 단백질은 하나의 단량체 형태이지만, 몸에서는 이량체, 삼량체로 존재한다”며 “실험실에서 찾은 결합 부위가 체내에서는 가려져 항체가 힘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앱클론의 혈액암 타깃의 CAR-T 파이 프라인인 AT101을 개발할 때 이런 문제에 직면했다. AT101은 B세포 표면에 발현되는 CD19에 결합하는데, CD19가 체내에서는 실험실과 다른 형태로 존재했다.

이 대표는 “네스트 플랫폼으로 체내 CD19에서 효능을 발휘하는 CAR-T를 개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 다. AT101에도 이 대표의 신약개발 전략이 고스란히 적용된 것이다. 이 대표는 “앱클론 만의 차별화된 기술과 전략으로 시장 장악력을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애널리스트 평가
“전이성 위암의 1차 치료제로서 효능 입증 기대” by 김정현 교보증권 책임연구원
AC101의 임상 2상이 공개됐다. 1상에서 큰 부작용이 없었고, 효능도 성공적으로 입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후속 임상에서 기존 HER2 양성 재발성, 전이성 위암의 1차 치료제로서 효능 입증이 기대된다.

최지원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8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