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온라인으로 열린 10대 여학생 진로 멘토링 ‘걸즈 엔지니어 톡’ 에서 강연자들이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9일 온라인으로 열린 10대 여학생 진로 멘토링 ‘걸즈 엔지니어 톡’ 에서 강연자들이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엔 남들과 다른 문제를 던질 ‘똘끼’가 있는 사람이 필요하죠. 동시에 끝까지 문제를 풀 수 있는 ‘엉덩이 무거운 사람’도 필요합니다.”

29일 온라인으로 열린 여성과학기술인들의 진로 멘토링 ‘걸즈 엔지니어 톡’에 출연한 배순민 KT 융합기술원 AI2XL 연구소장은 ‘AI시대를 만드는 인재’란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걸즈 엔지니어 톡은 지난해부터 여학생의 공학 분야 진출을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이 추진하고 있는 이공계 전문가 강연이다. 여성 과학자 롤모델을 보면서 10대 여학생들이 꿈을 꿀 수 있게 했다.

김미소 교수·황정아 연구원
김미소 교수·황정아 연구원
올해 엔지니어 톡의 주제는 ‘2030 미래 유망 필수기술, 지금부터 준비해요’로 꾸려졌다. 강연에는 배 소장을 비롯해 황정아 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지한별 비바리퍼블리카 보안기술팀 연구원, 김미소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가 연사로 나왔다. 이날 강연에는 중·고교 여학생, 학부모, 교사 등 수백명이 실시간으로 참여했다.

배 소장은 경기과학고와 KAIST,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를 졸업한 뒤 삼성, 네이버를 거쳐 KT에서 최연소 임원이 됐다.

배순민 소장·지한별 연구원
배순민 소장·지한별 연구원
배 소장은 꿈 많은 여성 공학도들에게 “돈을 써서라도 시간과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할 것”을 당부했다. 여성 과학자들이 흔히 겪는 ‘가정과 일의 균형’에 대해서는 “가족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하다”며 “성공적으로 일을 해나가려면 가족들의 지원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황 연구원은 “우주산업은 아마존, 스페이스X와 같은 세계적 기업들이 앞다퉈 투자하고 있다”며 여성 공학도들이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물리학을 전공한 그는 여학생들에게 “저도 물리학이 쉬웠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하고 싶은 것을 이루기 위해 시간을 기꺼이 투자했을 뿐”이라고 조언했다. 황 연구원은 오는 10월 우리나라 두 번째 누리호 발사를 앞두고 관련 업무를 수행 중이다.

‘화이트해커’인 지 연구원의 원래 꿈은 학교 선생님이었지만 대학 시절 우연히 유명 화이트해커 이종호 씨를 만난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지 연구원은 “이종호 멘토의 실력과 사명감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꿈을 꾸게 됐다”며 “삶의 롤모델을 찾을 것”을 권했다.

에너지 재활용 기술인 ‘에너지 하베스팅’을 연구하는 김 교수는 “원래 꿈은 음악인이었다”며 공학도의 길을 걷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어린시절 바이올린 연주를 즐겼고, 언어에 관심이 많아 외국어고를 갔지만, 대학에선 재료공학을 전공했다. 김 교수는 “이런 경험들이 켜켜이 쌓여 삶을 더 풍성하게 했다”며 “진로 선택을 놓고 효율성만 따지지 말고 조급해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강연 후 온라인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황 연구원은 “우주·천문 분야가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는 한 학생의 고민에 “연구자를 고집하지 않더라도 과학전문 기자로 진출할 수 있다”며 “수학과 친숙해지면 공학도 함께 친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영상은 다음달 중순께 유튜브를 통해 다시 볼 수 있다.

공태윤/배태웅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