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Review] 논문으로 보는 항체 엔지니어링의 최신 동향
항체의약품이 안정 궤도에 올라가 며 항체 크기를 줄이고 반감기는 늘리고 표적에 대한 선택성은 높이는 등 엔지니어링 기술 연구가 집중되고 있다. 항체 엔지니어링의 최신 동향을 대표하는 3개 논문을 꼽아 경향을 짚어본다.

첫 번째 논문은 항체의 표적 특이성을 강화하기 위해 암 조직에서 분비되는 단백질 분해 효소에 의해 활성화하는 항체를 통해 T세포를 활성화하는 이중항체에 대한 문헌이고, 두 번째 논문은 항체의 불변영역(Fc Domain)의 엔지니어링을 통해 항체의 체내 지속시간을 늘리는 연구다. 마지막 논문은 요즘 각광받는 딥러닝이 어떻게 원하는 특성을 가지는 항체 선별에 적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논문 No.1> 단백질 분해효소에 의한 T세포 이중항체의 암 특이적인 활성화
(Protease-activation using anti-idiotypic masks enables tumor specificity of a folate receptor 1-T cell bispecific antibody)
저널 Nature communications (IF 14.919)
게재일 2020.06.24
doi 10.1038/s41467-020-16838-w

T세포 이중항체(T-Cell bispecific antibody)는 T세포 표면의 CD3 단백질과 암세포에 많이 분포하는 항원에 동시 결합할 수 있는 항체다. T세포 이중항체는 암세포와 세포 독성 T세포를 인위적으로 결합시킨 것이다. T세포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사멸시켜 항암 면역 치료 효과를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T세포 이중항체가 효과적으로 암세포에만 작용하려면 이론적으로 암세포에서만 발현되고 정상세포에는 전혀 발현되지 않는 항원을 인식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암에서 많이 발현되는 항원은 정상세포에서도 어느 정도는 만들어진다. 이러한 항원을 인식하는 T세포 이중항체는 정상세포에 대해서도 세포 독성 T세포를 활성화해 정상세포를 죽여 부작용의 원인이 된다.

가령 난소암, 폐암, 유방암 등 여러 종류의 암에서 많이 만들어지는 단백질인 ‘폴레이트 수용체1(FOLR1)ʼ의 경우 폐나 신장 등 정상 세포에서도 어느 정도 발현된다. FOLR1에 기반한 T세포 이중항체는 동물모델에서 매우 훌륭한 암 억제 효과를 보였지만 영장류 실험은 심한 폐독성이 관찰됐다. 이것은 FOLR1이 정상 폐세포에서도 존재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부작용을 피하려면 종양미세환경에서 만 특이적으로 T세포 이중항체를 활성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종양미세환경 특이적인 항체의 활성화를 할 수 있을까.

종양미세환경에는 ‘세포외기질 금속함유 단백질분해효소(MMP·Matrix Metallo Protease)’로 총칭되는 다양한 단백질 분해 효소가 있고, 이들을 이용해 항암 항체를 암 특이적으로 활성화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개발됐다.

대표적으로 암 조직에서 분비되는 단백질 분해효소에 의해 선택적으로 분해하는 링커로 항체와 항체의 기능을 억제하는 단백질을 연결하는 방법이 있다.

즉 평상시에는 항체 기능을 억제시켜 불필요한 부작용을 막고, 종양미세환경에서는 MMP에 의해 링커가 분해돼 항체가 활성화된다. 이 논문에서는 이런 전략을 이용해 T세포 이중항체를 활성화하는 예를 보여준다.

로슈의 연구팀은 T세포에 존재하는 단백질인 CD3과 암세포에 존재하는 단백질인 FOLR1을 동시에 인식하는 이중항체를 암 특이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해 항체에 다음과 같은 변형을 가했다. FOLR1에 결합하는 항체에 CD3 항체를 연결한 뒤, CD3 항체 위쪽으로 항체의 기능을 막는 또 다른 단일 가닥 항체를 결합시켰다. 이 둘은 MMP에 의해서 분해되는 링커로 연결돼 있다.

