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권영국 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PR 성공 전략] 낭포성 섬유증 환자 치료에 최적화된 음악 치료 조끼 ‘SICK BEATS’

사진=FCB health network

‘변화(變化)’는 본래 가지고 있던 특징이 강해지거나 약해질 수 있고, 아예 새롭게 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 주변의 변화 욕구는 환경적인 측면에서 가장 크게 나타난다. 내가 알고 있던 사실이 달라지거나, 당연하고 반복적인 일상이 어느 순간 다르게 바뀌었을 때 우리는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일례로 이제는 당연한 것이 된 마스크만 해도, 코로나19 이전에는 미세먼지 방지나 방한용 또는 일부 호흡기 환자를 위한 제한적 용도로 사용돼왔다. 하지만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일상의 필수 아이템이 됐다.

이처럼 변화의 중심에 자리 잡게 된 마스크는, 사용성을 겸비한 건 기본이고 패션 아이템으로까지 변화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의도를 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우리 일상의 변화가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시가 아닐까 싶다. 이렇듯 필요에 의해 특수한 병증 환자의 삶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킨 사례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낭포성 섬유증 환자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변화’를 모색하다
이번 칼럼의 주인공은 ‘낭포성 섬유증(Cystic Fibrosis)’ 환자들이다. 낭포성 섬유증은 유럽과 북미에 사는 백인에게서 특히 많이 발생하는 심각한 유전 질환 중 하나다. 중증 환자인 경우 액체나 점액을 분비하는 모든 샘 조직이 손상돼 비정상적인 진한 분비물을 생산한다.

특히 폐와 췌장에서 심하게 나타나, 반복적으로 폐가 감염되고 음식물을 먹어도 영양분 섭취에 장애가 발생한다. 폐가 심하게 감염돼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그만큼 치료와 관리가 매우 중요한 병이다.

미국에서만 3만 명 이상의 낭포성 섬유증 환자들은 폐와 내부 장기의 심각한 감염을 피하기 위해 기도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도 이물 제거 요법은 불편하고 고통스럽다. 현재는 치료법으로 점액이 느슨해지고 기침이 나올 때까지 가슴을 두드리는 부피가 큰 조끼가 사용되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치료법이지만 이 조끼는 약 1만 달러(약 1150만 원)로 개인이 구입하기에는 고가다. 하지만 환자의 치료 및 관리를 위해 필수이기 때문에 환자나 가족에게는 불편한 일상을 가져온다.

음악을 활용한 웨어러블 진동 조끼로 혁신적인 치료법 개발
이런 낭포성 섬유증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생겼다. 글로벌 광고 대행사 FCB헬스네트워크(FCB Health Network)의 ‘에어리어23(Area 23)’이 이러한 불편한 생활을 바꾸기 위해 음향 착용형(웨어러블) 기기 제작 기업 ‘우저(Woojer)’, 낭포성 섬유증 환우를 위한 비영리단체 ‘클레어 플레이스 재단(Claire’s Place Foundation)’과 협력해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했다.

에어리어23은 음향 웨어러블 조끼로 이미 기술력을 인정받은 우저와 협력해 기존 웨어러블 조끼를 재설계했다. 낭포성 섬유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위한 세계 최초의 음악 동력 기도 치료 조끼인 ‘시크 비트(SICK BEATS)’를 만든 것이다. 이 혁신적인 조끼는 임상적으로 입증된 음파 요법을 사용해 병증을 않고 있는 환자들이 좋아하는 음악과 이들이 필요로 하는 일상적인 치료를 결합해 불편하기만 했던 일상을 환기해주는 변화를 선사했다.

특히 기존의 부피가 크고 불편했던 기도 이물 제거 요법 조끼 치료보다 단순하게 설계됐다. 음파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환자가 블루투스로 연결한 헤드폰을 착용하고 치료요법에 적합한 음악을 골라서 재생하기만 하면 된다.

환자들의 힘든 일상이 신나게 ‘변화’
이 치료법은 낭포성 섬유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매일 겪는 치료과정을 신나는 ‘음악 치료’의 경험으로 바꿀 수 있도록 도왔다. SICK BEATS는 환자들이 원활한 호흡을 위해 몸에 진동을 주는 치료를 주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것에서 착안했다. 기존 낭포성 섬유증 환자들의 치료에 사용되는 음향 주파수를 분석해 사용자가 음악을 들으면서 그 박자에 따라 연동한 햅틱(촉감 인식) 기술로 치료받을 수 있게 했다.

SICK BEATS는 낭포성 섬유증 환자들을 위해 폐와 내부 장기를 진동시킨다. 다만 소리 대신 음악을 진동원으로 사용하는 점이 기존 치료 조끼와 다르다. 음악의 음파는 조끼를 40Hz(헤르츠)로 진동하도록 자극한다. 기존 조끼와 같은 주파수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기존에 개발돼 있던 우저의 웨어러블 햅틱 스피커 ‘베스트 에지(Vest Edge)’에 낭포성 섬유증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되는 음향 주파수 40Hz를 적용했다.

이들의 노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해당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치료 목적에 알맞은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북미 최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Spotify)’와 협력해 SICK BEATS 재생목록을 별도로 만들었다. 젊은 환자들의 취향을 고려해 이들의 고통스럽고 불편한 일상을 즐거운 시간, 기다려지는 시간으로 바꾼 것이다.

