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디지털 전환 느린 대리시장 본격 진출
"카카오 사업 확장, 중소사업자 생존권 위협" 반발
카카오 계열사 118곳까지 불어나…SK 다음으로 많아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사진=카카오모빌리티]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사진=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모빌리티가 전화로 대리운전을 부르는 시장 1위 업체 '1577'과 손잡고 전화콜 대리운전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디지털 전환이 느린 대리운전 시장에 선진 시스템을 도입해 혁신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것이지만 기존 영세 업체들은 "대기업의 시장 침탈"이라며 반발했다. 소비자 편익이 중요하지만 일각에선 카카오의 문어발식 확장이 지나치다는 반응도 나왔다.
카카오모빌리티, 1577과 손잡고 합작법인 설립
3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 자회사 'CMNP'는 최근 1577 대리운전을 운영하는 코리아드라이브와 손잡고 합작법인 '케이드라이브'를 설립했다. 코리아드라이브는 과거 개그맨 이수근을 모델로 기용해 '앞뒤가 똑같은 전화번호'라는 광고 문구로 대중적 인지도를 쌓은 업체다. 현재 전화콜 대리기사 시장 점유율 1위다.

케이드라이브는 코리아드라이브로부터 1577 전화콜 운영 서비스를 이관받아 카카오T 플랫폼에서 통합 운영할 방침. 케이드라이브 대표는 이창민 카카오모빌리티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맡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신설 법인의 정확한 지분율을 밝히진 않았다.
[사진=카카오모빌리티]

[사진=카카오모빌리티]

약 3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대리운전 시장은 유독 디지털 전환이 느린 분야로 꼽힌다. 상당수 이용자가 여전히 어플리케이션(앱)보다 전화로 대리기사를 요청하는 방식을 더 익숙하게 받아들여서다. 대리운전 시장에서 전화콜이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웃돌 정도다.

때문에 대리운전 시장에 진출한 모빌리티 기업들은 예외 없이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었다. 타다 역시 오는 27일 대리운전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타다 금지법'으로 기존 사업모델에서 변화를 모색하며 지난해 10월 타다 대리를 선보인 지 불과 10개월 만이다.

카카오모빌리티도 2016년 5월 대리운전 시장에 진출했지만 택시호출 시장과는 달리 쉽사리 점유율 확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각종 이동수단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추진하는 카카오모빌리티로선 대리운전 시장을 포기하는 대신 앱 호출 방식만 고집하지 않고 전화콜 방식으로 외연을 확장키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1577과 합작해 대리시장 장악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카카오모빌리티는 앞서 지난해 7월 인수한 전화 기반 대리운전 배차업차 콜마너와 제휴, 지난 19일 대리기사들을 대상으로 '카카오T 전화콜' 서비스를 출시하며 변화를 예고하기도 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번 합작법인 설립으로 SK텔레콤 모빌리티 기업 티맵모빌리티의 '티맵 안심대리'와 대리운전시장에서 양자대결 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티맵모빌리티는 지난 13일 대리운전 호출 서비스 '티맵 안심대리'를 출시했다. 티맵모빌리티 역시 '마스'(MaaS·Mobility as a Service)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카카오모빌리티와 서비스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티맵모빌리티는 3개월 수수료 무료를 내세워 카카오모빌리티와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카카오 시장 진출은 영세업체 죽이기" 반발
김범수 카카오 의장 [사진=카카오]

김범수 카카오 의장 [사진=카카오]

영세업체들 반발이 거세다. 기존 대리운전 업체들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전화콜 대리운전 시장 진출을 "대기업의 영세업체 죽이기"로 규정했다.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지분 인수와 프로모션 등을 통해 중소사업자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리운전 중소업체 모임인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는 지난 1일 입장문을 내고 △대기업의 플랫폼을 제외한 전화콜 시장 진출 포기·기존 전화콜 시장 인수와 지분참여 확장 금지 △자본력을 앞세운 프로모션 행위 금지 △대기업 콜을 먼저 처리하게 하는 정책 금지 등을 강력 촉구했다.

연합회는 앞선 5월에는 동반성장위원회에 대리운전업을 '중소기업 적합 업종' 지정을 신청한 바 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여부 결정에는 통상 1년이 걸린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전국 대리운전노동조합의 교섭 요구를 거부하고 행정 소송을 진행 중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전화콜 업체들과 호출을 공유해 호출 처리율을 높이는 등 상생 모델을 구축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문어발식 확장에 '거부감' 싹트는 중"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사진=뉴스1]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사진=뉴스1]

카카오모빌리티의 대리운전 시장 영향력 확대로 카카오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앞세워 선물하기, 결제, 쇼핑, 웹툰, 보험, 금융, 게임 등으로 사업 분야를 다변화했다. 퀵서비스, 꽃 배달, 미용실, 네일숍, 영어 교육, 실내 골프장, 주차 대행 같은 분야까지 진출했다. 한편에선 "자산 규모 20조원에 육박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한 카카오가 각종 골목 상권을 집어삼키고 있다"는 반발을 사는 대목이다.

카카오는 소비자 편익을 우선시했다는 입장. 택시·퀵서비스·대리운전·은행 같이 모바일 이용이 불편했던 영역에 진출해 간단한 조작과 직관적 기능을 앞세워 시장을 혁신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중소업체와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간과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카카오의 확장 전략은 기존 시장에 진입한 다음 무료 이용으로 경쟁자를 제친 뒤 가격과 수수료를 올리는 방식으로 요약된다. 카카오택시가 대표적이다. 카카오는 무료 서비스를 앞세워 택시 호출 시장의 80%를 장악한 뒤 최근 택시 기사를 상대로 유료 멤버십을 시작했다. 미용실 분야도 마찬가지다. 카카오가 2016년 출시한 미용실·네일숍 예약 서비스 카카오헤어숍도 수수료가 과도하다며 수차례 논란이 일었다.

그 사이 카카오의 계열사는 118곳으로 불어났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이는 국내 기업 중 SK그룹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7년 전 다음과 합병할 때만 해도 26개에 불과했던 계열사 수가 4배 넘게 증가했다.

카카오는 계열사를 상장해 조달한 자금을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는 투자금으로 활용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웹툰 등 상장을 앞둔 계열사가 다수 있는 만큼 앞으로도 카카오의 사업 영역 확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는 가장 사업 확장 속도가 빠른 계열사로 꼽힌다. 대리운전 외에도 올해 들어 퀵서비스, 대리운전, 꽃 배달, 방문 수리 같은 다양한 서비스가 추가했다.

공정위도 이 문제를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는 대형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어 관련 기업들을 인수해도 공정위가 제어하기는 쉽지 않았다. 현행 기업결합 심사기준에선 서로 '타업종'으로 분류된 기업 간 인수합병(M&A)은 시장점유율에 변화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최근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특성을 반영한 기업결합 심사기준 개정을 위해 내부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외부 기관에 연구용역을 맡긴 뒤 이르면 내년 중 개정된 심사기준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심사기준을 개정해 플랫폼 기업에 특화된 별도 기준을 만들 경우 플랫폼 업체의 '문어발식 확장'에 제동을 거는 내용이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의 최대 강점은 카카오톡에서부터 비롯된 친근감인 만큼 경영진은 문어발식 확장에 대해 '거부감'이 싹트고 있는 점을 짚어봐야 할 때"라며 "카카오의 플랫폼 혁신을 국내뿐 아니라 미국, 일본, 동남아 등 해외로 뻗어나가려는 시도를 해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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