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이후 항체의약품은 제약시장에서 명실상부한 ‘주류’로 자리 잡았다. 본격적으로 약물이 개발된 지 20여 년이 흐르면서 여러 블록버스터 항체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고, 성장세도 둔화되면서 글로벌 빅파마들은 ‘항체 엔지니어링’을 새로운 성장 모멘텀으로 삼고 있다.
[Cover Story - Analysis] 강점을 살리느냐, 약점을 보완하느냐…항체 엔지니어링의 두 갈래길
올해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100번째 항체의약품을 승인했다. GSK가 개발한 항PD-1 항체 ‘젬펄리(성분명 도스탈리맙)’다. 1986년 첫선을 보인 항체의 약품은 이제 어엿한 바이오의약품의 ‘대장주’가 됐다. 상승 궤도에 오른 지금, 항체의약 품은 엔지니어링 기술을 통해 세력을 넓혀가 고 있다.

CAR-T, 이중항체, ADC… 항체 강점 극대화한 모달리티들
최근 항체의약품의 개발 현황을 보면 크게 두 가지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항체의 강점을 최대한 살리는 전략과 단점을 최대한 보완하는 전략이다.

항체의 가장 큰 강점은 표적 단백질과의 높은 친화성이다. 단백질과 단백질 사이의 결합 부위는 대체로 면적이 크고 편편하다. 저분자화합물이 공략하기 어려운 특징들이다. 이런 경우 항체는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반면 단점은 크기다. 항체의 분자량은 15만 달톤(Da)으로, 1000Da 이하의 저분자 화합물과 15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최근 바이오업계의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키메릭 항원수용체 T세포(CAR-T), 항체약물접합체(ADC), 이중항체 등이 강점을 살리는 전략에 속한다. 항체가 접근하기 어려웠던 뇌 질환을 타깃으로 하는 경우 주로 이 전략을 택한다.

업계 관계자는 “뇌 질환 치료제의 핵심은 뇌혈관장벽(BBB)의 통과”라며 “크기가 작아도 BBB를 통과하지 못하는 약물이 많기 때문에 강점을 살리는 전략이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로슈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간테네루맙’은 트랜스페린 수용체를 포함한 이중항체다. 트랜스페린은 혈관 표면에서 철분을 뇌로 이동시키는 단백질로, BBB에는 트랜스페린이 상당량 존재한다. 간테네루맙의 두 팔 중 하나는 BBB의 트랜스페린과 결합하고, 나머지 한 팔은 아밀로이드베타 올리고머에 결합한다.

트랜스페린에 결합한 칸테네루맙은 BBB 안으로 들어가고, 다른 팔로 아밀로이드베타 올리고머와 결합해 이를 무력화시키는 원리다.

트랜스페린과 같은 단백질을 ‘BBB셔틀’ 단백질이라고 부른다. 가장 많이 사용돼온 트랜스페린은 전체의 5.6%만이 뇌에서 발현된다는 약점이 있다. 즉 뇌가 아닌 다른 조직의 세포에 항체가 결합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여러 기업들은 BBB셔틀에 적합한 단백질을 발굴하고 있다. 인슐린 수용체, 멜라노 트랜스페린, LRP1(Low density lipoprotein receptor-related protein 1), 엽산 수용체, 4F2hc(4F2 cell-surface antigen heavy chain) 등이 있다. 국내에서는 에이비엘바이오가 IGF1R을 BBB셔틀로 이용해 파킨슨병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크기↓ 안전성↑ ‘유사 항체’…
폐, 위장관 등 기존 항체로 접근 어려운 장기 타깃
반면 항체 크기를 줄이고, 쉽게 대량생산이 가능한 유사 항체들은 단점을 보완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크기가 작아지는 만큼 선택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지만 크기가 작고 면역원성이 적어 부작용의 우려가 낮다.

유사 항체는 한 개의 폴리펩타이드로 이뤄진 물질을 말한다. 항체처럼 표적에 정확하게 달라붙는 결합부위를 가지고 있지만, 항체보다 크기가 작고 구조가 단순하다.

유사 항체 중 하나인 ‘나노바디’는 낙타에서 얻어낸 단일 사슬 항체의 항원 결합부위를 분리해 제조한다. 온도나 산성도에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강점 때문에 나노바디는 폐를 표적으로 하는 질환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폐는 뇌만큼이나 항체치료제가 표적하기 어려운 기관이다. 대부분의 약물은 일단 간으로 이동하는데, 간에서 폐로 다시 이동하는 도중에 항체와 같은 단백질은 부서지기 쉽다. 그래서 폐 타깃의 항체치료제는 흡입용으로 개발되거나 안정성을 높이는 엔지니어링 과정을 거친다.
현재 비소세포폐암의 주요 원인인 EGFR 변이체나 VEGF 변이체, 각종 호흡기 감염병을 타깃으로 개발되고 있다.

2018년 사노피에 인수된 애블린스가 개발한 ‘AL X-0171’은 나노바디를 활용한 흡입용 RSV 바이러스 치료제다. 올해 1월 임상 2b상이 완료돼 국제학술지 <란셋 호흡기약물>에 임상결과를 발표했다. 위약군에 비해 크게 개선된 결과를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바이러스 양을 줄이는 데에는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5월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ACE2의 결합부위를 차단하는 여러 종류의 나노바디가 영국, 남아공, 브라질 변이 바이러스에서 나타나는 D614G, N501Y 등의 돌연변이를 효과적으로 중화시킨다는 논문도 발표됐다.

업계 관계자는 “구조가 단순한 나노바디는 항체에 비해 구조를 최적화하기가 수월하고, 생산도 빨라 코로나19와 같은 감염성 질환을 타깃으로 개발하기 적절하다”고 말했다.
[Cover Story - Analysis] 강점을 살리느냐, 약점을 보완하느냐…항체 엔지니어링의 두 갈래길
최지원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2021년 8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