치료용 40Hz 음향 주파수를 음악에서 뽑아 가슴의 진동으로 보내기 위해 스마트폰과 동기화하면서 치료는 시작된다. SICK BEATS를 위해 40Hz로 선곡된 음악들로 구성된 스포티파이 라이브러리에서 40Hz 음악을 찾을 수 있고, 스포티파이 애플리케이션에서 SICK BEATS 조끼를 위한 맞춤형 치료용 재생 목록을 만들 수도 있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들으며 치료를 병행할 수 있도록, 이로 인해 고통스럽고 불편했던 치료의 시간이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하게 되는 변화를 경험하도록 만든 것이다.
[PR 성공 전략] 낭포성 섬유증 환자 치료에 최적화된 음악 치료 조끼 ‘SICK BEATS’

환자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혁신’으로 인정받다
SICK BEATS 조끼 개발에 참여한 클레어 플레이스 재단의 멜리사 예거 이사는 “딸 클레어 와인랜드에게 기도 이물질 제거 치료 시간은 늘 고통스러웠다”고 회상했다. 그의 딸은 출생과 함께 컵을 이용해 기도의 이물질을 제거하는 수동 가슴 타악기 치료를 받아야 했다. 4살이 된 후에는 약 15파운드(7kg)의 기도 이물 제거 치료 조끼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멜리사 예거 이사는 “조끼를 입는 것이 딸에게 하루 중 가장 두려운 시간이었고, 부모로서 어린 딸이 순응하도록 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며 “SICK BEATS 프로젝트는 낭포성 섬유증 환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시제품 형태로 개발 중인 SICK BEATS는 현재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임상시험에 진입했다. 아직은 현실화 단계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수년 동안 40Hz 주파수의 영향을 연구해온 SICK BEATS 프로그램의 공동 의학 책임자 케이트 르윈터 박사는 “낭포성 섬유증 환자 중 특히 청소년층에서 기존 치료 방법에 대한 불편함이 얼마나 해소될지에 대해서는 좀 더 살펴봐야 한다”면서도 “이들이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된 이번 기도 이물 제거 치료 요법은 임상 결과에 큰 차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PR 성공 전략] 낭포성 섬유증 환자 치료에 최적화된 음악 치료 조끼 ‘SICK BEATS’

표정을 바꾸는 치료 기술
기존 진동 조끼를 입고 있는 아이의 표정(위)과 시크 비트(SICK BEATS)를 입은 아이의 표정(아래)이 확연히 달라졌다. 사진은 SICK BEATS 캠페인 영상 속 장면.



작은 아이디어가 가져온 변화
물론 앞으로 몇 단계의 임상시험과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신청 등 과정이 더 남았다. 하지만 미국 FDA 승인 후, 이 조끼는 1만 달러 이상이 되는 기존 기도 이물 제거 치료 조끼 가격보다 상당히 저렴한 비용으로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상적인 낭포성 섬유증 치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부분이 이 치료법의 전망을 좋게 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더불어 기존 시제품의 재설계를 통해 만들어진 SICK BEATS 캠페인은 낭포성 섬유증 치료에 대한 인식에 큰 파장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 놀라운 변화는 최근 열린 국제 광고제 ‘칸 라이언즈’에서 제약·의약 부문 최고상인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가능성을 입증받았다.

팀 호키 에어리어23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는 “칸과 업계의 이 같은 인정이 SICK BEATS가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마법의 아이디어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며 “SICK BEATS 조끼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에게 훨씬 더 빨리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젝트의 핵심 기술을 선보인 크피르 바르-레바프 우저 대표는 “기술이 미개발 영역과 매우 광범위하게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짐작했다”며 “하지만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환자들의 병증 치료를 이렇게까지 재미있는 것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렇듯 작은 아이디어가 커다란 일상의 변화를 가져온 것에 대해 모두가 인정하고 놀라고 있는 셈이다.

캠페인 영상을 통해 낭포성 섬유증 환자와의 공감대 형성
이번 캠페인은 영상도 함께 만들어졌다. 클레어 플레이스 재단과 우저가 협력해 낭포성 섬유증 아이들이 SICK BEATS 조끼로 가정 내에서 음악 치료 체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영상에 담은 것이다. 이를 통해 SICK BEATS 조끼의 형태와 기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낭포성 섬유증 환자들에게 맞춤형 음악 치료 경험을 선사했다.

이들은 짧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병증과 함께 살아가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덕분에 잘 알려지지 않은 희귀질환 환자들의 삶을 잠시나마 알 수 있게 됐고, 이들의 삶에 조금이나마 공감하게 됐다. 또한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도 만나게 된 것이다. 이렇듯 캠페인의 선한 영향력은 나 자신뿐 아니라 누군가를 움직이게 하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직접 접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었던 사실을 이 같은 방법을 통해 알았을 때, 누구나 잠시나마 감각의 스위치를 켜고 생각에 빠져들게 되는 변화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사례를 통해 느낀 점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창의성과 기술의 접목이 우리에게 그 어떤 변화보다도 놀라운 혁신을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 의도를 했든 의도치 않았든 일상의 변화가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많은 과학 연구자와 엔지니어들은 이런 변화의 필요를 현실화시키는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될 것이다. 광고 기획자들은 실현된 기술을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함은 물론이다. 일상적인 삶과 창의적인 삶의 공존은 우리의 삶을 앞으로도 무궁무진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 소개>

[PR 성공 전략] 낭포성 섬유증 환자 치료에 최적화된 음악 치료 조끼 ‘SICK BEATS’

권영국 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제일기획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으며 2001년 아트디렉터로 광고계에 입문한 20년 차 광고인이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코웨이, 정관장, 쎌바이오텍을 비롯해 국내외 유수 기업의 영상, 인쇄, 디지털 등 다양한 광고 마케팅을 수행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8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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