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서대문역에 위치한 알뜰폰 스퀘어에서 직원들이 핸드폰 진열대를 소독 및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역에 위치한 알뜰폰 스퀘어에서 직원들이 핸드폰 진열대를 소독 및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때 60대 이상 노년층이나 청소년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알뜰폰(MVNO)이 완전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은 물론 편의점, 배송 등 다양한 유통혁신을 펼친 노력 끝에 MZ(밀레니얼-Z)세대를 끌어당기며 1000만 가입자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1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선통신서비스 가입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알뜰폰 가입자는 956만9442명에 달했습니다. 4월 대비 11만8000명 증가한 수치로, 매달 10만 명가량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업계에선 이같은 가입자 순증세가 이어진다면 연내에 1000만 가입자 돌파가 가능하다는 기대도 나옵니다.

알뜰폰은 2010년 이동통신 3사로 굳어진 통신 시장에 경쟁을 활성화 하기 위해 태동했습니다. 다만 이같은 취지와 달리 알뜰폰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서비스 열위 탓에 고사 위기에 내몰렸습니다. 요금제 가격은 저렴하나 통화 품질이 떨어지고, 멤버십 등 할인도 없어 노년층이 주로 사용한다는 '효도폰'이란 오해도 받았습니다. 이러한 낙인 효과는 쉽사리 떨쳐지지 않았죠.

다만 상황이 바뀐 건 지난해 중순부터였습니다. 인기 단말기인 애플 '아이폰12' 삼성전자 '갤럭시S21'가 출시되자, 그간 통신사의 값비싼 5G 요금제에 지친 소비자 중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족'인 MZ세대를 중심으로 자급제로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트렌드가 형성된 것입니다. 이른바 '자급제폰+알뜰폰 요금제'가 유행을 타기 시작한 것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사이트에 따르면 알뜰폰 이용자 중 10~20대 비중은 2017년 12%에서 지난해 22%로 크게 늘었습니다.

알뜰폰 요금제는 우선 저렴한 가격이 장점입니다. 컨슈머사이트에 따르면 알뜰폰 이용자의 평균 월 이용요금은 2만4700원으로, 이통 3사 평균 가격은 4만5900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동통신사 요금제와 달리 약정이 없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힙니다. 기존 핸드폰으로 유심 카드만 교체해도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죠.

과기정통부의 꾸준한 알뜰폰 사업자 활성화 정책도 알뜰폰이 이동통신시장 한 축으로 자리잡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과기정통부는 몇 년에 걸쳐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 정책과 함께 요금 할인정책을 지원했습니다. 이통사와 대등한 눈높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이죠. 최근엔 이통 3사가 보유하지 않은 중소량 5G 요금제를 제공·신설하도록 유도했고, 단말기 공급 기반도 넓혔습니다.

여기에 최근 알뜰폰 사업자들은 앞다퉈 유통혁신을 펼치며 가입자 확대를 노리고 있습니다. 다양한 유통 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해, 고객들이 일상에서 알뜰폰을 손쉽게 접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집 근처의 편의점은 물론 라이브 커머스 등을 통한 온라인 구매, 배달앱을 통한 퀵배송 등 다양한 유통창구를 개척해 고객 접점을 늘리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소비자의 비대면 경험을 혁신하기 위해 앞장선 것이죠.

이는 젊은 세대의 호응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예컨대 최근 hy(구 한국야쿠르트)와 함께 온라인몰 '프레딧'에서 유심 판매를 시작한 헬로모바일에 따르면 편의점 유심 선택 비중은 편의점 제휴 초기인 2019년 20% 초반에서 지난해 30%로 증가했습니다. 올해(1분기 기준)는 40%까지 도달했다는 설명입니다. 오픈마켓도 마찬가집니다. 오픈마켓(G마켓·옥션)을 통한 유심 가입자도 2분기 들어 연초 대비 3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