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형암을 대상으로 'TCR-T' 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독일 신약벤처기업 'T나이프테라퓨틱스'가 13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를 마쳤다.

T나이프테라퓨틱스는 2일(현지 시간) 1억1000만달러(약 1268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오는 4분기에 진행하는 임상시험에 투자금을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TCR-T는 CAR-T(키메릭 항원수용체 T세포)와는 다른 T세포치료제다. 우리 몸에는 암 항원을 인지할 수 있는 T세포 수용체(TCR)가 본래 있지만 암 환자에게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엔 그 수가 너무 적다. 암 항원을 잘 잡아내는 TCR을 환자의 T세포에 주입해 암 항원을 표적하도록 만든 것이 TCR-T다.

TCR-T는 ‘CD19’ 등 암세포 표면에 있는 특정 항원을 표적해 공격하는 CAR-T와 달리, 암세포 내부에서 발현하는 항원까지 찾아 표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CAR-T로 치료하기 어려운 고형암을 대상으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CAR-T는 사람마다 다른 조직적합성항원(HLA)의 종류와 관계없이 처방할 수 있는 반면, TCR-T는 특정 HLA를 발현하는 환자에게만 처방할 수 있다. 치료할 수 있는 환자가 CAR-T에 비해 적다는 것이 단점이다. 도준상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CAR-T와 TCR-T는 서로 장단점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2018년 독일 베를린에 설립된 T나이프테라퓨틱스의 핵심기술은 인간과 유사한(humanized) T세포 수용체를 발굴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형질전환 쥐 모델과 체내 자연선택 과정을 이용해 인간의 TCR보다 암 항원에 대한 친화도가 높은 TCR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인정받으면서 거액을 투자받게 됐다.

T나이프테라퓨틱스는 오는 4분기 투자금으로 ‘MAGE-A1’ 양성 암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1·2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TCR-T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곳 중에선 미국 나스닥시장 상장사 이뮤노코어가 선두 업체로 평가받는다. 포도막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을 마치고 3분기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품목허가를 목표하고 있다. 시가총액은 2일 종가 기준 14억6000만달러다.

국내에선 이희진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교수가 교원창업한 신약벤처 네오젠TC가 TCR-T 세포치료제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