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의 작은 지배자 RNA를 이용해 치료제를 개발하는 올리패스의 ‘OLP-1002’는 비마약성 진통제 후보물질이다. 통증을 유발하는 체내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해 통증을 줄이는 아이디어다.

* 편집자 주 올리패스는 지난 3월 호주에서 진행한 ‘OLP-1002’의 임상 1b상 결과를 발표했다. 효능 결과에서 위약군의 통증 평가 수치가 진통제 투약군보다 많이 감소하는 사례가 발견되는 특이사항이 발생했다. 올리패스는 “CRO 업체인 노보텍과 특이사항이 발생한 원인을 분석하고 있으며, 임상 2상에서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약물 개발 배경
진통제 시장은 제약시장의 7~8%를 점유하는 연간 1000억 달러 규모로서, 대부분 특허가 만료된 저가 제네릭 진통제들이 범람하고 있다. 지난 100여 년 동안 수많은 진통제가 개발되어왔지만, 만성통증에 장기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진통제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 때문에 심각한 부작용을 보이는 소염진통제(NSAID), 마약성 진통제, 우울증 치료제, 간질 치료제 등이 만성통증에 널리 처방되고 있다.

불활성화된 SCN9A 유전자를 보유한 사람들은 통증을 느끼지는 못하지만 감각 기능은 이상이 없다고 보고됐는데, OLP-1002와 같이 SCN9A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약물은 우수한 안전성 및 강력한 효능을 보유한 진통제로서 진통제 시장의 새로운 성장엔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약물 특성 및 작용 기전
OLP-1002는 SCN9A Pre-mRNA에 작용하여 SCN9A mRNA 변이체를 생성시키는 PNA 유도체로서, 결과적으로 SCN9A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SCN9A(Sodium Channel Subtype 9A) 유전자는 소듐 이온 채널의 일종인 Nav1.7을 발현하는데, OLP-1002는 Nav1.7 발현을 억제하는 RNA 치료제다.

소듐 이온 채널은 현재까지 10여 종이 알려져 있다. 이들은 구조적으로 매우 유사하여 전통적인 방식으로 Nav1.7만을 선택적으로 억제하기는 매우 어렵다. 특히 심장에 주로 발현되어 있는 Nav1.5 소듐 이온 채널이 억제될 경우, 심장마비가 유발될 수 있기 때문에 Nav1.7 소듐 이온 채널만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OLP-1002는 10여 종의 소듐 이온 채널 유전자들 중 SCN9A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Nav1.7을 제외한 다른 소듐 이온 채널의 발현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

OLP-1002는 신경세포에서 Nav1.7 발현을 억제하는데 IC50은 1aM(10~18M) 수준으로 통상적인 신약과 비교하여 10억 배 낮은 농도에서 효과를 나타낸다. OLP-1002는 다양한 쥐(rat) 통증 모델에서 간질 치료제 ‘프레가발린’과 동등한 수준의 진통 효능을 나타냈는데, ED50은 0.5~2 mcg/Kg 수준으로 통상적인 신약과 비교하여 1000~1만 배 적은 용량에서 효능을 나타낸다.

이는 주로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용량에 해당된다. 말초신경에 특화된 통증 모델인 Spinal Nerve Ligation(SNL) 평가에서는 훨씬 적은 투약량에서 진통 효능이 관측되는 것으로 미뤄봤을 때, 말초에 국한된 통증에 대한 적정 임상 용량은 매우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프라인 아카이브] ❶ 올리패스 ‘OLP-1002’

약물 개발의 의미
최근 수십 년에 걸쳐 보다 안전하고 효능이 우수한 진통제를 개발하고자 수많은 기업이 무수히 많은 통증 타깃을 대상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해 왔으나, 강한 효능과 우수한 안전성을 동시에 충족한 진통제 개발에는 번번이 실패하였다.

