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업계의 한 전문가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붉은 여왕 효과’란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유래한 용어로, “제자리에 있고 싶으면 힘껏 뛰어야 한다”는 말로 설명할 수 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란 뜻이다.

가령 지난해까지만 해도 글로벌 매출 상위 10위권을 수년째 지키던 자가면 역치료제 엔브렐과 레미케이드는 올 1분기 들어 매출이 곤두박질쳤다. 전년 동기 대비 엔브렐은 19.9%, 레미케이드는 21.5% 매출이 감소했다. 올해 글로벌 의약품 매출 상위권에 들긴 어려워 보인다.

매출 하락 원인 중 하나로는 코로나19 대유행이 꼽혔다. 엔브렐과 레미케이드 모두 정맥주사로 투여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병원 이용이 어려워졌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일례로 같은 TNF-α 억제제이지만 피하주사로 환자가 직접 투여할 수 있는 휴미라는 오히려 매출이 3.5% 늘어났다. 증가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 약)의 판매량도 엔브렐과 레미케이드에 악재가 됐다는 평가다.

시장에 쏟아지는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시밀러도 붉은 여왕 효과를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는 물질특허가 만료된 항체의약품에 대한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해 판매했다면, 이젠 물질특허 만료 시점에 맞춰 바이오시밀러 개발이 선진행되고 있다. 가령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존슨앤드존슨의 건선 치료제 ‘스텔라라’의 물질특허 만료 일정에 맞춰 미국 식품의약국(FDA) 및 유럽 의약품청(EMA)의 시판 허가를 받아놓겠다는 계획이다.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라 해도 물질특허 만료 후 흥행을 이젠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신약 개발도 활발하다. 기존 약으론 완치가 불가능한 데다 환자 3명 중 1명에겐 효과가 없거나 부족하기 때문이다. 약가가 비싸기 때문에 신약개발사 입장에서도 유입요인이 충분하다. 마이크로바이옴이나 미토콘드리아 등을 활용한 신기술도 조금씩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제자리에 있기 위해선 최선을 다해 뛰어야 하는 곳. 붉은 여왕의 효과가 지배하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 이야기를 7월 호에 담았다.

①ANALYSIS 자가면역질환은 왜 발생하는가
②OVERVIEW 자가면역질환, 표적치료제와 TNF-α억제제부터 면역억제제·소분자 합성약까지
③NEW WAVE 자가면역질환의 새로운 치료법을 찾아서
④MARKET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 주도권 놓고 ‘혈투’ 중인 글로벌 기업들
⑤COMPANY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사 | 셀트리온·삼성바이오에피스·한올바이오파마·오스코텍

이우상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7월호에 실렸습니다.