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은 주사기를 이용해 산화철 나노입자를 표적 부위에 직접 투여한 결과다. 오른쪽은 정맥 주사를 통해 전신에 산화철 나노입자를 투여한 뒤, 자기장을 흘려준 결과(파란색)와 자석으로 나노입자를 표적에 이동시킨 뒤 자기장을 흘린 결과(주황색)다. 생식력을 확인해본 결과 자석으로 입자를 이동시킨 뒤 자기장을 흘려넣은 경우 7일째까지는 생식력이 전혀 없다가, 60일 이후 50% 이상 되돌아오는 것을 확인했다. / nano letters

왼쪽은 주사기를 이용해 산화철 나노입자를 표적 부위에 직접 투여한 결과다. 오른쪽은 정맥 주사를 통해 전신에 산화철 나노입자를 투여한 뒤, 자기장을 흘려준 결과(파란색)와 자석으로 나노입자를 표적에 이동시킨 뒤 자기장을 흘린 결과(주황색)다. 생식력을 확인해본 결과 자석으로 입자를 이동시킨 뒤 자기장을 흘려넣은 경우 7일째까지는 생식력이 전혀 없다가, 60일 이후 50% 이상 되돌아오는 것을 확인했다. / nano letters

안전하면서도 약 한달간 지속되는 남성 피임법을 중국 연구진이 개발했다. 중국 난통대 연구진은 정자 수를 감소시키는 생분해성 나노물질을 개발해 국제학술지 <나노레터스> 7월호에 발표했다. 이 나노물질은 자성을 띠고 있어, 자석을 통해 물질의 위치를 제어할 수 있다.

연구진은 ‘하체의 온도가 높아지면 정자 수가 감소한다’는 사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고환 근처에 작은 나노물질을 주입해 온도를 높이고자 한 것이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부위에 직접 주사하는 것은 큰 고통을 수반하고, 직접 가열은 피부를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면서도 안전한 물질을 찾았다”고 밝혔다.

이들이 찾은 물질은 자성을 띠는 산화철 나노입자였다. 자성을 띠는 입자는 교류 자기장을 이용해 가열시킬 수 있다. 또 자석을 이용해 원하는 부위로 이동시킬 수 있기 때문에 표적 부위에 직접 투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있다.

연구진은 산화철 나노입자에 각각 폴리에틸렌글리콜(PEG), 시트르산을 얇게 코팅했다. 실험실 조건에서 두 물질을 실험해본 결과, PEG로 코팅된 입자는 더 높은 온도까지 가열될 수 있지만, 자석을 이용한 제어가 쉽지 않았다.

연구진은 시트르산을 코팅한 나노입자를 정맥주사로 쥐에 주입했다. 이틀간 쥐의 혈류에 입자를 반복적으로 주입한 뒤, 자석으로 나노입자를 고환 부위로 유도했다. 이후 외부에서 15분간 교류 자기장을 흘려주자 입자의 온도가 섭씨 40도까지 올라가는 것을 확인했다. 안전성에도 큰 문제가 없었다. 연구진은 “가열 이후 길게는 60일까지 정자 생성이 억제됐다”고 말했다.

이번에 개발된 나노입자가 생분해성 물질이라는 것도 의미가 있다. 여성의 경우 경구 피임약이나 물리적인 장치를 이용한 가역적인 피임법이 많이 개발돼 있다. 즉 피임을 하더라도 언제든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남성은 아직 승인받은 피임약이 없어, 콘돔과 같은 일회성 피임법을 제외하면 정관수술이 유일한 피임법이다. 정관 수술은 다시 되돌리기 어려운 비가역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꺼려하는 이들이 많았다. 페이 순 난통대 의대 교수는 “우리가 개발한 물질은 길어도 60일 이후에는 체내에서 분해되기 때문에 언제든 금방 생식 능력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에도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가역적인 남성 피임약이 소개된 바 있다. 미국 룬드퀴스트 연구소 연구진은 ‘트립토나이드’라는 물질이 정자의 운동성을 떨어뜨린다고 밝혔다.

트립토나이드는 중국, 대만, 일본 등에서 서식하는 ‘미역줄나무’에서 추출할 수 있는 물질이다. 연구진은 전임상 결과 쥐에게 트립토나이드를 경구 투여하자 정자의 움직임이 현저히 떨어졌고, 4~6주 후에 정상적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비호르몬 계열의 물질인 데다 난통대가 개발한 나노입자와 마찬가지로 생분해성 물질이라 일시적이고 안전하다. 구조가 복잡하지 않아 화학적으로도 합성이 가능하다는 점도 생산의 측면에서 큰 장점이다.

연구를 주도한 웨이 얀 룬드퀴스트 연구소 연구책임자는 “수십 년간의 연구를 통해 정자를 생산하는 기관이나 세포를 공격하지 않으면서, 정자의 기능만 떨어뜨릴 수 있는 물질을 발견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