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LG유플러스
사진=LG유플러스
최근 MZ세대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장소가 있다. 서울 강남에 있는 ‘일상비일상의틈’이다.

지하 1층부터 지상 7층까지 총 7개 층(6층은 직원 공간)이 MZ세대가 놀고 즐길 거리로 빼곡히 채워졌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은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는 전시와 공연이 열린다. 2층엔 강원도 해변을 고해상도 대형 LED 화면으로 즐길 수 있는 카페가 있다.

3층은 독립출판 서적을 만날 수 있는 책방, 4층은 증명사진·스냅샷을 촬영하는 사진스튜디오로 꾸며졌다.

일상비일상의틈은 작년 9월 세워져 문을 연 지 1년이 채 안됐지만 누적 방문객이 수십만 명에 이른다. 방문객 80% 이상이 MZ세대다.

인기 TV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록’,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제작진이 이 곳을 찾아 촬영했다. “우리 제품을 전시해달라”는 러브콜도 늘고 있다. 현대차가 올 5월 전기차 ‘아이오닉 5’를 전시한 게 대표적이다.

일상비일상의틈은 LG유플러스가 만들었다. 그런데 공간 어디에도 유플러스라는 브랜드를 찾기 어렵다. “유플러스가 만들었다”는 마케팅도 없었다.

장준영 LG유플러스 CX마케팅 담당은 “일종의 ‘부캐(제2의 자아)’ 마케팅”이라고 했다. 그는 “MZ세대는 기업이 자기 자랑만 하는 데 거부감이 있다”며 “LG유플러스라는 ‘본캐릭터’를 숨기고 MZ세대에게 최상의 경험을 제공하는 데만 집중한 게 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상황 1 까다로운 MZ세대
도전 1 자기 홍보를 내려놓다

“MZ세대는 까다로워요.”
기업 마케팅 담당자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다. 광고와 홍보를 아무리 잘해도 MZ세대에겐 잘 안 먹힌다는 얘기다.

LG유플러스는 일상비일상의틈을 시작하기 앞서 MZ세대를 분석하는 데만 수개월을 들였다. 그 결과 MZ세대에겐 지나친 홍보가 외려 역효과를 낸다는 점을 발견했다.

“우리가 이렇게 잘해요”라는 자랑을 듣는 데 거부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MZ세대가 자기 얘기만 하는 기성세대를 ‘꼰대’라고 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LG유플러스는 ‘자기’를 지우기로 했다. 공간 이름부터 회사 이름을 뺐다. 일상과비일상의틈 건물 어디에서도 LG유플러스가 만들었다는 설명이 없다.

5층 한 곳에만 LG유플러스의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기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을 뿐이다. 그마저도 제품 판매는 없다. 홍보도 최소화했다.

일상과비일상의틈은 웹사이트가 없고 인스타그램만 있다. 인스타그램에도 고객이 올리는 ‘방문 후기’ 게시물이 대부분이다.

대신 MZ세대가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드는 데만 집중했다. 입점 브랜드를 선택할 때는 기업의 규모·유명세는 고려하지 않았다. 철저히 MZ세대의 취향, 선호도를 기준으로 삼았다.

‘고객에게 새로운 발견을 줄 수 있는 콘텐츠인가’도 주요한 포인트였다. 2층의 글라스하우스 카페는 강원도 고성에 있던 것으로, 일부 매니아만 알던 곳이었다.

하지만 ”여행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강원도 바다를 서울에서 경험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글라스하우스를 섭외했다. 일상비일상의틈 2층 카페를 가면 서핑으로 유명한 강원도 인구해변의 실시간 영상을 대형 화면으로 즐길 수 있다.

상황 2 코로나19→온라인 강화
도전 2 그래도 오프라인 플랫폼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업들은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했다. 오프라인에서 고객과 소통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라인 비대면 마케팅은 한계가 뚜렷했다.

장준영 담당은 “고객과 제대로 관계를 맺는 것이 진정한 마케팅의 시작인데 비대면으로는 고객과 밀도 있게 소통하는 것이 어렵다”고 했다.

LG유플러스가 코로나19 속에서도 오프라인 플랫폼 개설이란 모험을 감행한 이유다. 그 다음 고민은 “이 시국에 고객이 오프라인 공간을 찾아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시민들이 휴식과 여행에 대한 갈증이 쌓여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건물 디자인 주제를 ‘도심 한복판에서 만나는 자연’으로 잡았다.

일상비일상의틈을 찾으면 커다란 유리창을 통해 햇빛이 쏟아지고 곳곳에 식물이 배치돼 있다. 건물 전체에 소나무와 꽃향기가 섞인 향이 은은하게 퍼져 있다.

지난 7월18일부터는 1층을 캠핑 여행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1층 3개 벽면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월에 미국 관광지인 ‘앤텔로프 캐니언’ 이미지를 띄웠다.

