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진·제일약품·지엔티파마 등
재관류 손상 치료제 개발
국내 기업들이 재관류 손상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심근경색과 뇌경색의 치료 과정에서 생기는 재관류 손상에 대한 긍정적인 임상 결과를 얻으면서다. 아이진(35,800 -2.98%) 제일약품(41,600 -0.12%) 지엔티파마 등이 재관류 손상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재관류 손상은 막혔던 혈관을 뚫는 재관류 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조직 손상을 말한다. 심근경색이나 뇌경색 등을 앓는 중증 환자에서 나타나 관련 수요가 많다.

심근경색 및 뇌경색 환자들은 혈관을 막고 있는 혈전을 약물이나 기구로 제거한다. 이 과정에서 혈액 공급이 중단된 부위에 다시 급작스럽게 많은 양의 혈액이 공급되면서 혈관이 터지는 등 재관류 손상이 일어난다. 회복돼야 할 세포와 조직의 상태가 오히려 악화되는 것이다.
모세혈관 구조 정상화로 심장 재관류 손상 치료
아이진은 심근허혈 및 재관류 손상 치료제 ‘이지 마이오신’(EG-Myocin)을 개발 중이다. 지난 6일 국내 임상 2상 투약을 마쳤다. 임상 2상에서 심근허혈 및 재관류 손상의 억제 효과를 확인했다.

심근허혈 및 재관류 손상은 주로 급성 심근경색을 치료하면서 발생한다. 회사에 따르면 급성 심근경색으로 인해 심혈관 주변에 분포한 모세혈관은 1차적인 타격을 받는다. 이후 관상동맥중재술 시술 후 재관류 과정에서 2차 손상을 입게 된다. 막혀있던 심장의 혈류가 다시 재개되면서 심장 주변의 모세혈관이 다발적인 손상을 입게 되는 것이다.

심각한 후유증으로 환자는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적절한 치료나 예방 방법이 없다.

이지 마이오신은 급성 심근경색 치료 과정에서 피하에 투여한다. 손상된 혈관에서 혈액이 새어나오는 것을 억제하고, 심장 주변의 손상받은 모세혈관의 구조를 정상화 및 안정화시키는 기전이다. 이를 통해 재관류 손상을 빠르게 치료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세계 주요 7개국의 급성관상동맥증후군 치료 시장은 2015년 78억달러에서 2025년 121억달러(약 13조8800억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아이진은 이지 마이오신을 스텐트 시술에 병용 투약하는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스텐트 시술은 관상동맥중재술에 보편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급성관상동맥증후군 시장 확대에 따라 이지 마이오신의 가치도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이진 관계자는 “재관류 손상을 치료하는 계열내 최초 혁신신약(First in Class)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투약 이후 12주인 오는 9월 말까지 임상 2상 최종 관찰을 진행해 연말께 최종보고서를 완료하고, 후속 연구를 준비하면서 해외 기술이전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관류 손상 막는 뇌졸중 치료제 개발
워싱턴대 의대 산하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세계 뇌졸중 환자 수는 1억명 이상이다. 이중 520만명이 사망했다. 사망에 이르지 않더라도 마비 인지기능장애 언어장애 등 심각한 후유증이 따를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테크나비오는 올해 세계 급성허혈성 뇌졸중 치료제 시장이 25억4278만달러(약 2조8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치료제가 거의 없는 데다, 약효도 제한적이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뇌졸중 치료제는 ‘액티라제’(tPA) 뿐이다. tPA는 막혀있는 뇌혈관을 뚫어주는 역할을 하는 혈전용해제다.

기구를 사용하는 혈전 제거 수술도 사용된다. 다만 치료 후 발생할 수 있는 재관류 손상과 출혈은 사망과 장애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같은 미충족 수요에 국내 기업들도 뇌졸중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제일약품과 지엔티파마는 뇌졸중 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재관류 손상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지엔티파마는 국내 최초로 뇌졸중 치료제의 임상 3상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했다. 회사가 개발 중인 뇌졸중 신약 ‘넬로넴다즈’는 임상 2상에서 재관류 치료를 받은 뇌졸중 환자에게서 유의한 장애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

지엔티파마에 따르면 뇌졸중이 발생하면 뇌에서 수 시간 내에 ‘글루타메이트’가 과량으로 방출된다. 글루타메이트는 'NMDA' 수용체를 자극해 뇌세포의 사멸을 일으킨다. 이로 인해 뇌경색이 일어난다. 이후 뇌경색을 치료하는 과정에서는 막혀있던 혈류가 급작스럽게 흐르면서 활성산소가 과다 발생한다. 활성산소로 인해 뇌세포가 죽는 재관류 손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넬로넴다즈는 NMDA 수용체와 활성산소를 표적한다. NMDA 수용체의 활성을 억제하고 활성산소를 제거해, 뇌경색과 함께 재관류 손상을 치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엔티파마 관계자는 “임상 1상에서 안전성을 입증한 데 이어, 2상에서는 재관류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서 장애개선 효과를 확인했다”며 “다수의 기업들이 NMDA 수용체와 활성산소를 각각 표적하는 데 반해, 지엔티파마는 두 가지를 모두 표적하는 약물로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제일약품의 ‘JPI-289’도 뇌졸중 치료 후 발생하는 재관류에 의한 뇌세포 손상을 막고, 뇌졸중과 관련된 요인을 동시에 저해할 것으로 기대된다. JPI-289는 ‘폴리 ADP-리보스 중합효소’(PARP) 중 ‘PARP-1’를 저해하는 계열내 최초 혁신신약(First-in-class)이다. 현재 임상 1상을 마치고, 임상 2a상 코호트3을 진행 중이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올 하반기 임상 2a상을 마치고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면, 신속히 기술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국내에서도 임상 2상 완료 후 조건부허가를 승인받아 상용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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