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한상춘 한경미디어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세계경제는 어떻게 움직일까.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대외관계 복원에 나서면서 미국과 중국을 중심 축으로 한 전 세계 주요 국가의 동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상춘의 세계경제 읽기] 올 하반기 이후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 전망

[한상춘의 세계경제 읽기] 올 하반기 이후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 전망

세계경제의 패권은 어디로 미·중 간 패권 다툼은 바이든 정부 들어서 더 심화되는 양상이다. 지난 7월 1일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행사의 풍경(위)과 버지니아주 햄프턴의 랭리-유스티스 공군기지를 찾아 중국의 추격에 맞선 국방 경쟁력 확보를 강조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아래).

대외관계 구도 재편하는 바이든 대통령
“America is back.” 지난 1월 20일 취임 당시 이 강한 첫마디로 시작됐던 바이든 정부는 대내적으로는 트럼프 키즈에 의해 의회가 점령당할 정도로 위기에 몰렸던 민주주의를 복원하고,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국’과 ‘바이든국’으로 양분됐던 합중국 정신도 코로나19 백신이라는 공동 변수를 매개로 되살리는 데 주력해왔다.

대내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 기반이 다져지자 전임 트럼프 정부 때 크게 훼손됐던 대외관계를 복원하기 시작했다. 그 누구보다 외교 경험이 풍부한 바이든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회담과 대서양 동맹 복원, 경제협력네트워크(EPN) 구축 등을 통해 전통적인 동맹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 목표는 ‘중국’이다.

‘G7+4(인도·호주·한국·남아공)’ 영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드러난 올 하반기 이후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에 최대 변수가 될 미·중 관계를 개관해보면 중국은 1978년 덩샤오핑 주석이 개혁과 개방을 표방한 이래 수출 위주의 성장전략을 추진했다. 지난해에는 미국과의 경제력 격차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비율이 72% 수준까지 좁혀졌다.

G0 시대, ‘중심축 국가’가 새로 부상하나
‘G7+4’ 정상회담을 계기로 향후 예상되는 세계경제질서는 미국과 중국이 상호 공존하는 ‘차이메리카’, 미국과 중국이 경제 패권을 놓고 대립하는 ‘신냉전 2.0’, 지역 혹은 국가별로 분화하는 ‘분권화’, 모두 조화하는 ‘다자주의’, 무정부 상태인 ‘서브 제로(sub zero)’ 등 다섯 가지 시나리오로 상정해볼 수 있다.

가장 확률이 높은 것은 미국과 중국 간 이해관계에 따라 ‘차이메리카’와 ‘신냉전 2.0’이 반복되는 큰 줄기 속에 다른 국가는 자국 문제 해결에 더 우선순위를 두는 중층적 ‘분권화’ 시나리오다. 이 경우 세계경제 질서는 G7 국가가 주도해 구축한 글로벌 스탠더드가 통하지 않으면서 미래 예측까지 어려운 ‘뉴 앱노멀 젤리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뉴 앱노멀 젤리형 세계경제 질서는 종전의 스탠더드와 거버넌스에 내재돼왔던 한계에서 비롯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스탠더드와 지배구조를 주도해 왔던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금융위기와 재정위기가 발생했고, 각국이 동시다발적으로 직면한 코로나 사태에도 가장 많은 피해를 받음에 따라 주도국으로서의 위상과 신뢰가 급격히 떨어졌다.

G0 시대에서는 어느 국가가 지속적으로 성장해 경제발전 단계를 높일 수 있을까. 뉴밀레니엄 시대 이후 G7 말고 새로운 중심국으로 부각될 것으로 기대됐던 브릭스 국가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었던 인구와 부존자원 이외에 다른 성장동인이 있어야 주도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것이 로스토(W. W. Rostow) 교수가 주장했던 ‘제2의 도약론’이다.

새롭게 거론되는 성장동인 가운데 코로나19를 계기로 디지털 콘택트 추세가 앞당겨져 초연결 사회가 도래되는 시대에선 ‘중심축 국가(pivot state)’일수록 크게 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심축 국가란 특정 국가에 의존하기보다 다양한 국가와 서로 이익이 될 수 있는 관계를 독자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국가를 말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양회를 계기로 내수 위주의 ‘쌍순환’ 전략과 세계가치사슬(GVC)의 중심지를 더 강화하는 ‘홍색 공급망’ 전략을 동시에 추진해 중국 중심의 네트워크 체제를 구축하고, 바이든 정부가 배터리, 바이오, 반도체 등 이른바 ‘BBS’로 불리는 핵심 산업의 경우 가치사슬의 중심지를 미국에 두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분기마다 발표되는 세계경제와 각국 경제성장률의 상향 조정폭이 워낙 커 경기진단 종합지표로 의미는 많이 퇴색됐지만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6% 내외 수준까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초기 충격이 큰 코로나19 위기의 특성상 지난해 이례적으로 낮았던 것에 따른 기저 효과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매우 빠른 회복세다.
[한상춘의 세계경제 읽기] 올 하반기 이후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 전망

코로나19 이후, 세계경제는 어떻게 움직일까
시스템 문제에서 비롯된 종전의 위기와 달리 코로나19 위기는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 문제에서 비롯돼 백신만 보급되면 ‘불연계(dichotomy)’에서 ‘연계(dis-dichotomy)’로 이행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 간 제로 혹은 마이너스 금리와 무제한 양적완화 동맹 관계가 잘 유지된 것도 한몫하고 있다.