인디언 콘셉트의 천막과 소품, 선인장을 배치했다. 고객은 캠핑 의자에 앉아 무선 TV인 ‘LG스탠바이미’를 보며 동영상 감상 등을 즐기면 된다.

다양한 공연도 기획했다. 공연 역시 코로나19 일상에서 결핍된 것이라는 점에 착안한 것. 올 2월부터 음악 레이블인 안테나와 함께 콘서트 형태의 영상 전시 ‘사운드 프레임’을 진행했다. 많은 고객이 ‘N차 관람(같은 공연을 여러 번 보는 것)’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현대차는 올 5월 전기차 ‘아이오닉 5’를 ‘일상비일상의틈’에서 전시했다 / 사진=LG유플러스
현대차는 올 5월 전기차 ‘아이오닉 5’를 ‘일상비일상의틈’에서 전시했다 / 사진=LG유플러스

상황 3 ESG 마케팅 강박감
도전 3 자연스럽게 ESG 녹이기

전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흐름이 거세다. 대다수 기업들은 ESG 마케팅을 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느끼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정말 ESG에 대한 수요가 있는지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LG유플러스는 일상비일상의틈을 찾는 MZ세대 상당수가 실제 ESG를 실천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가령 가방, 포장지 같은 사소한 용품에서도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에 올 3월 ESG를 실천하는 트래쉬 버스터즈, 알맹상점 등과 ‘다시 빛나는 쓸모전, 제로웨이스트페스티벌’을 진행했다.

환경을 위한 일상 속 작은 실천을 주제로 다양한 이벤트를 열었다. 제로웨스트페스티벌은 기존 전시보다 참여자 수가 1.7배 많았다.

이후 LG유플러스는 ESG 관련 전시·이벤트를 더 늘렸다. 전시했던 식물을 다 마신 음료컵에 심는 캠페인인 ‘싸이클라스틱데이’와 전기차 아이오닉 5 전시가 대표적이다.

이때도 “LG유플러스가 ESG를 위해 노력한다”는 마케팅은 전혀 하지 않았다. 행사와 전시에 ESG를 자연스레 녹이는 데만 집중했다.

“회사의 제품을 팔지 않고 홍보도 않는 플랫폼이 LG유플러스에 어떤 이익을 가져오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장준영 담당은 “일상비일상의틈을 통해 MZ세대의 다양한 ‘취향 데이터’가 쌓인다”며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소중한 데이터”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일상비일상의틈을 LG유플러스가 기획했다는 것을 대부분이 안다”며 “자연스레 기업 브랜드 가치가 오르고 우리 제품이 홍보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일상비일상의틈 성공 비결은 ‘숨김의 미학’으로 요약된다. 고객과의 소통에서 기업 자신은 최대한 숨기고 소통 그 자체에만 주력했다.

그 과정에서 MZ세대 사이에서 유행인 ‘부캐 만들기’를 차용했다. 일상비일상의틈을 LG유플러스의 제2의 자아로 만들고 이 부캐로 소통했다.

MZ세대 고객 입장에서 LG유플러스는 ‘기성 세대 기업’ 중 하나라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일상비일상의틈은 자신들을 잘 이해하는 친구로 인식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LG유플러스의 브랜드 이미지도 친구처럼 친밀해진다.

이런 마케팅 전략의 근본엔 ‘고객을 잘 이해하기’가 있다. 좋은 마케팅의 출발점은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에 있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의 마케팅은 MZ세대에 대한 이해 없이 기성 세대의 화법만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LG유플러스는 고객 분석·이해라는 기본에 충실했던 덕분에 MZ세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다.

서민준 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요즘 신문, 방송 등 언론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MZ세대’이다. MZ세대가 이 시대의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많은 기업들이 MZ 세대를 위한 독특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우리가 말하는 MZ 세대라는 단어는 “Z세대” 쪽에 더 방점이 찍혀 있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Z세대가 과거의 세대와 다른 독특한 특징들을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McKinsey & Company에서 Z세대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한 적이 있다.

첫번째 특징인 “Undefined ID”는 Z세대가 그들 스스로를 한 가지 방식만으로 정의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Z세대는 항상 연결되어 있고,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자신의 정체성을 매번 실험하고 스스로 변화한다.

두번째 특징인 “Communaholic”은 Z세대가 강력한 모바일 환경을 바탕으로 다양한 관심과 의견을 가진 그룹과 항상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세번째 특징인 “Dialoguer”는 Z세대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과의 대화 역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들과 서로 의사소통 하는데도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지막 특징인 “Realistic”은 Z세대가 방대한 인터넷 정보를 바탕으로 매우 현실적이고, 분석적이라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 팬더믹을 포함하여, 그동안 거쳐온 경제적 불황도 Z세대들이 이상적인 꿈보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선택’을 선호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Z세대의 특징은 소유보다는 ‘공유’를, 남들이 모두 좋아하는 브랜드보다는 ‘자신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소비’를, 다양한 그룹을 포용할 수 있는 ‘윤리적 소비’를 추구하게 한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근본적인 이유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s)인 Z세대가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를 활용해 다양한 정보를 더 쉽고 빠르게 찾고, 그것을 함께 공유하는 일이 이전 세대보다 훨씬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즉 디지털 기기와 이동통신 서비스의 발전이 Z세대의 등장을 가능하게 했다.

