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일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들이 '온라인 중계권' 경쟁에 뛰어든 가운데 네이버가 올림픽을 생중계한다고 밝혔다. 모바일 중계가 유력했던 카카오는 내부 사정으로 발을 빼기로 했다.

네이버 중계 확정…KT 시즌·웨이브도 협상 진행 중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카카오, KT 시즌(Seezn), 웨이브, 아프리카TV 등이 도쿄올림픽 온라인 중계권 협상에 뛰어들었다. 온라인 중계권은 일반 중계권을 보유한 KBS·MBC·SBS 등 지상파3사가 OTT 업체들에게 재판매한다. 온라인 생중계권과 핵심 하이라이트 장면 등을 포함한 클립 영상이 협상 대상이다.

당초 쿠팡이 '쿠팡플레이'를 통해 도쿄올림픽 온라인 단독 중계를 하는 조건으로 지상파3사와 협상을 진행해왔다. 쿠팡이 단독 중계권을 거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보편적 시청권' 논란이 일면서 최종 단계에서 철회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올림픽 같은 국가적 스포츠 행사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는데 독점 중계가 시청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인한 부정적 여론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쿠팡플레이와의 협상 과정에서 나온 400억~500억원 수준의 단독 온라인 중계권료는 기존에 지상파 3사가 비독점 온라인 재판매로 거둔 수익의 4배에 달하는 역대 최고 금액이다.

쿠팡플레이가 중계권을 포기하면서 다른 OTT에게 기회가 돌아가게 됐다. 이후 네이버가 발 빠르게 움직여 중계권을 따낸 반면 카카오는 내부 사정으로 올림픽 중계를 하지 않는다고 알렸다.

"플랫폼 시대 도래 이후 열리는 최초의 올림픽"

올림픽 중계는 최고의 광고 효과를 낼 뿐 아니라 단기간에 큰 수익을 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다. 기존 스포츠 팬덤 등 시청층이 형성돼 있는 데다 평소 관심이 없던 연령층까지 끌어들여 방송사와 후원사 모두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쿄올림픽 중계는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OTT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시대가 본격 도래한 이후 열리는 사실상 최초의 올림픽이라 모바일 중계 효과가 어느정도일지에 대해 예상하기 어렵다"면서도 "그럼에도 올림픽 중계가 갖는 상징성을 무시할 수 없고, 트래픽 유입이 대폭 늘어날 것은 확실시 된다"고 평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외부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된 국민들이 도리어 올림픽을 더 많이 시청할 가능성도 있다"며 "일본에서 열린다는 특수성이 한국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것이다. 시차도 없기 때문에 중계와 시청 모두 용이하다는 점도 흥행에 큰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올림픽 중계를 하게 된 네이버는 앞서 스포츠 콘텐츠를 운영해온 노하우가 있어 '보편적 시청권'을 훼손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중계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가 도쿄올림픽 생중계를 하게 되면 단기간에 트래픽을 늘릴 수 있고, 늘어난 이용자를 바탕으로 광고 등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이커머스, 새벽배송, 온라인 마켓으로 사업 영역 확장을 꾀하는 네이버로서는 중계권료보다 장기적 투자 관점으로 접근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 포기한 '올림픽 온라인중계권'…네이버 ON 카카오 OFF
다른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OTT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포털이라는 플랫폼을 앞세워 밀어붙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업체별로 스포츠 종목을 나누거나 시간대를 구분하는 식의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는 올해 지상파3사가 도쿄올림픽 중계방송을 서로 겹치지 않게 편성해달라고 권고했다. 같은 경기 중계를 불필요하게 여러 방송사가 동시 방송할 경우 시청자의 시청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이유다.

방통위는 지난 13일 올해 제2차 보편적 시청권 보장 위원회를 열고 "방송법 제76조의 5에 따라 과다한 중복 편성으로 인해 시청자 권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중계방송을 채널별, 매체별로 순차적으로 편성하도록 권고한다"며 "다만 개·폐막식과 한국 대표팀이 출전하는 결승전 등 국민 관심이 높은 경기에 대해서는 순차 편성의 예외를 인정한다"고 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