따라서 정상 세포에서는 CD3 항체 기능이 억제되고, T세포의 세포 사멸 기능 역시 억제된다.
반면 종양미세환경에서 링커가 분해돼 CD3 항체의 ‘족쇄’가 분해되고 나면 T세포가 활성화되며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원리다.

연구진은 CD3 항체를 억제하는 단일 가닥 항체를 연결한 뒤, CD3과 T세포의 결합이 억제되는지를 전자현미경을 통해 확인했고, 이렇게 ‘족쇄’가 채워진 항체가 T세포의 활성화를 막는지를 세포 실험으로 확인했다. 이 후에 단백질 분해효소를 처리해 링커를 분해하면 T세포 활성화에 의한 세포 사멸 능력이 되살아나는지도 확인했다.

실제 암 조직에서 방출되는 단백질 분해효소에 의해서 링커가 분해돼 항체가 활성화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암 환자에서 채취한 조직을 세포 활성 측정시스템에 넣어보니, 활성이 억제됐던 항체의 세포 사멸 활성이 되살아나는 것을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연구자들은 인간화 생쥐 모델에 서 항체의 암 억제 능력을 테스트했다. 기대처럼 항체는 CD3 억제능력이 없는 항체에 근접한 암 억제 능력을 가졌고, 암 조직 이외에서 활성화되지 않아 부작용이 대폭 줄어 든 것을 확인했다.

결론적으로 이 연구 논문은 T세포 이중항체를 암세포 특이적으로 만들어 독성을 줄이기 위해 CD3 항체에 결합하는 단일가닥 항체를 이용해 활성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러한 전략이 성공적으로 치료용 항체에 적용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려면 영장류 실험 및 임상시험을 통해 효용성이 검증돼야 할 것이다.


<논문 No.2> 항체의 체내 지속 시간을 늘이기 위한 인간 항체 불변도메인의 pH 스위치 조절
(An engineered human Fc domain that behaves like a pH-toggle switch for ultra-long circulation persistence)
저널 Nature communications (IF 14.919)
게재일 2019.12.06
doi 10.1038/s41467-019-13108-2

항체의 혈액 내 순환시간을 줄이는 것은 항체의약품 약효 지속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렇다면 혈액 내에 순환되는 항체의 분해와 유지는 어떻게 조절될까.

대부분의 단백질은 세포 내 흡수 기전에 의해 세포 내로 흡수돼 분해되지만, IgG 항체는 일단 세포 내에 흡수된 후, 불변영역(Fc Domain)에 특이적으로 결합되는 수용체인 FcRn에 결합해 다시 세포 밖으로 방출되며 분해를 피한다.

FcRn에 항체가 결합해 세포체 바깥으로 방출될 수 있는 이유는 FcRn의 항체 결합이 pH 의존적이기 때문이다. FcRn은 중성인 pH 7.4에서는 항체와 거의 결합하지 않지만 pH가 낮아져서 5.8 정도로 떨어지면 항체와 잘 결합한다.

세포 내 흡수에 의해 소낭 형태로 세포 내에 흡수된 후엔 소낭 내부의 pH는 5.8 정도로 낮아진다. 이 상태에서는 FcRn과 항체가 잘 결합하게 되며, 세포 밖으로 이동한 후에 pH가 7.4가 되면 FcRn과 항체의 결합이 약해져 세포 밖으로 방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발견 덕분에 항체의 불변 도메인과 FcRn과의 결합을 조절하면 항체의 체내 지속시간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즉 항체의 불변영역에 돌연변이를 만들어 pH 5.8에서 FcRn과 항체의 결합력을 높인다면 항체의 세포외방출이 더욱 활성화되고, 체내 지속시간이 길어지는 것이다.

이런 돌연변이로는 428번째 메티오닌을 류신으로, 434번째 아스파라긴을 세린으로 바꾼 것(LS 돌연변이), 252번째 메티오닌을 타이로신으로, 254번째 세린을 트레오닌으로, 256번째 트레오닌을 글루탐산으로 바꾼 것(YTE 돌연변이) 등이 있다.