SCN9A 유전자 혹은 Nav1.7 소듐 이온 채널 저해제는 강력한 효능은 예상되지만 안전성이 우수한 신개념 진통제로서, 현재의 진통제 시장의 가장 큰 고질적 문제인 안전성 문제를 해결할 현실적 대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av1.7 소듐 이온 채널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진통제 개발에 번번이 실패한 업계의 현실을 고려할 때 Nav1.7 발현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OLP-1002의 상업적 가치는 클 것으로 평가된다.

적응증 등 활용 가능성
OLP-1002는 작용기전의 특성상 다양한 종류의 통증 제어에 적합하다. 우수한 안전성을 감안할 때 OLP-1002가 가장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적응증은 만성통증이라 할 수 있다.

환자 수가 많은 만성통증들을 열거하면 퇴행성 관절염 통증, 류머티즘 관절염 통증, 당뇨성 신경통, 섬유 근육통, 암 통증, 항암 치료로 유발된 신경통, 만성 허리 통증, 수술 후유증에 의한 만성통증 등을 꼽을 수 있다. OLP-1002의 강한 효능과 우수한 안전성을 기반으로 주요 선진국의 만성통증 환자들의 10%를 커버하고, 약가를 연간 1000~1500달러 수준으로 가정할 경우 OLP-1002의 연간 매출액은 300억~500억 달러로 추산된다.

이런 OLP-1002의 거대한 시장 잠재력은 진통제의 안전성과 효능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설명한다. 즉 OLP-1002 단일품목으로도 세계 톱3 제약사의 매출액 구현이 가능하다.

효능
Nav1.7 소듐 이온 채널이 불활성화된 사람들은 말초와 중추신경계 모두에서 Nav1.7 효능이 없기 때문에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통증은 신체의 방어 기작이기 때문에 통증을 어느 정도는 인지할 수 있을 정도로 남겨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OLP-1002는 소량 투약 시 말초신경에만 작용하고, 과량 투약 시 말초와 중추 신경에 동시에 작용한다. 즉 임상 용량을 조절하여 진통 효능을 적정 수준에서 유지할 수 있는데, 이는 진통제로서 매우 중요한 특성이다.

관절염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는 소염진통제의 진통 효능은 30~40% 수준이고, 마약성 진통제의 진통 효능이 40~50% 수준인 점을 고려할 때 사업적으로 적정한 OLP-1002의 진통 효능은 60~70% 수준이다.

작용기전의 특성상 효능의 부족보다는 과도하게 강한 효능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실제로 소규모 퇴행성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호주에서 진행된 임상 1b 시험에서 10mcg 반복투약 시 관측된 진통 효능은 40~50% 내외였다. 향후 진행할 임상 2a 시험에서는 임상 용량을 잘 설계하여 진통 효능을 60~70% 수준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임상 단계
OLP-1002에 대한 임상 1상은 영국에서 116명의 건강한 피험자들을 대상으로 30ng~160mcg 투약 용량에 대한 평가가 이뤄졌으며, 모든 투약량에서 안전한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심장박동에 영향이 없는 것으로 미뤄봤을 때, 심장에 발현된 Nav1.5 이온 채널의 발현에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OLP-1002의 진통 효능에 대한 예비 평가 차원에서 소규모 퇴행성 관절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 평가가 진행됐다. 10mcg을 반복 투약한 환자들에서 통증이 40~50% 정도 감소한 것으로 관측됐는데, 이는 예비 탐색 평가로서는 고무적인 결과다.

OLP-1002에 대한 임상 2상 평가는 상대적으로 임상 데이터가 많이 확보돼 있는 퇴행성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호주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임상 허가 신청은 오는 8월 말로 계획하고 있다. 이번 임상시험에서 확정될 적정 임상 투약량은 다른 종류의 통증에 대한 임상 투약량 설정에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별도로 계획하고 있는 임상 2상 시험은 항암 치료에 수반하는 신경손상성 통증 환자를 대상으로 미국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OLP-1002는 작용기전의 특성상 신경손상성 통증 치료에 적합한 약물로 기대된다. 임상 허가 신청은 2022년 중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프라인 아카이브] ❶ 올리패스 ‘OLP-1002’

편집 최지원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7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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