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바이오센서는 지난해 ‘한국에서 가장 돈 잘 버는 바이오 기업’으로 올라섰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7억 개 이상의 진단키트를 팔아 업계 ‘신데렐라’로 떠오른 것이죠. 2019년 729억 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조6862억 원으로 23배 뛰었고, 영업이익은 15억 원에서 7383억 원으로 492배 점프했습니다.
조영식 SD바이오센서 회장. 넥스트 코로나를 위해 SD바이오센서는 현장 분자진단 시장 개척에 나선다. 검사시간을 줄인 등온증폭 PCR과 정확도가 높은 리얼타임 PCR을 한 제품에 넣은 것이 특징이다.  / 사진=김영우 기자
조영식 SD바이오센서 회장. 넥스트 코로나를 위해 SD바이오센서는 현장 분자진단 시장 개척에 나선다. 검사시간을 줄인 등온증폭 PCR과 정확도가 높은 리얼타임 PCR을 한 제품에 넣은 것이 특징이다. / 사진=김영우 기자
올해 실적이 한풀 꺾일 것이란 전망도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1분기에만 매출 1조1792억 원, 영업이익 5763억 원으로 작년 연간 실적의 70%가량을 달성했습니다. 1분기 영업이익은 ‘바이오 대장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보다 7배 많았습니다. 국내 모든 기업을 통틀어 SD바이오센서보다 돈을 더 번 회사는 삼성전자 등 16개가 전부입니다.

SD바이오센서의 실적 고공행진은 코로나19 팬데믹이란 특수한 상황이 영향을 끼쳤습니다. 코로나19 확진 여부를 판단하는 데 쓰이는 진단키트 판매량이 급증한 것이죠. 하지만 이것만으론 SD바이오센서의 실적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수많은 진단키트 업체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실적을 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성공 요인을 여러 가지로 분석합니다. 누구보다 빨리 시작했던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선견지명, 뛰어난 가격경쟁력 등을 나열할 수 있습니다. SD바이오센서의 성공 과정을 들여다보도록 하겠습니다.

진단키트 판매량 세계 1위
SD바이오센서는 지난해 2월부터 올해 5월 말까지 약 7억 개의 코로나19 진단키트를 팔았습니다. 판매량 기준으로 전 세계 1입니다. 2위는 같은 기간 6억 개 안팎을 판 세계적인 진단회사 애보트입니다. 진단키트 덕분에 실적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매출 1조6862억 원에 영업이익 7383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올 상반기 매출은 2조 원을 조금 밑도는 수준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영업이익은 이미 1조 원 수준입니다. 경쟁사인 씨젠은 상반기 7000억 원 안팎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증권가는 예측하고 있습니다. SD바이오센서는 한국 시장에서 굳건한 1위 회사가 될 전망입니다.

SD바이오센서의 실적은 신속항원진단키트가 이끌었습니다. 우선 코로나19에 사용되는 검사 방법에 대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코로나19 감염은 크게 세 가지 방법의 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유전자 증폭(PCR) 방식, 항원 진단 방식, 항체 진단 방식입니다. PCR 방식은 분자진단, 항원·항체 진단은 면역진단에 속합니다.

PCR 방식은 검체 속에 있는 바이러스에서 유전자를 떼어내 이 유전자가 기존에 밝혀진 바이러스 유전자와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보는 방식입니다. PCR은 중합효소연쇄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의 약자입니다. 이 반응은 추출한 소량의 유전 물질을 대량으로 증폭하는 데 쓰입니다. 세 검사법 중 가장 정확도가 높은 진단법이 PCR 방식입니다. 유전자 단위로 분석하다 보니 정확도가 99%에 달합니다.

하지만 유전 물질을 검체에서 추출하고 이를 증폭하는 데 보통 3~6시간이 소요됩니다. 유전자 증폭과 분석을 위해 고가의 실험장비도 필요합니다.

면역진단은 면역체계에서 일어나는 항원, 항체 간 반응을 이용해 바이러스를 검출하는 방식입니다. 10~30분이면 검사 결과가 나오고 실험실에서 쓰는 값비싼 장비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공항이나 학교 등 현장에서 검사를 하고 곧바로 결과물을 내는 데 용이하단 뜻입니다.

