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늦게 신제품 공개…잘나가던 中 화웨이의 추락
한때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폴더블폰 개발 경쟁에 앞장서는 등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중국 화웨이가 당초 계획보다 4개월이나 늦게 신제품을 발표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21일 외신 보도 및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는 이달 29일 플래그십(최상급 기종) 스마트폰 'P50' 시리즈를 내놓을 것으로 점쳐진다. 화웨이는 자사 트위터 계정에 이같은 계획을 밝혔다.

P50 시리즈에는 화웨이가 개발한 운영체제(OS) '하모니'가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퀄컴 스냅드래곤888 시리즈(4G)와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의 기린9000 시리즈(5G)가 장착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화웨이 트위터 캡처
사진=화웨이 트위터 캡처

신제품 발표 지연, 미국 제재가 원인 됐나

화웨이는 매년 3월에 자사 신제품을 발표해왔다. 지난해 3월에는 전작인 P40프로를 발표했다. 올해 화웨이의 신제품 발표가 예년보다 4개월이나 늦어진 이유는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이 부족한 데다, 화웨이를 겨냥한 미국 제재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화웨이 통신 장비에 '백도어'(전산망에 침투해 정보를 빼돌리는 장비)가 있어 자국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를 들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부터 화웨이에 강력 제재를 가했다.

미국은 화웨이가 자국 기술이나 서비스 기업과 관련된 제품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고, 자국 장비와 기술을 활용해 생산한 반도체는 허가 없이 구매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자 당장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모바일 AP 수급이 힘들어졌다.

화웨이는 자회사 하이실리콘을 통해 AP '기린'을 자체 개발, 자사 제품에 탑재하고 있다. 그런데 기린은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에서 생산된다. 그러나 미국의 장비를 활용해 반도체를 생산하는 TSMC는 미국 제재로 인해 화웨이의 신규 주문을 받지 않겠다고 지난해 선언, 화웨이의 반도체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TSMC는 기린 생산량의 98%를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실리콘은 중국 파운드리 업체인 SMIC로 조달선을 변경했지만 SMIC의 기술력 부족으로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걸맞은 안정적 제품 수급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화웨이는 미국에 직접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칼 송 화웨이 글로벌 대외협력 및 커뮤니케이션 사장은 올 4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세계에서 칩셋이 부족한 이유는 한 기업(화웨이)이 제재를 받고 거기에 연결된 협력사들이 연이어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구글로부터 독립?...자체OS 힘쓰지만 역부족

반도체뿐만 아니라 구글의 앱도 못쓰는 상황이다. 화웨이가 자사 스마트폰에 구글의 유튜브나 크롬, G메일 등의 서비스를 탑재하지 못하면서 이용자 외면을 받고 있는 것.

때문에 지난해 제때 발표됐던 화웨이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P40프로도 관심을 받지 못했다. 안드로이드 OS를 지원하지 못하면서 국내 일부 P40프로 이용자들은 '구글 설치법' 등을 배워가며 스마트폰을 사용했다.

화웨이는 미국 제재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체 생태계 구축에 힘쓰는 중이다. 더 이상 미국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5월 화웨이 내부 포럼에서 임직원들에게 "미국으로부터 과학과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화웨이는 자체 OS '하모니'를 개발했다. 이달 말 발표되는 신제품 P50에도 구글 안드로이드가 아닌 자체 OS 하모니가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역부족이다. 하모니가 구축할 수 있는 생태계는 아직 초기에 불과해 구글 안드로이드를 넘기는 힘든 데다, 미국 제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다른 기업들이 하모니를 사용할 리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핀란드 노키아가 자사 스마트폰인 X60에 하모니 OS를 탑재할 것이란 예측이 흘러나왔으나, 노키아가 즉각 부인했다. 노키아는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노키아 휴대폰 사용자에게 최고의 안드로이드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우리의 약속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미국 제재 여파로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자체가 대폭 하락했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이 3300만대로 전년 동기(5600만대) 대비 41% 급감했다. 이는 화웨이가 지난해 2분기 5480만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하며 당시 5420만대를 출하한 삼성전자를 제치고 처음 글로벌 1위를 기록한 이후 나온 초라한 실적이다.

올해 상황도 좋지 않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 3위(1억7000만대)에서 올해 7위(4500만대)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웨이는 미국 제재가 지속돼 출하량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고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전 지역에서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