경기순환상으로는 기저 효과가 큰 올해 2분기를 정점으로 하반기 이후에는 세계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 경기 회복세에서 소외됐던 국가와 산업, 그리고 소득계층으로 퍼져 나갈 가능성은 국제통화기금(IMF) 등과 같은 국제기구의 역할과 각국 정책당국의 의지에 따라 그 정도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하반기 이후에도 세계경제를 주도할 국가는 미국이다. 코로나19 사태 직후 올 상반기까지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이 적절했지만 하반기부터는 경기 부양책과 인프라 확충 계획으로 대변되는 재정이 얼마나 제 역할을 잘하느냐에 따라 미국 경제 모습이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성장률은 7%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기관들은 내다보고 있다.

중국은 올해부터 성장률 수준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정치협상회의)를 통해 확정된 쌍순환 전략과 홍색 공급망 전략의 기반을 다지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에 따라 중국 경제의 질적 성장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장기집권 기반이 다져질 가능성이 높다.

유럽은 브렉시트 이후 새롭게 형성되는 질서가 영국과 유로 회원국 경제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상거래 면에서는 아직까지 큰 변화가 없지만 자본거래 면에서는 영국 런던에서 탈퇴한 자금이 주식의 경우 베네룩스 3국(벨기에·네덜란드·룩셈부르크)으로, 채권의 경우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말 아베 신조의 전격적인 사임 이후 들어선 스가 정부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과정에서 ‘후진국’으로 전락했다는 오명을 받고 있는 일본 경제는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여부에 따라 앞날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노믹스를 더 이상 추진하기 어려운 여건에서 올림픽마저 수포로 돌아갈 경우 ‘잃어버린 30년’ 우려가 본격적으로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신흥국 경제는 한국, 대만 등과 같은 선진 신흥국의 경우 올 하반기 이후 마찰이 더 심해질 것으로 확실시되는 미국과 중국 중 어느 쪽에 서느냐에 따라 명암이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과 같은 취약 신흥국은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돌아오는 달러부채 만기 상환과 Fed의 테이퍼링이 겹칠 경우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국가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국가별로 차이가 나지만 세계경제가 빠르게 성장국면에 진입하면 코로나19 이후 풀린 돈을 회수하는 테이퍼링도 추진 여부와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까지는 ‘일시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한 인플레이션이 구조적으로 정착될 것인가와 실업률이 어디까지 하락할 것인가에 따라 테이퍼링 추진 시기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염두에 둬야 할 것은 테이퍼링은 위기가 정상적으로 극복되고 있다는 정책적인 판단이기 때문에 증시에 반드시 악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금융완화만 지속하면 마약환자에게 마약을 더 주는 꼴이기 때문에 경제 복원력마저 잃을 수 있다. 가장 민감한 주식투자의 경우 대형 기술주에서 경기 민감주로 조정해놓으면 수익률을 방어할 수 있다.
[한상춘의 세계경제 읽기] 올 하반기 이후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 전망

‘바이든·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미·중 관계에 집중해야
올 하반기 미국의 ‘디지털 달러화’ 로드맵이 나옴에 따라 디지털 통화 시대가 본격적으로 전개될지도 주목해서 봐야 한다. 미국보다 앞서 지난해 5월 4개 도시를 대상으로 디지털 위안화를 시범 운용해왔던 중국은 내년 2월에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직전까지 완전히 정착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민간 권력이 국가 권력까지 넘보는 것을 견제할 목적으로 페이스북의 리브라 발행을 불허하는 트럼프 직전 정부의 방침에 따라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던 미국도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한 달 만에 양대 경제수장인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잇달아 ‘디지털 달러화’ 도입 방침을 밝혔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국면에 몰렸기 때문이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더 이상 달러 패권을 누리지 못하게 되면 중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브레튼우즈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부담했던 달러화 보유 구속, 즉 ‘달러 함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이 경우 보유 달러화가 대거 출회되면서 달러 가치가 떨어지는 악순환 국면에 빠질 수 있다.

디지털 위안화가 정착될 경우 디지털 달러화 간에 또 다른 형태의 기축통화 전쟁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계획, IMF의 특별인출권(SDR) 편입,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등을 통한 위안화 국제화 과제를 꾸준히 추진해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국의 위상에 걸맞은 영향력을 확보하려고 노력해왔다.

트럼프 정부 막판에 금융 마찰로 초점이 이동됐던 미·중 간 경제패권 다툼은 바이든 정부 들어서 더 심화되는 양상이다. 양국 간 다툼은 우리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중간자 입장에 서 있는 우리로서는 어느 한편으로 치우칠 경우 더 불리해지는 만큼 현 정부 들어 중국으로 치우쳤던 대외경제정책상의 우선순위를 조정해 균형을 찾아야 한다.

바이든·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전개될 새로운 미국과 중국 간 마찰 시대에 어떻게 관계를 설정하느냐에 따라 한국 경제의 앞날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심축 사회에서 더 거세질 양국의 네트워크 가담 요구에 어느 편에 설 것인가’와 ‘앞으로 전개될 디지털 통화전쟁에 디지털 원화의 위상을 어떻게 찾아갈 것인가’ 만큼 중요한 과제가 없기 때문이다.

<저자 소개>

한상춘 한경미디어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한국경제신문 전문위원 겸 논설위원. 30년 동안 국제경제 분야만 판 전문가다. 한국은행을 거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창립 멤버로 국제 세미나에서 세계적 예측 기관과 경제 석학, 이코노미스트들과 교류했다. 대우경제연구소에서 세계적인 예측 기관인 와튼계량경제연구소(WEFA) 정회원으로 활동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7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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