항원진단은 PCR처럼 콧속에서 얻어낸 검체에 바이러스 단백질 항원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쓰입니다. 어떠한 항체를 기준으로 쓰느냐에 따라 정확도의 편차가 큽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엔 정확도가 40~60% 수준이었지만 2020년 4분기 이후엔 90%가 넘어서는 제품들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항체진단은 검사 대상자의 혈액을 통해 항체 생성 여부를 확인하는 데 쓰입니다.

SD바이오센서는 분자진단, 항원진단, 항체진단 세 방식의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다만 현장에서 결과를 즉각 알 수 있는 신속항원진단키트가 주력입니다. 지난 1분기 매출 1조1792억 원의 90% 이상은 신속항원진단키트에서 나왔습니다. 판매금액만 1조758억 원입니다. 이 회사가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합니다. 신속항원진단키트 제품을 빠르게 시장에 내놓았고 정확도까지 높았기 때문입니다.

SD바이오센서는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오기 20여 일 전인 작년 1월 5일 진단키트 개발에 돌입했습니다. 씨젠 등과 비교해 열흘 이상 앞선 것으로 업계에선 가장 빨랐죠. 작년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시작으로 같은 해 9월 전 세계 첫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사용승인도 받았습니다. WHO 승인을 받은 진단회사는 SD바이오센서와 애보트, 인도의 피엠씨밖에 없습니다. WHO 승인은 유엔 등 국제기구 입찰에 필요합니다. 또 해당 제품을 전 세계 어디에서나 팔 수 있는 요건을 갖췄다는 인증과도 같습니다.

제품의 품질도 좋습니다. WHO 협력기관인 FIND의 평가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의 항원진단키트는 CT 33 이하 검체 샘플에서 87.8~91.9% 수준의 민감도가 나왔습니다. CT 값을 25 이하로 낮춘 평가에선 민감도가 95.9~100%로 나왔습니다. 이 수치들은 브라질, 독일, 스위스에서 실시한 평가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CT는 분자진단에서 검체 속 유전자를 증폭하는 횟수를 가리킵니다. 검체에 있는 바이러스의 양이 적으면 유전자 증폭을 많이 해야 하므로 CT 값이 높아지게 됩니다. 항원진단키트는 민감도만을 놓고 성능 우위를 가리기보다는 CT 값 등을 입체적으로 분석해야 합니다.

분자진단에선 유전자 증폭을 최대 40회 정도 실시합니다. SD바이오센서는 CT 기준값 33을 기준으로 90% 내외의 민감도를 확보했습니다.

SD바이오센서는 항원진단키트에 쓰이는 항체의 순도를 높이고 항체와 금 입자의 접합 기술을 개선해 민감도를 확보했다고 합니다. 항원진단을 위해선 코로나 바이러스 항원을 검출할 수 있는 항체를 키트에 심어놓아야 합니다. 콧물, 타액 등 검체 속에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항원이 이 항체와 만나 결합하게 되는 것이죠.
새로운 PCR 진단키트. SD바이오센서는 현장에서 검사가 가능한 PCR 방식의 진단키트와 장비를 개발했다. 오는 8월 시장에 내놓는다.  / 사진=김영우 기자
새로운 PCR 진단키트. SD바이오센서는 현장에서 검사가 가능한 PCR 방식의 진단키트와 장비를 개발했다. 오는 8월 시장에 내놓는다. / 사진=김영우 기자
한발 앞선 자동화…대량생산 체계 준비 완료
기술력이 좋아도 공급이 안 되면 무용지물입니다. 실제 국내 많은 진단키트 회사들이 코로나19 특수를 맞아 지난해 대대적인 증설에 나섰죠. 하지만 늦은 감이 있습니다. SD바이오센서는 2019년부터 자동화 설비를 구축했습니다. 대부분의 바이오 업체들은 여전히 시약 소분 등을 수작업으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발 앞서 대대적인 투자를 한 것이죠.