이러한 돌연변이는 pH 5.8에서 항체와의 결합력이 10배 정도 올랐고, 이에 따라 항체의 체내 지속시간이 늘었다. 가령 발작성 야간혈색뇨증 치료제인 라불리주맙(ravulizumab)은 불변 도메인에 LS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고, 혈중 반감기는 일반적인 항체의 두 배에 달하는 49.7일에 달한다.

현재보다 항체의 체내 지속시간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pH 5.8에서 FcRn과 항체와의 결합력을 늘리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성공적이지 못했다.

pH 5.8에서의 결합력은 늘었지만, 항체와 떨어져야 할 pH 7.4 조건에서 결합도 증가해 결과적으로 항체의 지속성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 텍사스대와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의 연구팀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불변영역 돌연변이를 탐색했다. 여기서 발굴된 새로운 돌연변이는 309번 류신을 아스파르트산으로, 311번째 글루타민을 히스티딘으로, 434번째 아스파라긴을 세린으로 바꾼 돌연변이(DHS 돌연변이)였다.

이 돌연변이를 부여하면 기존에 알려진 돌연변이체에 비해 pH 5.8에서 FcRn에 결합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pH 7.4에서는 약간의 결합을 보이는 기존 돌연변이체에 비해 전혀 결합하지 않는 특성을 가졌다.

이 돌연변이체는 인간의 FcRn 유전자를 가지는 낙인 마우스에서 테스트했고, 기존 돌연변이체에 비해 지속시간이 훨씬 길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또한 이 돌연변이는 FcRn에 의한 이펙터 기능을 방해하지 않았고, 리툭시맙과 같은 실제 치료용 항체에 도입됐을 때도 여전히 지속시간이 유지됐다.

<논문 No.3> 딥러닝으로 항체 서열에 의한 항원 특이성 예측을 이용한 치료 항체 최적화
(Optimization of therapeutic antibodies by predicting antigen specificity from antibody sequence via deep learning)
저널 Nature biomedical engineering(IF 11.38)
게재일 2021.04.15
doi 10.1038/s41551-021-00699-9

항체의약품은 동물세포에서 발현 정제돼 생산되는데, 이 때문에 항체의약품 최적화는 매우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항체의 서열만으로 항원 특이성, 물성 등 항체의 특성을 미리 예측해 적절한 특성을 가진 후보군을 선별하는 기술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딥러닝 기술의 발전에 의해 딥러닝을 항체 스크리닝에 응용하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스위스의 취리히 공대 연구팀이 발표한 이 논문에서는 딥러닝을 이용해 다양한 서열을 가진 항체 중에 원하는 항원 특이성을 가진 항체를 선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HER2를 인식하는 항체인 트라스투주맙(허셉틴)의 항원 인식부위에 104종류의 돌연변이를 가진 돌연변이 라이브러리를 만들었고, 이를 동물세포주의 표면에 발현시켜 항원 인식 여부에 따라 분리한 후 염기서열을 결정해 항원에 붙는 서열과 붙지 않는 서열을 얻고 이를 딥러닝의 학습 모델을 만드는 데 이용했다.

이렇게 학습된 딥러닝 모델을 이용해 108개 규모의 항체 라이브러리에서 수천 개의 항원 결합력이 있는 것으로 예측된 후보 서열을 선별할 수 있었고, 여러 가지 물리적 특성을 예측해 934개의 후보군을 선정했다.

이 중에서 30개의 서열을 임의로 선택, 실제 재조합 항체로 제작해 특성을 살폈더니 30개 모두 HER2에 결합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 연구는 원하는 항원 특이성을 가진 항체 선별에 딥러닝이 적용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이를 위해 잘 설계된 실험을 통해 변별력이 높은 학습 모델을 만들 수 있는 데이터를 얻는 것이 필수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저자 소개>

[Cover Story - Review] 논문으로 보는 항체 엔지니어링의 최신 동향
남궁석

고려대 농화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생화학 전공으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예일대와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박사 후연구원을 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충북대 농업생명과학대 축산식품생명과학부 초빙교수로 재직했다. 지금은 Secret Lab of Mad Scientist(SLMS)라는 이름으로 과학 저술 및 과학 관련 컨설팅 활동을 하고 있다. <과학자가 되는 방법>, <암 정복 연대기>의 저자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8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