LG유플러스야말로 바로 이러한 변화를 가능하게 만든 대표적인 국내 이동통신 서비스 기업 중 하나이다. 그런 점에서 LG유플러스가 MZ세대가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을 만들어 그들에게 다가가는 것은 자사의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이다.

또한, 그것을 기술적 용어로 포장하는 것보다 고객이 직접 경험하는 공간으로 접근한 방식도 좋았다. 이 과정에서 MZ 세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환경, 윤리적 이슈를 적극 활용한 점도 MZ 세대를 잘 이해한 전략이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러한 특별한 경험을 LG유플러스의 실제 서비스 안에서 어떻게 직접 경험하게 만드느냐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Z세대는 매우 현실적이고 분석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일상비일상의틈’이라는 공간을 즐기는 것과 LG유플러스의 고객이 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누구나 MZ 세대에게 다가갈 수는 있다. 하지만 그들과 진짜 지속적 관계를 형성하고 그로부터 수익을 얻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MZ 세대가 원하는 것을 잠깐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자사 브랜드의 서비스 안에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얼마나 ‘일관성 있게’ 전달할 수 있느냐가 향후 MZ세대 마케터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MZ세대, 특히 Z세대는 왜 ‘부캐’를 좋아할까. 더 정확히는 왜 Z세대에게 부캐 마케팅이 효과가 있을까.

LG유플러스의 사례는 이런 궁금증을 자극한다. 우선 부캐에 대해 알아보자. 부캐의 다른 말은 ‘멀티 페르소나’다. 페르소나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배우들이 쓰던 가면에서 유래됐는데 상황에 맞게 여러 개의 가면을 바꿔 쓰는 모습을 뜻한다.

현대인들은 집에서, 직장에서, SNS에서 각기 다른 페르소나를 쓴다. 특히 SNS는 종류별로 다른 페르소나가 가능하다. 블로그는 ‘내가 이렇게 아는 게 많다’는 점을, 페이스북은 ‘내가 이렇게 잘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스타그램은 ‘내가 이렇게 잘 먹고 산다’를, 트위터는 ‘내가 이렇게 별종’이라는 것을 표현하기에 적합하다고들 얘기한다.

원래 부캐는 온라인 게임에서 생겨났다. 온라인 게임의 메인 캐릭터나 계정을 뜻하는 ‘본캐’외에 특정한 필요에 따라 새로 만든 캐릭터나 계정을 가리키는 개념이었다.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의 역사가 부캐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고 말할 정도다.

게임 밖에서도 부캐는 매우 익숙한 것이 됐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명한 부캐가 잇달아 등장했기 때문이다.

게임과 예능 프로그램이 아닌 현실의 부캐는 생의 고단함을 보여주는 이름이란 지적도 있다. 배민커넥트와 쿠팡플렉스처럼 배달을 부업으로 삼는 직장인들이 늘어난 것이 본캐(본래 직업)만으로는 살아가기 힘든 세상을 대변한다는 얘기다.

다시 Z세대로 돌아가서 Z세대가 부캐에 익숙한 이유를 정리해보자. Z세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온라인 게임과 SNS를 많이 사용하고 그 과정에서 부캐를 자연스럽게 활용해왔다. 자신의 취향과 기분에 맞게 여러 부캐를 자유자재로 만들어 사용했다.

Z세대에게 부캐는 어색한 ‘정체성의 분리’가 아니라 자신의 또 다른 매력과 진가를 드러낼 ‘수단’인 것이다. 그래서 다른 존재들에 대해서도 다중 정체성, 즉 부캐를 쉽게 인정한다. 연예인 부캐도, 기업의 부캐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이런 Z세대를 마케터는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우선 LG유플러스처럼 부캐를 익숙하게 여기는 Z세대의 태도를 활용해 부캐를 본캐삼아 다가가는 전략은 본 받을 만하다.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남는다. SNS는 소비자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중요한 채널이다. 그런데 멀티 페르소나(부캐) 성향이 강해질수록 SNS에서 수집한 소비자 정보가 과연 신뢰할 만 한가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소비자의 본캐와 부캐 정보를 어떻게 판별해내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지가 부캐 전성시대의 마케터들에게 주어진 새로운 과제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LG유플러스는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와 협업하여 고객 Insight과정을 개설하였다. 무엇이 진정한 소비자의 모습인지를 알아내려는 노력은 항상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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