창업자인 조영식 SD바이오센서 회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주문이 들어오지 않은 상황에서 수십억 원을 투자해 코로나19 진단키트 대량생산 체계를 준비한 게 주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생산량은 세계 최대 수준입니다. 조 회장은 “자동화 설비 덕분에 신속항원진단키트를 5달러 안팎에 팔아도 절반 이상을 남길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대응을 주도한 사람은 다름 아닌 조 회장입니다. 조 회장은 GC녹십자에서 10여 년간 진단시약을 연구한 경험을 살려 1999년 진단기업 SD를 세웠습니다. SD는 세계 최초로 말라리아·조류인플루엔자·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진단시약을 개발해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코스닥시장 상장 첫해(2003년) 90억 원이던 매출은 2008년 400억 원대로 뛰었죠. 경쟁업체들의 견제가 뒤따랐고, 결국 2009년 미국 엘리어에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당했습니다.

기회는 곧 다시 찾아왔습니다. 엘리어가 무리한 확장 여파로 구조조정에 들어가자 2011년 SD의 바이오센서 사업부문을 인수한 겁니다. 조 회장은 다시 손에 넣은 SD바이오센서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남들보다 빠른 제품 개발’과 ‘신뢰할 수 있는 품질’로 삼고, 여기에 역량을 집중했습니다. SD바이오센서가 코로나19 진단키트를 빨리 내놓을 수 있었던 비결이자 자동화 시설을 구축한 이유입니다.

SD바이오센서는 여기서 안주하지 않습니다. 회사 주력사업을 180도 바꾸는 대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죠. 조 회장은 “‘넥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1분기 매출의 90% 이상은 신속면역진단키트에서 나왔습니다. 하지만 신속면역진단키트는 단점이 명확합니다. 30분 이내 진단 결과가 나오지만 정확도가 80~90% 수준에 그칩니다. 이런 취약점 극복을 위해 SD바이오센서는 오는 8월 지난 7년간 연구한 현장 PCR 제품을 내놓습니다.

PCR 방식은 정확도는 높지만 신속성이 떨어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SD바이오센서의 현장진단 PCR은 검사시간이 20~60분에 불과합니다. 99% 이상인 정확도는 기존 제품과 큰 차이가 없죠.

현재 현장 PCR 시장은 미국 세페이드가 장악하고 있습니다. 조 회장은 “검사시간을 20~30분까지 줄인 등온(等溫)증폭 PCR과 정확도가 높은 리얼타임 PCR을 한 제품에 넣었다”며 “상황에 맞게 검사를 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넣은 것이 세페이드와의 차별점”이라고 말합니다. 또 뎅기열이나 에이즈, 독감 등 11가지 검사도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조 회장은 여기에 승부수를 하나 더 던집니다. PCR을 증폭하는 데 필요한 PCR 장비를 무상으로 공급하겠다는 것이죠. 지원금액만 1000억 원에 달합니다. 조 회장은 “일단 인프라(장비)가 깔리면 진단키트 판매가 더 쉬워질 것”이라며 “진단 플랫폼을 깔아두고 코로나19뿐 아니라 다른 질병에도 우리 장비가 쓰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경쟁사인 스위스 로슈는 이 장비를 약 2만5000달러, 세페이드는 약 4000달러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조 회장은 “1200억 원을 투자해 이미 경북 구미와 충남 천안 등에 자동화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며 “월 50만 개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내년까지 갖출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7월 상장, M&A 이어질 듯
이 회사는 이달 상장할 예정입니다. SD바이오센서는 상장으로 모집한 금액을 시설자금 및 운영자금, 해외법인 설립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입니다. 공모자금 중 3095억 원은 시설투자에 사용할 계획이죠. 회사는 천안의 산업단지에 부지 분양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천안에선 현장 분자진단 생산 클러스터가 세워질 예정입니다. 한곳에서 제품들을 생산해 공정 및 제품 관리를 효율적으로 하겠다는 게 목표입니다.

약 300억 원은 유럽과 남미 법인 설립에 사용할 예정입니다. 세계 곳곳에 유통망과 생산시설을 확보한다는 게 조 회장의 구상입니다.

M&A도 활발히 할 예정입니다. SD바이오센서가 보유한 유동자산은 1분기 말 기준 1조6484억 원에 달합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약 3900억 원입니다. M&A는 자체 글로벌 유통망을 확대하고 신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현재 미국, 유럽, 남미에 탄탄한 유통망을 구축하고 있는 현지 기업들의 인수를 검토 중이죠. 신기술 확보와 관련해서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등 유전자 검사와 관련된 해외 기업의 인수를 초기 단계에서 검토하고 있습니다.

김우섭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7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