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팀, 외골격로봇 사용 시 뇌활동·허리근육 부담 측정

무거운 짐을 드는 작업 등을 할 때 허리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착용하는 외골격로봇(exoskeletons)이 뇌에 근육조절 등의 부담을 높이면서 오히려 근육 부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이테크 플러스] "외골격로봇, 뇌 부담 가중해 근육부상 초래할 수도"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척추연구소 윌리엄 마라스 교수팀은 22일 국제학술지 '응용 인체공학'(Applied Ergonomics)에서 외골격로봇 사용이 뇌 기능의 일부를 점유해 외골격로봇이 주는 이점이 감쇄되고 오히려 부상을 초래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일할 때 외골격로봇을 착용한 사람은 그 동작에 대해 생각을 해야 하는데 이로 인해 뇌는 추가로 일을 하게 되고 몸은 외골격로봇과 조화롭게 일하기보다는 경쟁하게 된다며 이는 외골격로봇이 이점을 상쇄할 만큼 큰 부담을 뇌에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외골격로봇은 아이언맨 슈트처럼 겉에 입는 형태의 로봇으로, 공장이나 창고 등에서 무거운 장비나 부품을 다루는 노동자가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며, 신체장애인의 활동을 돕는 장비로도 개발되고 있다.

연구팀은 남녀 각각 6명을 대상으로 한번은 허리와 다리에 근육을 보호하고 부상을 줄여주는 외골격로봇을 착용한 채, 또 한번은 맨몸으로 무거운 운동용 볼을 반복해서 들어 올리게 하는 실험을 하면서 기능성 근적외선분광기(fNIRS)로 뇌 활동을 관찰하고 허리 근육에 가해지는 힘을 측정했다.

또 한 차례의 실험에서는 외골격로봇 착용 상태에서 무작위로 500~1천 숫자를 주고 13을 빼는 계산을 하면서 볼을 들어 올리는 운동을 하게 하면서 뇌 활동과 허리 근육의 부담을 관찰했다.

그 결과 외골격로봇을 착용한 채 볼을 들어 올렸다 내리는 운동을 할 때 허리에 가해지는 힘이 약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머릿속으로 뺄셈을 하면서 같은 동작을 할 때는 허리 근육에 가해지는 힘을 줄여주는 효과가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라스 교수는 외골격로봇 착용자가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면서 일을 해야 할 경우는 없겠지만 심리적 스트레스는 업무 중 지시 같은 정신적 부담을 계산하는 것과 똑같은 영향을 뇌에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보면, 뇌는 뺄셈을 하는 동시에 외골격로봇이 신체와 상호작용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뇌 자원 활용에 경쟁이 생긴다며 이 때문에 근육을 사용하게 하는 뇌 기능에 혼란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몸 근육이 외골격로봇의 움직임에 적응하고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과정에서 뇌 활동에 변화가 생기면서 허리에 더 큰 부담이 가해질 수 있다며 이는 통증과 부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라스 교수는 "기업에서 외골격로봇에 수십만 달러를 쓰는 경우, 그것이 직원들에게 전혀 좋은 게 아닐 가능성도 있다"며 "외골격로봇을 사용할 때는 작업에 수반되는 사항을 이해하면서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