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리아 테라퓨틱스와 리제네론 파마슈티컬스는 지난 6월 26일(현지시간)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증(ATTR)에 대한 ‘NTLA-2001’의 임상 1상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효능은 기존 치료법보다 좋았고, 안전성에 있어서도 심각한 부작용이 관찰되지 않았다. ‘크리스퍼 카스9(CRISPR/Cas9)’ 치료제가 생체 내(in vivo)에서 유전자를 직접 편집해 효능을 보인 세계 첫 결과다.
[글로벌 시장 분석] 유전자가위 기대감 폭발시킨 인텔리아

ATTR은 희귀 신경손상 질환이다. 간에서 만들어지는 혈장 단백질인 트랜스티레틴(TTR)의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유전형,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정상형이 있다.

유전자 돌연변이나 노화에 의해 비정상 TTR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비정상 TTR이 체내에 아밀로이드로 쌓여 신경조직이나 심장 등에서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하는 아밀로이드증을 일으킨다.

NTLA-2001은 3세대 유전자가위 기술인 크리스퍼 카스9 기반 파이프라인이다. 간세포 내 TTR 유전자 돌연변이를 비활성화해 비정상 TTR의 생성을 방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임상 1상은 다발성신경병증이 있는 유전성 ATTR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이번 중간 결과는 1상 첫 6명 환자에 대한 것이다. 몸무게 1kg당 NTLA-2001 0.1mg 또는 0.3mg을 각각 3명에게 투여했다. 투여 후 28일 뒤 혈청 속 TTR은 용량에 비례해 감소했다. 0.1mg과 0.3mg 투여군의 TTR은 각각 평균 52%와 87% 줄었다. 0.3mg 투여군 중 한 명은 96% 감소를 기록했다. 이는 앨나일람의 리보핵산간섭(RNAi) 기반 유전성 ATTR 치료제 파티시란의 80%보다 높은 수치다.

중간 분석에 포함된 6명의 환자는 투여 후 28일까지 심각한 부작용 및 간 이상이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연내 임상 1상의 2단계인 용량 확장(dose expansion) 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존 레오너드 인텔리아 대표는 “크리스퍼 카스9의 정맥 주입으로 체내 표적 세포를 정밀하게 편집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최초의 임상 자료”라며 “단회 투여 시 ATTR의 합병증을 중단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 생체 내 유전자 편집 가능성 확인
인텔리아는 크리스퍼 기술로 지난해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설립한 회사다. 이번 임상 결과는 유전자가위 기술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전자가위는 유전체 내의 특정 유전자를 자르거나 혹은 원하는 서열을 삽입하는 유전자 편집에 사용되는 기술이다. 치료제 관점에서는 질병을 일으키는 특정 디옥시리보핵산(DNA) 이중 가닥을 핵산분해효소로 절단하고 교정하는 데 이용된다. 유전자가위는 유전자를 인식하는 부위와 표적 유전자를 절단하는 효소의 특성에 따라 1세대 징크핑거, 2세대 탈렌, 3세대 크리스퍼 기술로 발전해왔다.

크리스퍼는 기존 1,2세대보다 정확도와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징크핑거와 탈렌은 특정 DNA 염기서열을 표적하는 새로운 단백질을 설계하는 데 수개월 및 수천 달러의 비용이 들었다. 그러나 크리스퍼는 표적 DNA와 상보적인 RNA만 만들면 되기 때문에 설계기간을 하루, 비용도 수십 달러로 줄였다. 크리스퍼 카스9는 표적 DNA를 찾아가는 가이드RNA와 특정 염기서열을 자르는 카스9 절단효소로 구성돼 있다. 가이드RNA는 단백질보다 만들기 쉬워 연구실에서도 합성이 가능하다.

인텔리아의 임상 결과에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유전자가위를 정맥 투여해 처음으로 효과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특정 세포를 몸 바깥으로 꺼내 체외(ex vivo)에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처리하거나 생체 내(in vivo) 투여지만 눈 등의 국부에 한정된 방식이었다.

지난해 크리스퍼 테라퓨틱스는 베타지중해빈혈·겸상적혈구병 유전자가위 치료제 ‘CTX-001’의 임상 1·2상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환자에게서 조혈모세포를 채취해 돌연변이를 교정한 뒤,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방식이다. 치료받은 환자들에게 일관되고 지속적인 치료 반응이 관찰되고 있다. 체외 유전자 편집의 경우 세포 채취가 수월한 혈액 질환을 중심으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에디타스는 레베르 선천성 흑암시(LCA) 치료제 ‘EDIT-101’에 대한 첫 번째 임상 결과를 연말 발표할 예정이다. EDIT-101은 눈에 투여한다. NTLA-2001은 정맥주사라는 점에서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치료가 보다 보편적인 방식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인텔리아의 발표 이후 미국 증시에서 유전자가위 관련주들이 급등한 이유다.

또 인텔리아는 크리스퍼 카스9의 전달체로 지질나노입자(LNP)를 사용했다. 생체 내 유전자 편집은 표적하는 곳까지 약물을 잘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은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가 많이 사용됐다. 인텔리아 사례로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의 성공으로 주목받은 LNP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간은 모든 혈액이 거치는 장기로 정맥주사를 통한 표적화가 쉽다. 다른 기관에 대한 표적성은 아직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세계 크리스퍼 시장 연평균 27% 성장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시장은 유전 및 만성 질환 치료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인해 상당한 성장이 예상된다. 성장을 이끄는 다른 요인은 식품 요구량 증가 등 식량자원에 대한 유전자 편집 수요다. 감염병 진단에 있어서도 크리스퍼 기술이 이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발된 코로나19 진단법에 따르면 값비싼 장비를 사용할 필요 없이 40분 내에 상온 유전자 증폭으로 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은 신속심사 및 첨단재생의약(RMAT), 희귀의약품 지정 등으로 크리스퍼 기술의 가능성을 인정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BIS리서치는 세계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시장이 2019년 8억4620만 달러에서 2030년 108억2510만 달러(약 12조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평균 성장률은 26.86%다. 국내에는 툴젠과 지플러스생명과학이 크리스퍼 기술을 가지고 있다. 툴젠은 이르면 연말께 코스닥에 상장한다.
[글로벌 시장 분석] 유전자가위 기대감 폭발시킨 인텔리아

한민수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7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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