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내 백신 개발 기업 중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 상업화를 위한 최종 관문인 임상 3상에 들어간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0일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 ‘GBP510’의 임상 3상 시험 계획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내년 1분기께 중간분석 결과가 나오면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첫 접종 시기는 내년 상반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GBP510은 단백질 재조합 방식의 백신이다. 코로나바이러스와 겉모습이 같은 단백질을 만들어 몸에 투여한다. 독감 백신 등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제조 방식이다. 메신저리보핵산(mRNA) 방식인 화이자나 모더나, 바이러스벡터 방식인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 등에 비해 안전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상 2~8도 냉장 보관이 가능하고, 가격도 도스당 20달러를 웃도는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의 절반 수준이다. 인프라가 부족한 아프리카 등 저개발 국가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임상 3상은 ‘비교 임상’ 방식으로 한다. 임상 시험자가 수만 명 필요한 기존 유효성 임상 방식보다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수천 명 규모 피시험자를 대상으로 기존 허가 백신 대비 효과를 입증하면 된다. GBP510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비교한다. 임상 대상자는 한국, 동남아시아, 동유럽 등에서 총 3990명(시험백신 3000명, 대조백신 990명)이다. 0.5mL씩 4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한 뒤 안전성과 중화항체 증가율 등을 비교 평가한다.

GBP510은 임상 1상 중간 결과에서 성인 80명 모두에게서 중화항체가 형성됐다. 100% 확률로 코로나19에 대항해 싸울 수 있는 항체가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전염병대응혁신연합(CEPI)도 GBP510의 잠재력을 일찍 알아봤다. CEPI는 2017년 설립된 국제 민간기구다. CEPI는 차세대 코로나19 백신 개발 프로젝트 ‘웨이브2’를 통해 GBP510 개발금 3억8350만달러(약 4400억원)를 전액 지원했다.

CEPI 지원을 받은 탓에 국내 공급이 많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CEPI 자금을 지원받으면 180여 개 국가가 참여하는 코백스 퍼실리티에 백신을 우선 공급해야 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코백스 퍼실리티에 상당량을 우선 공급해야 하는 건 맞다”며 “하지만 한국에 배정할 물량도 상당수 확보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임상 3상 승인 소식에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이 탄생해 상용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임상시험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가 전방위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모더나 백신 공급 차질로 궁지에 몰린 정부가 그동안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았으면서 한국산 백신으로 ‘생색내기’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마상혁 경남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모더나 백신 수급에 구멍이 생긴 정부가 ‘국산 백신 프로젝트’를 내세워 위기를 모면하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국내 기업들도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DNA 방식 백신을 개발하는 제넥신은 현재 임상 1·2a 단계다. 유바이오로직스와 셀리드 역시 같은 단계다. 이들은 모두 하반기 임상 3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